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기다림 끝, Crosszone CZ-8A Enhanced.

그간 거쳐왔던 이헤폰들을 뒤로 하고 종결로 향하기 위하여 돈을 끌어모아 하이엔드 헤드폰을 사기로 하였고, 뛰어난 헤드폰들이 즐비했던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제가 선택한 것은 크로스존 CZ-8A였습니다. 선라이즈님의 헤드폰 랭킹에서 S 랭크를 받았고, 유닛 당 3개의 드라이버와 좌우 채널이 혼입되는 독특한 기술로 음장감을 구현했다고 하는 특이한 제품이였죠. 한국에서 인지도가 매우 적어 볼 기회가 희귀했던 것도 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구입을 마쳤던 10월 5일, 수입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재고가 떨어져 배송이 지연될 것이라는 소식이였습니다. 대략 20일에 발송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꽤 오랜 기다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10월 18일, 오랫동안 군침만 흘리며 헤드폰이 배송되길 기다렸을 때에, 제품이 마침내 한국에 도착하여 발송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흥미로웠던 소식은, 배송될 제품이 향상판(Enhanced)이였다는 것이였죠.

갑작스러운 소식에 크로스존의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CZ-8A와 비교적 저가의 모델인 CZ-10의 향상판을 출시했다는 뉴스를 17일에 올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선 11월부터 향상판의 배송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뉴스의 적힌 예정보다 먼저 향상판을 접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선 긴 기다림 끝의 보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보다시피 박스에 Enhanced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제가 이전 모델을 들어보진 않아서 이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중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패키징은 기본적인 구성품만 들어있는 정도로 단촐한 편입니다. 메인이 되는 CZ-8A 헤드폰, 1.5m 길이의 3.5mm 케이블, 3m 길이의 6.3mm 케이블, 사용 설명서, 보증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삼각형 모양의 패드 안에는 3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있습니다. 각각 저역부를 담당하는 40mm 드라이버, 사진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고역부를 담당하는 23mm 드라이버, 그리고 반대 채널 소리의 재생을 맡는 35mm의 드라이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기 드문 특이한 구조죠. 저 삼각형 모양의 패드도 귀에 편안히 안착되는 덕분에 결코 가벼운 무게는 아님에도 제가 착용한 헤드폰들 중에서도 가장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소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감히 소리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만한 내공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소리의 첫 인상에 대해 간단한 소감을 남기자면, 음선이 굵으면서도, 뭔가 퍼진 듯한 자연스러움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였습니다. 제조사의 말대로 음상이 머리 앞에 맺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들었던 이어폰과 헤드폰의 직접적인 음에서 한 두 발짝 물러나 타원형의 공간을 형성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쓰는 DAC의 성향이 따스하기 때문일 지도 모르지만 베이스의 존재감이 은근 느껴졌는데요, 그러면서도 또 과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들려줄 수 있는 작은 디테일들도 저 멀리에서 은은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다만, 볼륨을 너무 크게 올리면 밸런스가 약간 망가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적정선의 볼륨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저에게 있어선 최강의 편안함을 가진 헤드폰일지도 모릅니다. 착용감도 지금껏 봤던 헤드폰들 중에서도 매우 훌륭하고, 소리도 편안하면서도 해상도 높은 소리라니, 편안하고 이지 리스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헤드폰이 될 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다림이 곧 보답으로 돌아오듯 그동안 들으면서 감탄이 여러 번이나 나오더군요.

지금 저에게 있어서 가장 떠오르는 건 CZ-8A의 개선 전 모델과 개선 후 모델의 차이를 알고 싶다는 것 정도겠네요. 부족한 첫 후기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