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잡담

요새 이래 지내요.

alpine-snow alpine-snow
177 11 14

의식하지 않으면 별다르지 않은 세월입니다만,

털털한 듯 보여도 굉장히 민감한 성격이라서 디스토피아를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눈 뜨고 있는 24시간, 365일 내내 고통스럽던 감정은 잘 다스리게 되었지만,

사려 없이 달려드는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인내심이 빨리 바닥을 드러내는 편입니다.

힘들어지면 잠수 타거나 하며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한데,

뭔가 선을 넘는다 싶으면 대응이 꽤나 험악해지는 성격입니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들죠.


하여간, 요즘은 이렇게 지냈습니다.


1. 직장 생활

지방 제조업 품질관리로 입사하여 10여년 일 하다가 뛰쳐나온 지 1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회사의 생산관리로 재 입사한지 1년 반 쯤 지났습니다.

관리해야 할 품종이 고작해야 60여종으로 그리 많지는 않으나,

많지 않은 낡은 설비로 금형을 자주 교체해가며 저글링 생산을 해야 합니다.

A 제품을 잔뜩 찍어놓고 그 다음 B 제품, C 제품...G,H 제품을 찍습니다.

그 사이에 A 제품의 재고가 동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하지요.

그리고 각 제품들간의 출하량이 수시로 변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해가며 빵꾸내면 안 됩니다.

...그 동안 무던히 굴려왔는데, 최근 한 달여쯤부터는 실수가 잦아졌고 혼나기도 합니다.

나이 41 먹은 과장 체면이 말이 아니지요.

...이걸 혼자 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변명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이템별 연계된 설비의 capa 문제와 작업할 인원 변동의 문제 같은 건 늘상 있는 일이니까요.

도저히 안 되겠어서, 혼자 일 하다 뛰쳐나간 전임자를 수배해서 이젠 같이 해보자 하여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함께 일할 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 세 명이 해야 적정선이라 판단되는 일을 통상 둘이서들 하다 보니 그 동안 이직이 잦았고,

그걸 전임자는 1년, 저는 1년 반을 혼자 버티다 보니 정신력이 바닥이 나더군요.

...회사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 묵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못 고칩니다.

업체의 관리 시스템은 철저하길 요구하면서 비용은 아무리 봐도 충분히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업체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굉장히 보편적인 문제예요.

나는 내가 더 일한 만큼 월급을 더 받길 원하지만,

나는 남에게 일을 시킨 비용을 치르기 싫어하는 현상을 보통 사람들에게서 너무 많이 봐서

요새는 그냥 사람 만나는게 싫어져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남도 원한다는 것쯤은 알았으면 싶은데,

현실은 내가 보고 싶고 생각하고 싶은대로만 말하고 생각하며 여론을 형성하더군요.


제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니고 다 옳은 것은 아니겠으며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이국종 교수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 많은 공감이 느껴집니다.


2. 취미 생활

...거의 못 하고 지냈습니다!!

직장 생활마저 하루하루 마치고 오면 체력이든 정신력이든 다 바닥나서 쓰러질 지경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편입니다.

직장 생활에 매우 해로운 성격이지요.

기본적인 것 위주로 대충 팍팍 해놓고 모자란 부분은 혼 나고 넘어가면 되는데,

저는 그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붙잡고 100점짜리를 만들려 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고 퇴근해서 오니, 취미 생활 할만한 체력이 남아있지를 못하지요.

그래도 니콘 D200 DSLR을 번쩍 들 힘은 남아있어서 다행입니다.


3. 미래 준비?

노후 준비 말곤 별로 안 해요.

30대를 지내는 동안 소개팅을 많이 받아보긴 했는데,

지방 중소기업 벌이로는 ATM 최소 사양에 못 미칩니다.

제가, 뭔가 마음을 모아 살아가면 된다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현실이 너무 금전 만능주의로 무비판적으로 온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혼자 사는게 좋은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억지로 함꼐 하려 함은 불행을 자초한다고 느낀 뒤로는 최대한 제 자신만을 돌아보려 노력합니다.


4. 그래서?

저야 뭐 그저 직장에서 무던히 버티며 열심히 일 잘 하고,

너무 늙기 전에 다양한 경험들을 해본 뒤 편안한 최후를 맞는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의 성장 동력을 창조해내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이 크기는 합니다만,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한 채 스스로를 채찍질해봐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아서 어쩔 수 없네요.


그저, 서로가 시기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계속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사랑하고 살아도 만만찮은 세상인데,

요즘 우리네 사회는 말초적인 감각대로 살아가는 경향이 점점 커져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디스토피아가 도래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모두가 마음을 평온히 되돌렸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5. 앞으로는?

안정을 도모한 뒤,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취미 삼아 해보다가 덕업 일치를 이루는게 꿈입니다. ㅋ

헤드파이든 사진이든 아직은 새로이 할 시동도 잘 안 걸리고 있습니다만,

너무 서두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사진쟁이 사진쟁이님 포함 11명이 추천

댓글 14

댓글 쓰기
profile image 1등
덕업일치... 잘하면 좋은데
제 경우엔 좋아하던 취미가 세컨 잡이 되니까
즐거움이 없어지더라구요.
장비도 가성비만 찾게 되고
즐겨야 하는 과정도 효율을 생각하고 하니까...
나이가 들어 가니까 다 귀찮아서
취미가 부업이 되었던 사업들은 모두 접었네요.,
돈은 그냥 벌고
내가 즐기는건 그냥 즐기는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어요.
00:35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iHSYi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되면 고달파질 수 있다는 점 공감합니다.
어쨌거나 업을 하려면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 번다는게 늘 그렇듯 참 고달프지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고민하게 될 듯 합니다.
22:00
23.07.18.
2등

지내고 계시네요.

자기 마음자리만 잡아두면 세상 아무것도 아닙니다.^^

00:40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뮤직마니아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많이 내려놓아봤는데,
눈에 띄면 또 결국 스트레스 받고 걱정도 되더군요.

...그래서 영디비처럼 익숙한 곳이 아니고서야 타인을 만나는 자리는 가급적 피합니다.
뉴스도 대충 흐름만 보곤 디테일한 부분은 알려고 하지 않게 되었고요.
대부분 제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이니까요. ㅋㅋㅋ
22:02
23.07.18.
profile image 3등
뜸하시더라니.. 잘 헤쳐나가서 뜻하시는바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인생..뭐 있나요.
전 호스만 안 꼽고 죽으면 감사입니다.
00:43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JNK
감사합니다.
저도 뜻하는 바야 말씀하신대로 호스 안 꼽고 죽으면 최고일 듯 합니다.
늙으면 마음 둘 곳이 없다는 점은 아쉽긴 한데, 짐이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합니다. ^^
22:04
23.07.18.
profile image
일이 많고 바빠지면 아무래도 취미에 쏟을 체력이 모자라더라구요.그래도 평생 갈 취미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즐겨보려고 합니다.
06:47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숙지니
주위에서는 취미생활 하면서 스트레스 풀라고 하는데,
말씀하신대로 일이 힘들어지니 취미는 고사하고 잠이라도 실컷 자는게 낙이 되더군요.
그런데, 저는 자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피곤하니 내일도 버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잘 뿐, 사실 자는 시간도 너무 아깝습니다.
22:06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자는 시간 정말 아깝죠. 돌아오지 않는 20대때의 체력을 그리워해 봅니다.
22:40
23.07.18.
profile image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영디비 자주 오세요.

안그래도 최근 어떤 글에서 알파인님이 생각나서

간단히 언급했던 적이 있습니다. ㅎㅎ


전에 한잔하시고 쓰신 글도 그렇고

생각보다 여리신 것 같아서 저도 종종 걱정되더군요.

09:41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Gprofile
말씀 감사합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기를 수없이 시도해도 잘 되지 않는 여건이긴 합니다.
조금 지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듯 합니다.

밖에서는 어지간히 시끄럽게 굴고 때로는 냉정하게 굴며 다니긴 한데,
말씀하신대로 내면은 많이 여리여리한 편입니다.
나름 네가지 없게 행동한다고 하는데도 주위에서는 가면인 걸 알아차리더군요.

의외로 별 지장은 없습니다.
문제는, 제 마음이예요. ㅋ
제가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가리네요.
22:25
23.07.18.
profile image

디스토피아 가 현실이 된 세상입니다. 항상 조심해야됩니다.

13:36
23.07.1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박지훈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성찰이 너무 없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아닌데 하는 사람들을 너무 따르는 경향도 있고요.
그리고 상대방을 너무 내 잣대로만 판단을 하고 또 끼워맞추려 해요.
그 자신은 그걸 싫어하면서도 말이예요.
22:41
23.07.1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월 활동 이벤트 상품 안내! 23 영디비 24.05.16.16:29 800 +11
사람을 찾습니다! 12 영디비 24.03.22.15:29 3083 +17
image
영디비 20.05.20.02:32 1.2만 +48
잡담
image
영디비 22.08.31.05:08 2.4만 +45
image
영디비 20.05.15.21:24 2.6만 +39
잡담
image
로우파이맨최노인 24.05.08.01:09 3945 +30
잡담
image
COCT 24.05.01.15:48 612 +30
잡담
image
SunRise 23.09.17.01:24 1670 +27
공지
normal
영디비 20.01.08.16:38 9.9만 +27
잡담
image
영디비 23.04.12.19:44 879 +26
음향
normal
SunRise 21.02.11.23:04 8.2만 +25
음향
image
영디비 24.04.22.15:02 568 +24
잡담
image
로우파이맨최노인 24.04.10.15:55 4309 +24
공지
normal
영디비 24.01.27.11:13 371 +24
잡담
image
영디비 23.09.27.16:38 167 +24
잡담
image
영디비 22.07.27.22:35 5715 +24
잡담
normal
영디비 21.07.26.17:34 2942 +24
잡담
normal
방울이 20.05.18.02:35 2592 +24
잡담
image
alpine-snow 24.05.15.01:03 1699 +23
잡담
normal
영디비 22.09.24.16:31 4026 +23
음향
image
SunRise 3일 전00:24 251 +22
잡담
image
사진쟁이 23.11.05.16:13 537 +22
잡담
image
연월마호 19.10.02.12:21 8233 +22
음향
image
SunRise 24.05.05.16:07 667 +21
공지
image
영디비 24.03.11.19:08 880 +21
음향
image
SunRise 24.01.20.03:34 723 +21
공지
image
영디비 24.01.01.00:01 161 +21
잡담
image
연월마호 23.06.13.23:44 1093 +21
잡담
image
영디비 23.04.03.22:12 516 +21
잡담
normal
바밤바55 20.11.30.22:22 1982 +21
잡담
normal
듀라렉스 19.06.26.07:19 2423 +21
잡담
image
연월마호 4일 전12:06 1만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