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에라자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

 지인과 함께 국내 최대의 음향 기기 오프라인 상점인 셰에라자드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천문학적인 가격의 헤드폰과 이언폰들을 보고 그림의 떡 처럼 그저 부러워 하고만 있었는데, 저 멀리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유니폼에 밀짚모자를 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분의 정체는 바로 '스님' 이었습니다. 

 그 스님은 셰에라자드의 청음환경이 매우 익숙하신 듯 청음용 의자에 자리를 잡고 무언가에 홀리듯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걸 '스님 백팩' 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여튼 이렇게 생긴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상당한 고급 기종으로 보이는 DAP와 이어폰이었습니다. 스님이 셰에라자드라니...어떤 목적으로 방문하셨든 간에 아무리 봐도 신기하기만 한 상황....지인과 본인은 숨을 죽이며 스님께서 어떤 행위를 하실지 조용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먼저 자신의 DAP로 음악을 들으시더니 이어서 셰에라자드에 비치된 앰프에 자신의 이어폰을 연결하여 들어보시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DAP와 거치형 앰프의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비청을 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물론, DAP와 거치형 앰프의 성능 차이는 굳이 비청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제 생각에는 플래그십 거치형 앰프를 구매하기 위한 청음을 하시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스님이 청음샵이나 셰에라자드와 같은 오프라인 음향 기기샵을 방문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신기해 하거나 편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사실 스님이야말로 음악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직업전선에 계신 분일테니 불교음악을 가장 잘 들려줄 수 있는 최적의 음감용 셋팅을 찾는 행위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