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got EA500LM, EA500, EW200 Follow-Up

며칠 전 리뷰를 올렸던 Simgot EA500LM을 비롯한 심갓 이어폰들에 대한 업데이트입니다.

1. Simgot EA500LM + NiceHCK BlackCat

리튬마그네슘 합금 다이어프램을 채용한 Simgot 심갓 EA500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낮은 저역이 개선되었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경직된 소리라고 느꼈습니다. 지난 번에 추천한 골드 필터와 Lunashops 루나샵의 그래핀 7N OCC 케이블 조합은 그런 단점들을 상쇄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감정을 움직이고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순간을 기대만큼 자주 만들지 못한다고 느껴 더 나은 조합을 찾아 보았습니다.

NiceHCK BlackCat 블랙캣은 오일 함침 아연합금 선재를 써 빈티지한 인상의 독특한 질감을 가진 케이블입니다. 저역은 기름을 먹은 듯 무거우면서도 가장자리가 번지는 듯한 느낌이 있고, 한편 고역은 아연의 느낌인지 빛이 바랜 소리가 납니다. 얼핏 하이파이와 거리가 멀게 들리지만, 반듯하지만은 않은 퍼즐 조각들을 조합해 바라는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도 오디오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EA500LM 레드 필터에 블랙캣을 조합하면 예의 그 경직된 저역 윤곽이 손으로 눌러 뭉갠 듯 부드러워짐과 동시에 탄력을 얻습니다. 또 지나치게 반짝거리던 고역이 빛을 살짝 잃으며 오히려 요염한 소리가 됩니다. 소리 외적으로 매끈한 검정색의 외관이 EA500LM과 찰떡처럼 잘 맞는 것, 20불 미만의 부담이 적은 가격도 큰 장점이죠.

EA500LM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시크와 권위를 떠올렸었는데, 이 조합은 권위를 일부 내려놓는 대신 어떤 퇴폐미 같은 것을 얻습니다. 잘 빗은 머리가 헝클어질수록 아름답고, 단정한 셔츠가 구겨져버려도 괜찮은 것처럼요.

 2. Simgot EA500 + ivipQ-253

이전에 추천했던 적이 있는 조합입니다. 사실적인 중역과 고역 표현을 가진 심갓 EA500에, 순은과 팔라듐 도금 은 선재를 써 투명하면서도 반짝이는 중역과 고역을 가진 케이블 ivipQ-253을 더해 장점을 극대화합니다.

단점을 상쇄하는 정반합의 조합이었던 EA500ML과는 반대로, 장점을 긍정하고 찬양하는 '그저 빛'인 조합. 너무 눈이 부시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ivipQ-253의 견실한 저역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므로 밸런스 면에서도 문제가 없습니다.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케이블이지만 포텐셜과 범용성이 높고 외관 또한 아름다우므로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3. Simgot EW200 + ivipQ-235 

심갓 EW200은 50불 미만 가격대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이어폰 중 하나지만, 가벼운 진동판과 하우징 탓일까 소리가 밝고 가벼운 것이 단점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전에 XINHS 그래핀 하이브리드 케이블 조합을 추천한 바 있었는데, 더 나은 조합을 발견해 추천합니다.

ivipQ-235는 7N OCC와 팔라듐 도금 은선을 엮은 하이브리드 케이블로, 앞서 EA500과 조합한 ivipQ-253만큼의 고역 전망을 확보해 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저역의 두께와 스모키한 질감을 추가합니다. 그 결과 경쾌하지만 때로 경망스럽기도 했던 EW200의 풋워크에 품격이 깃들게 됩니다. 케이블 값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큰 조합이긴 하나 결과물로 비교하자면 앞서 추천한 EA500LM, EA500 조합에 지지 않을 수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박을 연상케하는 색 조합도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