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지름 마지막 물건 도착, 텐치짐 올라

저번 3월에 지른 마지막 물건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텐치짐 올라가 왔습니다. 언제나 받아도 즐거운 택배상자의 설렘이란.

일러스트가 반겨주는 포장상자. 동봉된 일러스트 엽서도 있네요. 십덕이라서 뭐 이런게 있으면 더 좋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번들이어팁과 파우치는 쳐다보지도 않고 봉인.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가 이제는 귀 피부가 좀 예민해졌어요 흑흑. 예전엔 알포를 몇 시간을 껴도 멀쩡했었는데...

그래도 나름 고역향상팁과 밸런스팁을 각각 3쌍씩 챙겨주긴 하더군요. 노즐 구경 차이지만, 번들팁이 풍성한 건 나름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닛이 생각보다 이쁘장해서 한 컷. 케이블은 뭐 평범한 번들 케이블이지만 마감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얘도 은근 리뷰들에서 착용감에 대한 불평들이 좀 있어서 셀라스텍 팁을 끼워봤습니다. 그리고 왜 불평했는지 바로 이해가더군요. 셀라스텍이고 나발이고 내 착용감의 불편함은 유닛 디자인의 문제다 핫하!

정착용이 미묘하게 안되서 뭔가 매우 살짝 들떠서 차음이 애매하게 되고 누음이 약간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 상태에서 듣는게 의도된 소리 같단 말이죠. 유닛을 의도적으로 눌러서 밀착시키면 공진점이 좀 안좋은 쪽으로 변하고 저음역대의 양감이 늘어나면서 타격감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팁을 또 바꿨습니다. 유코텍 RE-1pro에 따라온 번들 L사이즈 팁으로. 한 사이즈 크게.

이쪽으로 착용하니 착용감은 확실히 개선되는데, 저음의 양감이 좀 많이 늘어나고 공진점이 변해서 중고음역대가 좀 가라앉는군요. 결국 다시 셀라스텍 MS 사이즈로 돌아왔습니다.

여튼 대충 저도 구글에 올라 리뷰 쳐보기만 해도 나오는 착용감 문제를 동일하게 겪고 있다는 전제로 소리에 대한 첫인상을 남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꼭 이런 제품들이 소리는 또 마음에 들어서 제품을 애증하게 만들고 맞는 이어팁 찾아 삼만리를 떠나게 만들죠. 이 친구도 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듣자마자 한 눈에 다름을 느끼고 색다른 재미를 느끼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예전에 익히 들어왔던 혹은 추구했던 소리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애들이 있는데 올라는 후자 쪽이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유코텍 RE-1 pro L사이즈 팁과 한 컷. 착용감 면에선 이 쪽이 확실히 좋긴 한데... 소리가 좀 부드러워지는 기부니.

소리를 두괄식으로 한 번에 정리하자면, 중립적인 색감 속에서, 하만타겟에서 중음역대를 살짝 끌어올리고 치찰음역대를 듣기 편하게 제어하면서 초고음의 개방성을 확보한 소리, 혹은 DF타겟에서 저음 중음 고음이 약간씩 고르게 강조된 W자형 사운드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느낀거긴 하지만 저는 원체 DF타겟에 쩔어 살았던 인간인지라, 많은 리뷰들에서 저음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본 뒤 직접 그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쉽게 공감을 못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동일하더군요. 하기사 09년도부터 대충 자기 좋아하는 소리 깨닫고 온갖 플랫하다는 제품들만 찾아댕기다가 11년도부턴 아예 알포를 구입하고 정착했으니까.......뭐 그래서 가끔 요즘 사람들 대화를 못 따라갑니다 흑흑

여튼 올라도 참 매력적인 사운드를 가졌습니다. 뭐 실청음 몇 시간이라서 아직 자세하기 쓰긴 좀 힘들겠지만,

전술한 전체적인 톤밸런스 외에 바로 느껴지는 부분들로는 각각,

타격감과 잔향감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잘 잡은 저음역대, 여성보컬 대역이 약간 전방으로 배치되어 있고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맛을 잘 살리는 중음역대, 자극을 주는 대역들을 은근하게 억누르고 나머지는 적당히 밸런스를 챙기는 선에서 확보한 고음역대와 개방감을 더해주는 초고역대 정도가 있달까요.

특히 저음역대가 디테일 면에서 꽤나 선명하게 묘사되는지라 다른 보컬형 제품들처럼 타격감으로 보컬을 받쳐주기 보단 조화롭게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는 느낌입니다. 그런면에서 저음이 부족하다는 반응들도 당연히 영향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음역대의 세밀한 묘사를 듣고 나니 굳이 왜 베이스 개선 버전을 냈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더군요. 자신감이 좀 있을 법하다는게 납득가는 저음 표현력입니다. 잔향감, 타격감, 양감 세 가지 면에서 적당한 지점을 딱 골라서 튜닝해낸 소리를 엔트리에서 맛보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아무래도 올라 베이스 버전도 구할 것 같은 불안감도 같이 드는군요;; 걔는 심지어 다이어프라그램 재질이 달라

여러모로 요즘 엔트리들은 참 많이 발전해서 수집하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엔트리제품들 열심히 긁어모아도 결국 지나고 나면 커널형들은 망가진 것을 굳이 되살릴 이유까지 못느껴서 버리거나 멀쩡하지만 무나한 애들이 꽤 되는지라, 남는 것들은 오픈형들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요즘은 뭐 커널형 위주로 모으게 되네요. 오픈형 이어폰이 멸종했다는건 비밀 아닌 비밀 ER4S든 슈어 E1C든 간에 커널형 이어폰이 나온지 30년이 지나서야 이제 본궤도에 좀 올라왔다는 느낌이라 뭔가 감회가 새롭...

근데 이미 시대는 블루투스의 시대로 접어든지 몇 년 지남

이제 한동안 또 지름 휴식하면서 도착한 애들 씹뜯즐맛하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다음 지름을 위해 잔탄을 모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