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고급 카세트 데크에 속하는 T-D7

1990년대 후반이면 이미 카세트는 오디오 시장에서 자리를잃어가는 시기였습니다. 동시기 이미 CD, MD, DAT과 같은 디지털 매체들이 등장해 더 우수한 신호대 잡음비, 편의성을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일본의 경제가 이제는 고급 오디오를 소비할만큼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이미 버블경제가 꺼져가던 일본은 90년대에 들어서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침체에 돌입했고 그 여파는 자연스럽게 오디오 업계로 들이닥쳤습니다. 그리고 1995년 윈도우 운영체제의 등장, MP3라는 새로운 디지털 음원이 등장하고 CD, LP 같은 저장매체를 이용한 일본의 비즈니스 구조가 송두리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데크로 녹음해서 매체로 듣는 형식의 감상법은 시대에 뒤쳐진 것이죠.

또한 수출 역시 힘들었는데,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인해 일본은 엔화 환율을 격상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전 세계에 팔아야했던 당시 일본의 기업들 역시 타격을 받습니다.

당시 최고의 카세트 오디오 회사로 평가받던 나카미치사는 최고급기였던 드래곤의 가격을 3배 올렸습니다. 원래도 비싼 고급기였던 나카미치가 3배 올랐으니, 아무도 사질 않았겠죠. 그렇게 70-80년대 시장을 주름잡던 강자 나카미치는몰락합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카세트 데크의 부활을 도모하고자 카세트데크와 디지털 매체의 융합을 시도하는 시도들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론 파나소닉의 DDC이고, 다른 시도 중 하나가 바로 본문 상단의 T-D7입니다.

카세트테이프의 대표적인 문제중 하나는, 태생적인 히스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카세트 테이프의 작동 형식의 문제였기 때문에 쉽게 해결이 힘들었습니다. 테이프에 자성이 있는 가루를 도포해 제작하는 매체 특성상, 자속 불균형이 발생하고 그로인한 노이즈는 필연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세트 제조사에서는 점점 재료들을 고급화하며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메탈테이프등이 그런 예시죠.한편 이를 회로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이제는 잘 아시는 돌비가 그것입니다. 돌비 연구소가맨 처음 내놓은 상품이 바로 이 카세트 테이프의 노이즈를 감쇄하는 회로였으니까요. 이런 시도들이 있더라도 CD급의 성능을 보이긴 힘들었습니다. 엄청난 투자를 한 고급기가 아닌이상은 말이죠.

파이오니아는 카세트 테이프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바로 음악의 대역대와 히스노이즈의 대역대를 분리하는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히스노이즈를 테이프에서 분리한 디지털 신호를 DA 컨버터를 이용해 내부에서 변환해 재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손실된 고음역대의 소리는 자체적으로 선형분석을 통해 추정, 복구 합니다. 업스케일링의 원시적인 방식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 방식으로 파이오니아는 CD와 동일한 수준의 잡음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로도 시대의 흐름은 이길 수 없었습니다. 00년대 우후죽순 등장한 MP3플레이어들은 말 그대로 카세트 오디오를 관짝에 박아버립니다.

그럼에도 파이오니아의 T-D7은 일본 특유의 시대에 엇나간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기기로 역사에 남습니다.

참고문헌

https://audio-database.com/PIONEER-EXCLUSIVE/player/t-d7.html

http://audiopub.co.kr/2021/12/26/대한민국과-일본-오디오-시장의-상황은-엇비슷하다/

https://cafe.naver.com/analoguser/122157?tc=shared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