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종결 이야기
내가 만약 헤드폰 종결을 한다면 그 헤드폰은 무엇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앨범을 한 3장 정도 듣는 것 같습니다.
싱글 단위로 음악을 듣지는 않습니다.
일종의 버릇인데 한 앨범을 듣고 그 작가가 우리에게 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가름하고 그것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하는 놀이를 좋아합니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상업적인 의도외는 없는 앨범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명반도 매일 접합니다.
즉 싱글의 직접적인 유혹보다 자기들이 표현하려는 바를 파헤치는 스릴러적인 감성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앨범을 들으면서 그 앨범에 대해 자료를 검색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지식의 보고를 만나게 됩니다.
산해진미가 다 있지요.
그래서 매일 배우게 됩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헤드폰을 앨범마다 사용합니다.
어떤 앨범은 이 헤드폰으로 들으면 어떨까 하면서 다시 듣다 보면 한 앨범을 여러 번 듣기가 십상입니다.
자연스러운 비청이 이루어지고 나름 헤드폰 특성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지요.
그러다 문득 단 하나의 헤드폰만 있다면 이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답은 바로 나오더군요.
"지금 있는 것 중에 있지는 않아."
답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더군요.
경박한 성격으로 인해 하나의 헤드폰으로 만족하지는 못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상상하기로 했습니다.
다 듣지는 못했지만 많은 비청기와 설명을 보아서 어느 정도 감은 오더군요.
전 귀가 늙어서인지 음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들리고 악기의 모습이 보이는 헤드폰이 좋습니다.
지금껏 들어보고 이야기해 들은 것으로 추측건대 스탁스 sr-x9000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을 소유하고 계신 분도 이미 많이 계시고 최노인님도 이것을 매일 듣고 계시지요.
일전에 굳지님이 HD 800s를 소유하면서 "됐다 마! 나 이제 하산하련다"하고 떠나실 때 멋지더군요.
지금도 종종 오시지만 헤드폰 이야기는 더 이상 안 하시지요.
그런데 저 같은 덜렁이가 하나에 만족할 수 있을까 하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생각이 조그맣게 일렁이더니 급기야 큰 파도로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올해 가지게 될 중/상급기 몇 개를 잘 들으면서 다시 생각을 깊게 하고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면 그걸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아마 저도 영디비에 나타나지 않겠지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한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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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쓰기저는 80년대 초에 이분의 책을 읽고 헌책들을 구해 모두 읽었습니다. 저는 독서는 안 합니다. 책을 읽을 때 거의 노가다를 하는 기분으로 읽어서 저에게는 독서란 단어를 쓰기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초에 전 대통령 시절에 문교부 장관으로 역임했지요. 아마 학벌이 부족해서 정치에 발을 디뎠던 것 같고 독일적인 사유로 인해 후일 그에게 닥칠 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수많은 책을 해금시켜 우리 같은 젊은이들에게 읽게 했지요. 그중의 한 권이 포퍼의 [열린사회….]입니다. 이후 쏘련 음악들도 해금하여 처음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지요.
즐거운 독서 계속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철학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철학에는 문외한이라 최근 그 쪽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당장 생각나는 게 포퍼의 논증이라 비유를 그 쪽으로 하게 되었네요. 자신의 철학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날카로운 지적도 많이 남긴 인물인 만큼 포퍼의 저작은 추천해주신 '열린 사회' 이외에도 되도록 다양하게 읽어볼... 생각입니다. 제 시간이 허락하는 선에서요. 다만 번역본을 보게 된다면 되도록 문체가 보다 세련되고 중립적인 21세기의 책을 먼저 찾아볼 생각입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역사책을 많이 읽었지만, 뭔가 독자를 발 앞에 꿇리고 가르치는 듯한 5공 시대 이전의 글들은 아무래도 정이 가지가 않습니다^^;
정 없다면 영문판 책이라도 읽으려고 합니다. 저자의 사상을 담고 있는 책은 역시 본래 쓰인 언어로 읽는 편이 좋겠지만, 독일어라던지 프랑스어라던지 책을 술술 읽을 레벨이 되지 못하는 게 한이네요.
저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온몸을 엎드려서라도 배웠습니다.
아주 색다른 견해를 가지고 계시네요.
부디 원하는 독서 생활을 즐겁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함께 일했던, 그 분야에서 정말 유명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그 쪽 전문가들을 거의 모두 지도하고 배출하신 한 교수님이 있는데, 자신의 대학원생들에게는 가혹하기 그지 없지만 학부생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분입니다. 그 이유는 "대학원생은 내가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입장(employer-employee)이지만, 학부생은 등록금을 내는 고객(customer)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저는 책을 제발 팔아달라고 사정한 끝에 하사 받아 읽는 것도 아니고, 같은 주제의 책 중 서문과 목차 등을 보며 비교한 뒤 직접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특히,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는 작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구입한 뒤 지식욕을 채우기 위해 독서를 즐기는 취미 독서가, 즉 '고객'입니다. 전문 서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일 주제로 여러 저자가 편찬한 것들이 있어 결국은 독자를 놓고 경쟁을 합니다. 출판사에서는 교재로 써주십사 하면서 교수들에게 한권씩 보내주기도 하고, 학생들 또한 어떤 책은 설명이 좋고, 다른 책은 문제가 좋네 하는 이야기를 접합니다.
입맛에 맞는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독서로 쌓은 얕은 지식이 만드는 건 호사가(dilettante)에 불과하다는 비판 또한 정당합니다만, 모더니즘 시기의 중산층에게 있어서도 동시대에 같은 비난이 있었을지언정 '교양'이 그들을 단순한 노동 계층과 구분 짓던 중요 특징 중 하나였던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결국 과거나 현재나 그런 독서 인구가 지탱해온 것이 그러한 교양서적 출판이었고, 지금은 더욱 성장하여 '에듀테이너'라는 이들까지 나오게 한 배경이겠지요. 물론 그렇게 쌓은 얕은 지식으로 진정한 전문가를 깔보거나 업신여기는 것은 더 큰 문제고,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게 보이긴 합니다만 역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데다 그것은 독서 태도의 문제이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온몸을 엎드려서도 배우는 법이고, 분수에 맞지 않게도 저에게 찾아와 엎드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 이전에 제 스승에게 때로는 모욕감도 느껴가면서 짧지 않은 세월을 엎드려 가르침을 청했었습니다. 그것이 도제식 교육환경에 절반쯤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거라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로서는 같은 일을 행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제가 스승 밑에서 전문가로 도약한 것처럼, 제 앞에 찾아와 엎드리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전문가가 되고, 미래에 저의 학문적 동반자가 됩니다. 언젠가는 저와 어께를 나란히 할 사람들이고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제가 거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친구들에게도 동등한 대우를 하고 말을 높입니다. 오만해질 위험으로부터 저를 다스리기 위함입니다.
제자 되고자 청하는 이가 스스로 발 아래 몸을 낮출 수는 있습니다. 다만 스승될 사람이나 주변인들이, 찾아온 사람이 그러지 않는다고 하여 꾸짖거나 헐뜯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요?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이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 비난이나 칭송의 대상이 될 시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까놓고 말해 매체로서의 책은 상품일 뿐이니까요.
절대 가져서는 안되는 태도라고 믿고 살고 있어요.
X9000좋긴 하더라구요 ㅎㅎ 그정도라면 종결해도 될거같습니다 ㅎㅎ
욕심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종결하면 과연 행복할까요? 한 영역에서 종결하더라도 아마도 다른 영역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STAX X9000
건강과 장수를 위해 종결기의 행방이 끝까지 묘연하길 기원해봅니다. ㅎㅎㅎ
플래그쉽 헤드폰 가지고 기변증 걸리는 분들은 많지만 룸 잘 세팅하고 음감하시는 분들은 기변 잘 안하시는 것 같습니다.(제대로 룸튜닝 및 보정을 할 줄 아는 경우 한정. 부밍을 케이블/앰프교체로 잡고 뭐 그러는 분들은 평생 불가능)
X9000 살 돈이면 충분히 훌륭한 오디오룸을 갖출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방 하나를 포기해야겠죠
... 근데 방 하나의 공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가격이...??
다시 그 짓 못합니다.
재밌는 충고 감사합니다.
세개만 여쭙습니다
측정 해보셨나요?
흡음재 둬보셨나요?
서브우퍼 써보셨나요?
셋 다 해보니.. 한국 아파트의 표준 층고, 구조에서는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제가 주택을 구입하기 전에는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풀흡음+bacch나 멀티채널 반사음합성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쪽은 일반적인 길은 아니구요
다른건 그렇다쳐도 층고는 너무 치명적인 듯 합니다...
종결기를 들임으로써 음향기기 컬렉션(Arsenal)을 끝맺는다는 계획은, 카를 포퍼가 합리적인 방법에 의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함을 논증한 것 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결국 원래 듣던 곡을 더 감동적으로 들을 수 있는 청취 방법을 찾거나, 몇 일, 몇 주, 몇 달, 혹은 몇년간 다시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곡을 찾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 게 오디오파일이 아닐까요?
특히 전자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한 재생기기의 종결이란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