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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T-100 도착, 첫 느낌.

alpine-snow alpine-snow
1119 11 12

하이디션 메인 라인업은 아니지만, 하여간 첫 하이디션이네요.

일단 저는 게임용이 아닌 음악감상용으로 샀습니다.

게임을 그리 많이 하지 않고 음악 감상을 훨씬 많이 합니다.


제품을 받고 보니, 밀봉 패키지부터가 너무나도 평이해서

새로운 고성능 이어폰을 샀다는 감흥은 그다지 못 느꼈습니다.

KakaoTalk_20230914_231840030.jpg


비닐을 벗기고 뒷면 촬영...

KakaoTalk_20230914_231840030_01.jpg

음질과는 별개로, 일반적으로 유선 이어폰이라 할 때 10만원대면 꽤 고가로 느껴지게 됩니다.

그에 비하면 패키지는 몇 만원대 저가형 이어폰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패키지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아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박스 안의 내용물은 이게 전부입니다.

KakaoTalk_20230914_231840030_02.jpg

하드 케이스 하나만 나왔습니다.


하드 케이스를 열면...

KakaoTalk_20230914_231840030_03.jpg

매우 기본에 충실한 구성입니다.


최근 유선 인이어 이어폰들의 패키지를 보면 최소한 이어폰 본체를 폼 덩어리나 종이 틀에 고이 모셔놓고

케이블과 이어팁을 따로 담아두는 정성을 보이지만,

T-100은 케이블과 이어팁까지 미리 끼워서 케이블을 돌돌 말아 케이스 안에 넣어둔 것이 전부입니다.

여분의 이어팁은 상단 주머니에 별도로 담아두었고요.


고오급스런 대접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패키지일 수 있겠으나,

저는 이게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꼭 필요한 구성만을 갖추며

남은 비용은 제품 본체 쪽에 전력투구 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쉘은 합성수지 사출 재질로, 표면에 플로우 마크(사출 흐름 무늬)가 보일 정도로 원초적입니다.

평범한 재질감에 금형 파팅라인이 보여질 정도이나, 그러면서도 거친 면 없이 말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비주얼보다는 본질에 훨씬 충실한 느낌은 요즘 제품들과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KakaoTalk_20230914_231840030_04.jpg


기본 장착된 흰색 중짜 팁은 여느 이어폰 팁들과 다른 점 없이 매우 평범합니다.

여분의 흰색 대짜 이어팁을 끼워보니 노즐 끝이 팁 끝단에 매우 가깝게 노출됩니다.

그리고 노즐이 엄청나게 굵습니다.

이어팁 코어 터지겠다 싶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처음 보는 적절하게 타이트한 핏팅입니다.

KakaoTalk_20230914_231840030_05.jpg


일단 첫 인상이 매우 적절합니다.

신품 구매한 물건이 외관상 하자가 없고 좌우 밸런스도 칼같이 잘 맞는 일은 매우 오랜만입니다.


케이블이 무척 가는 편인데, 빈약하지는 않으며 돌돌 감아 쓰기에 적절한 느낌입니다.

착용은 정착용과 오버이어 둘 다 해봤는데, 제 귀엔 그냥 오버이어가 맞네요.

언더이어 착용은 조금 억지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오버이어 착용시 케이블에 이어가이드가 없음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소리도 매우 적절합니다.

첫 가동시에는 다소 먹먹함과 둔탁함이 느껴지다가 BA답게 한 시간쯤 내버려두니 소리 잘 나오네요.

이게 DD 대비 BA의 장점 아니던가요. 나머지는 실리카겔 통에만 잘 넣어줘도...

여하간 Raw 그래프에서 보여지듯 DF 플랫의 범주이며, 듣기에 따라서는 심심하게 느껴질 듯 합니다.

그러나 그게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니터링용이나 순수 음악 감상에서 이만큼 적절한 건 없겠지요.


전반적으로 채색감이 그다지 없이 매우 담담한 느낌입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그런 제품 치곤 잔향이나 배경은 충분히 잘 나옵니다.

어찌보면 색채감 표현에서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색채감이 잘 느껴지는 제품의 단점은 그게 때때로 내지 항상 과장되게 들릴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순정 이어패드의 W100이나 울트라손 극초기형 제품 등 20년 넘은 제품들...

요즘은 그런 제품들을 찾아보기도 어렵지만요.


저역은 넉넉한 느낌은 아니나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고 극저역까지 확실하게 나와줍니다.

저역이 많은 걸 싫어하시는 분들께는 메리트가 있겠고 빵빵하고 묵직한 걸 원하시면 아쉽겠지요.

저는 둘 다 즐기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일단 극저역까지 잘 나와준다는게 맘에 들고요.

하만 타겟의 제품들은 풍부한 저역 이면에 이따금 저음의 부담스러움이 다가올 때가 있으나,

DF 타겟의 제품들은 허전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지언정 부담스러움은 없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 중간 언저리의 제품도 나오면 좋겠지만, 포지션이 어정쩡해진다는 단점도 있겠지요.


전 대역에 걸쳐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안정적인 대역밸런스를 갖고 있는데,

스펙상 고역 대역이 16KHz로 비교적 좁으며 측정치로도 20KHz까지 딱 뻗지는 못합니다만,

청감상으로는 결코 묻히지 않고 딱 쏘기 직전까지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잘 나옵니다.

ER-4S와 다소 비슷한 느낌이되, 고역 16KHz의 스펙에 비해 초고역대까지의 확장감이 느껴집니다.

녹음에 따라 고역이 착 가라앉을 때는 착 가라앉았다가, 트일 땐 꽤 광활하게 탁 트이는 느낌이예요.

그 점이 ER-4S보다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해상력이나 투명감이 확 도드라지지는 않으나, ER-4S보다는 더 좋다고 느껴지네요.

제 ER-4S가 오래되어 맛이 간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린필터 교체해가며 비교해보니... ㅎ

그러면서도 해상력이 좋게 느껴지게 하려는 의도적인 과장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1BA이지만 오케스트라를 들어도 음 분리가 잘 되어 악기 하나하나 파악하기에 매우 적절합니다.

스피드가 약간 느린 감이 있고 다이나믹 레인지가 확 넓지는 않다고 느껴지는데,

그건 DD나 그에 근접한 형태가 아니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BA 특유의 예리한 선예도와 쨍한 고역대의 장점은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좌우가 아래로 처진 원통 형태의 협소한 공간이 좌우로 펼쳐지는 ER-4S에 비하면 공간이 한결 넓직합니다.

특히 상하전후 공간감이 넓음이 크게 다가오며, 소리 하나하나의 위치도 눈에 보일 듯 매우 또렷하게 잡힙니다.

음상은 비교적 앞쪽으로 전치되어 맺히는데, 스피커로 듣는 듯한 바이노럴 느낌이 다소 있습니다.

보컬은 머리 정중앙까지 가까이 다가와 들리되, 음상이 크지 않아 말끔한 느낌입니다.

빅마우스로 훅 다가와 공간 다 잡아먹으며 치근덕대지 않아요.


여하간 ER-4S와 대동소이하면서 거기서 고역이 좀 더 트인 느낌을

3단 팁의 새디스틱한 착용감에서 해방되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제겐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오네요.


게이밍을 표방하고 나온 이어폰을 사놓고 정작 게임을 해보지 않았고 요샌 그다지 취미도 없지만,

제 경우 유일하게 즐기는 레이싱 장르의 게임에서 경쟁 차량의 위치 파악에 용이할 것이 기대됩니다.

FPS는 완전히 문외한이고 취미도 없어서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고막을 펑펑 밀어내는 성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장시간 사용하는데에 부담이 적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성격의 제품에서 굳이 단점을 찾아야 할 필요는 못 느낍니다만,

정작 찾으려 해도 어디를 짚어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면에서 너무 적절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으나,

그 무난함이 갖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적절하다는 단어 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고성능 이어폰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그 생각에 가장 근접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너무 좋아서 막 아껴주고 싶고 흥분되는 그런 느낌은 아니되,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본연의 용도에 맞게 꾸준히 사용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쓸 사람이 저역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는게 아니면 큰 고민 없이 추천하기에도 무난한 것 같고요.

기본에 충실하여 화려함이나 묵직함은 없으되, 기본에 충실하기에 느껴지는 고급감이 있네요.


특히 ER-4 시리즈의 FR과 토널 밸런스가 맘에 드는데,

착용감 때문에 도저히 못 쓰겠다 하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소리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엇비슷하게 접근하면서 착용감과 공간 표현력까지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들었을 땐 이게 뭐야... 시시해... 였는데,

지금 T-100으로 꽤 오래 듣고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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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talk idletalk님 포함 11명이 추천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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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공감되는 리뷰입니다 ㅎㅎ 

02:38
23.09.15.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nerin
감사합니다.
무려 리뷰라니요, 부끄럽습니다. ㅋㅎ
13:14
23.09.15.
profile image 2등

제 경우 유일하게 즐기는 레이싱 장르의 게임에서 경쟁 차량의 위치 파악에 용이할 것이 기대됩니다.

글고보니 알팩터2 가 업데이트로 HRTF 지원 하더라고요.

04:17
23.09.15.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RaceDriverMIKU
이젠 멀티채널 스피커가 아니어도 정확한 방향 감지가 가능하겠군요!!
13:15
23.09.15.
3등
Er4에 빠졌었던 사람은 이제품은 진짜 혜자템이져 ㅎㅎ
07:43
23.09.15.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wiju

일편단심 ER-4이신 분들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R-4의 최고 장점이 정확한 토널 밸런스인데 공간감이 너무 좁은게 치명적이지요.

T-100은 정확한 토널 밸런스에 공간감이 좋아서 어찌보면 객관적인 완전체인 듯도 합니다.

13:18
23.09.15.
profile image

멋진 리뷰네요. 관심이 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

11:19
23.09.15.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로드러너
멋진 리뷰... 부끄럽... ㅠ.ㅜ;;
13:19
23.09.15.
profile image
엄청난 지름입니다.
본인도 죽기전에 꼭 지르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12:08
23.09.15.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벤치프레스좋아함
감사합니다. ^^
11:52
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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