휴대용 기기 기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lpine-snow 입니다. 

휴대용 기기 기변을 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만 음악을 듣다가 갤럭시 폰의 묘하게 낮은 해상력과 G5 하이파이 모듈의 딱딱한 느낌 때문에 NW-A45를 샀던 건데 이건 또 한 가격 하는 주제에 메모리 용량은 고작 16GB... 고음질 음원을 마음 편하게 넣기에는 부족한 용량이지요.
  
그나마 PC와 연결하여 USB DAC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겐 사운드상 메리트가 별로였습니다. 기기 특유의 개성이 묻어나는 사운드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소스의 음을 그대로 투영하는 듯한 투명감과 하이스피드 성향에 진득하고 묵직하며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치는 사운드를 선호하는 제 취향엔 좀 평이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음악 듣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눈에 띈, 평소에 쬐끔 관심이 있던 코원 i Audio HiFi 중고 매물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질렀습니다.

사람이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자기 주관이 뚜렷해지고 더러는 고집이 세지기 마련이라 하는데, 저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인가 봅니다. 소니라는 전통적인 음향기기 브랜드의 가치와 그에 대한 신뢰감보다는 합리성을 택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 정도는 쉽게 바꿀 수 있어야 된다고 여기는지도 모릅니다.
 

메모리 용량 대비 중고 시세, 그리고 압도적으로 우월한 스펙과 실 측정치. 그리고, 국수주의자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국내 브랜드 것을 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신품을 샀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었을텐데 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배터리 타임이 짧은게 흠이지만, 원체 밖에서 오래 쓸 일이 없고 일단 훨씬 작고 가볍습니다. 제 손가락 두 개 정도 넓이에 

NW-A45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작은 기기에 HiRes Audio 인증까지...

아쉽게도 USB DAC 모드는 지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들어보았을 때는 가져올 때 담겨있던 음원을 들어보았는데, 좀 이상했습니다. 분명 스펙이나 실 측정치나 NW-A45를 압도하는데 배경이 잘게 부서지는 듯하고 기음도 거칠고... 십몇년 전의 싸구려 MP3P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혹시나 음원 문제려나 싶어서 메모리를 싸그리 포맷하고, 비교를 위해 NW-A45에 있던 파일을 복사해넣었습니다. 기기 셋팅을 초기화 시키고, 128GB 버전이라 윈도우10에서 FAT32 포맷이 지원되지 않아 서브파티 프로그램으로 해결했습니다.

MDR-CD900ST를 꼽아서 찬찬히 들어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 놈이 그 놈인 것 같다가. 서서히 익숙해지니, 오... 이거 물건이라는 느낌입니다.

NW-A45는 음향 옵션을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은 상태로 들었고, 그냥 늘 듣던 안정적이고 평이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듣다가...

iAUDIO HIFI를 들어보니, 오오...

일단 헤드폰 모드에 오버샘플링을 끈 상태로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리가 시원하게 트이고 투명감이 더 높아진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보컬의 밀도감이랄지 힘이 응축된 느낌이랄지 그런 건 NW-A45가 더 나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NW-A45는 공간 안에 책장처럼 칸막이를 쳐두고 각 칸마다 악기나 보컬을 하나씩 넣어두어 각각의 소리가 그 틀 안에서 갇힌 상태로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iAUDIO HIFI는 그 칸막이 없이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져 들리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가요 같은 걸 들으면 뭔가 맥이 풀린 것 같은데, 대편성 곡을 들으면 공간 표현이 굉장히 좋다고 느껴지네요. 
  
 -> 내용 조금 수정합니다. 가요 들을 때 맥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보컬이 내는 소리의 주 음역대 위주로 쥐어짜내듯 들리던 것이 전 음역이 모두 오픈되어 배음까지 풍부하게 들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음색이 좀 Cool & Clear한 점을 제외하면 TR 앰프에서 진공관 앰프로 바꾼 것 같은 느낌이예요.

음의 빠져나옴도 물 흐르듯 한결 매끄러워 아날로그적인 느낌이되, 따스한 느낌이 아니라 시원시원한 느낌에 스피드감이 굉장히 좋다고 느껴져요. 소리가 쭉쭉 빠져나옵니다. SMSL SP200 헤드폰앰프를 처음 들어봤을 때의 느낌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 외에는 특별히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대역밸런스 차이도 그다지 모르겠고, 대역폭이 어디까지 나가는지는 사람 귀를 달고 있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네요.

제 귀가 계측기도 아니고 20대 이전처럼 가청영역이 넓은 상태도 아니기에 제가 아무리 있는 그대로를 느끼려 노력했다 하더라도 위의 소감이 일순간의 상상력에 의한 플라시보일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아무리 측정상 왜율과 SNR, 다이나믹레인지 차이가 크다고 해도, NW-A45 정도만 되어도 이미 충분한 성능인데 그 이상의 성능 차이를 사람 귀로 구별한다는게 가능한 일인지도 의문입니다. 사실, 두 기기 중에 어느 것의 사운드가 객관적으로 더 낫다고 판정하기에도 애매하고요.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솔직한 소감으로 저는 iAUDIO HIFI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훨씬 작고 가벼운 플라스틱 바디의 기기라서 싸구려 소리가 날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쉽지만, 얘로 듣는 음악만큼은 분명 더 리얼하게 와닿네요.

제겐 사실 NW-A45 외에도 소니 기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 스마트폰인데, 전화기이므로 비교하기에 좀 애매하지만 굳이 이걸 샀던 이유는 NW-A45의 소리에서 뭔가 부족함을 느껴서였습니다. 스마트폰임에도 좀 더 틔여있고 완성도가 있는 소리라고 느꼈으나, 문제는 출력이 너무 낮았습니다. 결국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고 메인 스마트폰과 핫스팟 연결하여 차량용 스트리밍 재생기기 대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결국 NW-A45는 디자인과 그립감, 기능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늘 계륵처럼 느껴지던 사운드 때문에 방출 확정입니다.

아무쪼록... 마음에 드는 기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