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체가 뭐냐... - SIMGOT EW100 DSP 해체기.

(문자 그대로 복구 불가능한 해체기라 절대로 따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래는 어제 도착한 또다른 택배인 SIMGOT EW100P와 EW100 DSP 인증만 하려고 했는데
상자 뜯어서 소리를 들어보니 EW100 DSP 소리가 다른 분들 평가와 다르게 영 마음에 안 들더군요.. orz
소리도 그렇고 착용감도 미묘하게 다른데 결국 EW100P가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막귀인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USB 연결을 해도 UAPP에서 SIMGOT이라고만 떠서 대체 이게 뭔 물건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간만에 칼을 들고 해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EW100 DSP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건 다른 분들 후기에 더 자세히 나와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해체 대상인 단자 부분은 통짜 고무로 되어 있어서 분해 난이도는 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겉면은 옆으로 칼집 넣어서 힘을 주어 누르면 쉽게 칼집이 들어가고 그대로 갈라내서 제거했습니다.

(오랜만에 못생긴 손이 찬조출연했습니다..)

.. 설마 이 안쪽에 이런 무식한 몰딩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단자부터 칩셋 안쪽까지 몰딩을 꽉 들어차게 했더군요..
이게 생각보다 단단하기도 하고 두께도 있는 편이어서 벗겨내는 게 좀 귀찮더군요.. orz
그래도 단자 부분에 있는 경계선을 기점으로 칩셋에 안 닿게 벗겨냈습니다.

중간 과정인데 사실 벗겨낸다기보다 도려내는 수준으로 그냥 깎아냈습니다..;;
이렇게 벗겨내는 작업을 하다 보니 케이블 쪽에 걸리는 힘이 커져서인지 그냥 뽑히더군요..
그래서 단자 살리는 건 포기하고 그냥 뽑아냈습니다.

최종적으로 단자 부분을 빼내서 찍은 사진입니다.
뒷판은 그냥 평범하게 컨덴서 몇 개 붙어 있는 일반적인 꼬다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앞면에 박혀 있는 칩셋이 전혀 못 보던 물건이라 놀랐습니다..;;
일단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RealTek은 아닌 것 같았고 CX31993 정도겠거니 추측했었는데
예상을 한참 뒤집어 엎은 물건이 나와 버렸습니다..
일단 칩셋명부터가 KT0211L이라는 매우 낯선 물건이 나온 터라
대체 이게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결과가 금방 나오긴 했습니다.

http://www.ktmicro.com/?usb_73/

일단 업체명부터 생소한 KT Micro라는 중국 업체였습니다.
설립년도는 2006년이라고 하는데 영 알려진 내용이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봤습니다.
여기 박혀 있는 칩셋에서 예상되듯이 오디오 관련 칩셋을 디자인하는 팹리스 업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규모도 꽤 큰 것 같던데 한 번도 못 들어본 게 참 아이러나하더군요..;;

KT0211L은 이 KT Micro에서 만드는 USB Audio 쪽 칩셋의 한 종류였습니다.
위 링크에 들어가 보시면 여러 모델들이 나와 있는데, 여기서는 KT0211L 칩셋 사양만 확인해 보겠습니다.

일단 칩셋 성능만 놓고 보면 그냥 낮은 급의 DAC로 보입니다.
24bit/96kHz 지원에 SNR/DNR 103dB, THD+N -85dB로
흔히 보급형에 사용되는 칩셋들(RealTek이나 CX시리즈 등)보다도 낮은 편으로 보입니다.
특이하게 UAC 버전이 1.0만 지원되어서 스위치에 꽂아도 작동될 가능성이 높을 듯합니다.
마이크도 달려 있다 보니 ADC도 굴러가긴 한데 역시 스펙은 낮아 보입니다.

왜 이런 칩셋을 사용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 게, SIMGOT 입장에서는 이미 EW100만으로도
최대한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만들다 보니 DAC 칩셋과 같은 부수적인 부분에서 원가를 줄였다고 봅니다.
(안 그러고서야 전체 가격이 3만원 정도로 나온다는 게..)
칩셋 회사도 같은 Shenzhen에 지부가 있으니 커스텀하기도 용이했을 것이고,
여러 의미로 SIMGOT에게는 편리한 상황이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칩셋에 투자 좀 해 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 막귀로부터 시작한 호기심이 2만 얼마를 공중분해하게 만들었습니다.. orz
그래도 원하는 정보는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전혀 새로운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아직 못 뜯어본 물건들도 좀 확인해 볼까 싶기도 한데
이 이상으로 가면 가격들이 확 뛰어버리니 (분해 말고) 해체할 용기는 안 나더군요..
그냥 나중에 저렴한 물건 중 흥미로운 게 있으면 그때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지금처럼 평균 단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거의 안 나타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