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예...그렇습니다. 결국에는 '이어 스피커' 를 진심으로 구매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된 것 같아 무섭기도 합니다만, 여튼 이번 기회에 정전형 헤드폰의 진수인 스탁스 헤드폰의 플래그쉽 모델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달 생산량이 수 십대에 불과한 이런 모델들은 현재 일본에서도 재고가 남아 있는 상점이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운 좋게 재고가 남아 있는 인터넷 상점을 겨우 발견하여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제가 구입하고 나니 바로 품절 표시가 뜨는 마법...) 따라서 2023년 11월 기준으로는 발품 손품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일본 상점은 한국인이 구매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취소 때려버리는 우여곡절도 겪었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비참했습니다.​​

 사실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역대 최저로 엔화가 싸다는 생각에 구매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스탁스의 폐쇄적인 정책에 따라 일본 직구 시 1년 보증 A/S 는 물론 유상 A/S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전용 앰프가 도착하지 않아 감상편은 추후에 들려드리겠지만, 스탁스 제품의 패키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좀 더 자세한 사진을 올려드립니다. 

 두꺼운 종이 박스를 열면 비닐로 포장된 오동나무 박스 패키징이 나옵니다. 이 오동나무 패키징 역시 정성스럽게 비닐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오동나무가 먼지와 습기로부터 이어 스피커를 보존해 준다고 믿고 있는 스탁스이기에, 대다수의 스탁스 플래그십 라인 제품들 역시 이런 패키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SR-007의 경우 007 철가방 같은 것에 넣어 판매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은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동나무 박스를 열면 사진과 같이 헤드폰 본체와 케이블 2종이 다시 비닐 포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은 하나는 긴 것(2.5m) 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짧은 것(1.5m) 입니다. 두 케이블의 성능 차이는 길이에 따른 임피던스 차이만큼 발생하는 것일까요. 뭔가 궁금하긴 합니다. 

 본체 확인을 위해 비닐포장을 벗겨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느낌의 색조합이 뭔가 제 통장의 미래(?) 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 한편으로는 섬뜩하긴 합니다. 외관 확인 결과, 제품 본체의 빌드 퀄리티는 하이파이맨의 서스바라 보다 훨씬 좋아 보입니다. 비슷한 가격인데, 그 정도로 빌드 퀄리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하이파이맨이 비정상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당장 듣지는 못하지만 일단 헤드폰 스탠드에 걸어보았습니다. 디자인 자체는 과거의 제품들의 형상을 많이 닮아 있긴 하지만 현대적인 느낌으로 승화한 것 같아 보입니다. 특히, 선라이즈님께서 말씀하셨던 방사음을 정렬하는 다이어프램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그 기능 또한 대단하지만 디자인 적으로도 상당한 고급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대적인 부분은 매우 잘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그런지 최근 보았던 헤드폰 중에서 그 디자인 완성도 만큼은 가히 원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상당히 불안한 상태입니다. 만약 앰프를 연결하여 들어보았는데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노이즈가 발생하거나 등등...뭔가 소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방법 없이 그대로 손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정발판을 구매한다면 무려 천 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합니다.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그런 비싼 가격 부담을 감당하는 행위는 불가능 하기 때문에 부디 무사히 이상 없는 제품이기를 눈 감고 빌어야만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