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오늘 한낮기온이 (제 동네 기준)기어코 36도를 찍고 말았습니다.
추석을 일주일도 채 안 앞둔 시점에 맞은, 기후변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날씨인데요.
지난 주말에는 기후위기의 주범이 되어온 대기업의 본사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는 강남에서 기후행진도 열렸었죠.
기후변화 앞에서 많은 이들이 책임 회피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남탓하기 바쁩니다. 그치만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단체인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오늘날의 기후변화가 제1세계의 선진국 시민인 우리에게 그 어떤 다른 나라 시민들에 못지않게 기인하고 있음을 수 차례나 단언했습니다. 각종 기후관련 뉴스들에 지금도 줄줄이 달리고 있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봐야 중국 인도 때문에 소용없다'는 투의 말들은 죄다 면피성 뻥이라는 얘기입니다(심지어 애초에 그 나라들이 배출하는 탄소도 우리가 우리의 소비를 포기하지 못해서 그 나라들을 공장 삼고 있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꺼내면, 혹은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이 행동으로 나서는 기후행동가들에게라든지, 말합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냐고.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고. 심지어는 너도 옷 입잖아, 신발 신잖아, 핸드폰 쓰잖아, 고기 먹잖아 같은 유치한 공격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런 어리석고 못된 짓거리는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하나둘씩 일상에서 실천해나가면 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뭐가 있을까요. 여러분들과 다를 바 하나 없는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하는 것들을 한번 돌아봤습니다.
1. 에어컨 최소화하기
에어컨을 잘 틀어놓는 공공장소에서 일합니다. 한두 명을 위해 에어컨을 틀어놔야 하는 경우를 최소화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 저 혼자 있을 때는 결코 에어컨을 틀지 않습니다. 사실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이란 전제에서 왠만큼 더워도 선풍기만으로 버틸 만 합니다. 왜 안될까요? 우리 선조들은 에어컨 없이도 잘만 살았습니다. 선조까지 갈것 없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우리에 비해서는 더위 훨씬 잘 견딥니다. 평소에 에어컨바람에 너무 익어 버려서 신체의 온도조절능력이 약화된 분이라면 좀 적응기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는 연습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과도한 에어컨은 저는 가능한 선에서 다 낮춰 버립니다. 왠지 이점을 지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공공장소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내가 충분히 시원한데도 온도가 22도라느니, 터보라느니 맞춰져 있으면 저는 눈치 보지 않습니다. 바로 26도로 올려버립니다. 그것이 그 분과 저, 그리고 모두를 위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2. 일회용품 최소화하기
우리 일상에서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때가 커피 테이크아웃 아닐까 하는데요. 저는 텀블러가 없으면 테이크아웃하지 않습니다. 또한 직장에서도 텀블러 사용으로 종이컵 등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텀블러는 보온보냉도 잘되고, 설거지가 귀찮다는 분이 계시지만 집안일을 등한시하지 않는 분이라면 설거지할 때마다 같이 해주면 될 일입니다. 또한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며,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습니다.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품 쓰레기가 진짜 어마어마해요.
3. 빨래 줄이기
이건 여름에는 좀 힘들 수 있는데요. 원래 가급적 자주 빨지 않는 편이 좋은 청바지 등등은 물론이거니와 땀흘릴 일이 없었다거나 하면 반팔티 같은 거라도 한번만 입고 대번에 빨아버리지 않습니다. 땀흘렸던 게 아니라면 솔직히 두번은 입을만합니다. 빨래도 환경오염에 큰몫을 차지하는게, 물을 많이 쓰고 오염시키며 옷이 빠르게 닳아서 새옷을 사게 하는 데도 일조합니다.
4. 물건 아껴쓰고 오래쓰기, 과소비 지양하기
기본적으로 물건을 아껴씁니다. 예를 들어 사실은 더 나은 사양의 에어프라이어랑 엘지 코드제로를 사고 싶은지 오래 됐는데, 그거 둘이 비싼 것도 아니지만 참은지 오래됐습니다. 지금 에어프라이어도 한번에 많은 양을 하려면 나눠서 돌려야 한다지만 어쨌든 작동은 잘되고, 차이슨도 흡입력이 조금 떨어졌을지언정 멀쩡히 작동하거든요. 마지막으로는 제가 가장 힘들고 안되는 분야인데요. 과소비를 지양합니다. 좋아하는 분야의 소비라도 기후변화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독서를 무지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종이책의 질감과 물성을 좋아하는데요. 몇년 전부터는 전자책이 나와있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면 아무리 소장하고 싶던 종이책이라도 가급적 구매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단 저를 봐온 분들은 아실 것이듯 귀는 두 개뿐인데 이헤폰은 수십 개가 넘네요. 자주 반성해왔듯 이 지점은 저 자신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이라 하겠습니다. 제나름 노력한다고 신제품을 사기보다 주로 중고거래를 통해 들어보고 싶은 이헤폰을 입수합니다만, 이또한 제가 낸 중고물품 대금이 신제품을 구매하는데 들어간다면 아주 적절치만은 않다고 할 수 있겠지요.
소비는 기후변화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힙니다. 갖고 싶은 게 있어도 각자 가능한 선에서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 같아요.
5.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가용이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 탈까말까합니다. 운전을 별달리 좋아하지 않고 서울은 늘 밀리는데다 주차도 문제인 탓이 크지만 전기차도 아니어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서입니다. 대중교통을 타면 역에서 내려서 집까지 걷기운동(?)도 할 수 있어요.
누군가는 고작 이것들 가지고 무슨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저도 예전만큼은 노력하고 있지 못하고(예전에는 간헐적 비건을 했습니다), 세상에는 당연하지만 저보다 훨씬 큰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아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래도 저는 이 글을 썼는데요. 대단히 거창한 게 아니라도 일상 가운데서 우리가 기울일 수 있는 노력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그저 무력하게 지켜보며, 그런 자신을 방어하며 남탓만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상황에서 어떤 노력들을 기울일 수 있을지 고민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놓인 상황은 더 이상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낼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며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가는 우리이길 바라봅니다!
Comment 38
Comment Write동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은 잘사는 1세계 시민들만의 것이 아니며, 하물며 우리 세대, 심지어는 지금의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기에(<2050 거주불능 지구> 같은 책을 보면, 이대로라면 불과 20년여 뒤인 2050년이면 전세계가 거주불능하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때의 우리는 필경 과거의 안이했던 자신에게 손가락질하고 있겠죠)...! 화이팅입니다.
전 추위를 심하게 타서 에어컨을 끄고다닙니다 ㅋㅋㅋ
본의아니게 환경사랑중...
ㅋㅋㅋㅋ 환경사랑임에는 분명한데(에어컨 덜키고 끄는 것만큼 환경을 위하는게 진짜 진짜 드뭅니다!!!), 이게 동료시민을 설득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같이 나아가게 하는 노력이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본문에도 비건 얘기를 살짝 했고, 저 위에 언급한 그 무엇에 못지않게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사업이 축산업인데 고기를 밥먹듯 하던 사람들한테 대뜸 고기먹지마! 라는 식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그래서 그런 행동을 주저치 않는 행동가분들을 존경하다가도, 실효성이 있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쏘핫님을 보면 자주 쏘핫양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노력은 우리만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쏘핫양과 미래를 살아갈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리라고 믿습니다. 다음세대에게 우리가 멋대로 쓰고 망가뜨린 환경을 물려주는 일은 없어야겠어요.
좋은말씀입니다
여기 분들 이어폰 헤드폰 거치기등 다 여러개 가지고 계신데......
그럼 처분하시나요.........ㅠㅠ
환경을 위해 1개만 유지하는거로.....ㅠㅠ
역시 자주 달리곤 하는 견지의 댓글인데(그래서 본문에도 이미 관련해서 언급했습니다만),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물론 1개만 유지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나아가 아예 없으면 더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이 있다는 겁니다.
요는 뭐가 됐든 망가지고 있는 지구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자는 겁니다. 당장 완전하고 흠없이 친환경적인 삶을 살자는 게 아니에요.
width님께 바라고, 또 실제 바람직한 방향임에 분명한 태도는
'어차피 이헤폰을 하나만 남겨둘 수 없다면'(=100% 친환경적으로 살 수 없다면) 아무 노력도 안 하겠다
가 아니라
이헤폰을 여러개씩 갖고 있는, 결점 있는 삶을 살더라도(=100% 친환경적으로 살 순 없더라도) 내 나름 할 수 있는 노력을 찾아서 다하겠다
가 되겠습니다. ^^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도 발전이고 명백히 더 나은 방향이에요. ㅎㅎ
저는 추위 대신 더위를 많이타서 결국 한개는 포기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에어컨은 원룸에 26도하고 선풍기 틀고 삽니다.
다만 가스는 뭐 한달에 5천원도 안나오더라구요..
겨울에도 난방을 잘 안때서 해봐야 1만원정도.....
에어컨 안틀면 죽습니다ㅋㅋ
선풍기도 '강'으로 같이 틀어야합니다ㅋㅋ
냉방 관련이 어려우시다면(다행히 냉방 못잖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가을겨울 난방때는 에너지를 팍 덜 소비하실 테니 ㅎㅎ) 다른 방법으로 친환경 실천에 나서보시는 건 어떨까요!
기껏 계량기 돌아가봤자 1-3
아예 안쓴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재종반에선... 건물 하나를 통째로 몇십개 에어컨을 18도 강으로 틀어버려서... 대형 단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말이죠.
내가 좋아하고 아끼고 선호하는 어떤 가치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차선책으로 그게 아닌 분야에서라도... 1인당 1가지씩만 실천해도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되도록이면 일회용품 덜 쓰려고 텀블러도 들고 다니고
고무빨대도 쓰고 제 수저도 회사에 둡니다만,
솔직히 이 더위에 에어컨 참는 것보다 지금도 국가수준 전력을 처먹으면서 아무데도 쓸데가 없는 비트코인부터 없애는게 인류를 위한 첫걸음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큰손들의 탐욕에 의해 거대한 악은 뒤로 감춰지고 아둥바둥 사는 사람들에게 '이건 너희 때문이다' 라는 메시지로 비추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마치 IMF때 과소비 줄이기 금모으기 캠페인처럼요.
자본주의는 과잉생산이 수요공급의 기본 전제라,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생산수단을 점유한 계층은 자본력과 언론을 이용해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리게 돼 있으니까요. '너희 다수 수요층 때문 아니냐' 라고.. 근데 현실은 안팔려도 무수하게 만들고, 일단 마케팅 해보고 안되면 접는게 사업이라 그렇게 안팔린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데가 알리 테무죠.
유럽이 중국 탓을 하는게 웃기긴 하죠. 단순히 이른 산업화와 세계대전, 제국주의 식민지화로 망가뜨린 환경 뿐 아니라, 지금 전세계가 중국에 위탁생산을 맡겨놓고는 환경세를 내라고 하는 꼴이니까요.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중국도 노력에 동참할 대의적 의무가 있죠.
전 물건을 양적으로 많이 사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잘 안 버리려고 합니다.
이왕 얻은 건 잘 써보려고 해요. 필요 없어도 가지고 있다가 누군가 필요해할 때 주고요.
그러니까, "아 나는 왜 이렇게 비싼걸 쓸데없이 많이 가지고 있나.. 좀 줄여야겠다" 싶으면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자연스러웠어...?...??..)
지당한 지적이십니다. 사실 사람들의 소비욕구는 상당부분 기업의 광고등으로 생성되고 자극되는 것일 때 더 그러합니다. 비트코인은 말할 것도 없지요. 또한 더 배우고 벌어들이는 사람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따를 때 말씀하신대로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길 요구받아야 하는 쪽은 그쪽이며,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쓴 건, 다시 한번,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있음을 알리고 싶었고(해야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그런 분이 없으리라 믿지만, '어차피 해도 안 돼, 중국 인도 애들이 그래서 안 돼'식의 자세가 사실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네요.
실천하시는 사항들에 대해 말씀해주시니 여기도 동지가 한분 계셨어, 란 생각에 든든합니다. Evey님께 드리는 건....?!?! 나중에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
되도록이면 일회용품 덜 쓰려고 텀블러도 들고 다니고
고무빨대도 쓰고 제 수저도 회사에 둡니다만,
솔직히 이 더위에 에어컨 참는 것보다 지금도 국가수준 전력을 처먹으면서 아무데도 쓸데가 없는 비트코인부터 없애는게 인류를 위한 첫걸음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큰손들의 탐욕에 의해 거대한 악은 뒤로 감춰지고 아둥바둥 사는 사람들에게 '이건 너희 때문이다' 라는 메시지로 비추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마치 IMF때 과소비 줄이기 금모으기 캠페인처럼요.
자본주의는 과잉생산이 수요공급의 기본 전제라,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생산수단을 점유한 계층은 자본력과 언론을 이용해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리게 돼 있으니까요. '너희 다수 수요층 때문 아니냐' 라고.. 근데 현실은 안팔려도 무수하게 만들고, 일단 마케팅 해보고 안되면 접는게 사업이라 그렇게 안팔린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데가 알리 테무죠.
유럽이 중국 탓을 하는게 웃기긴 하죠. 단순히 이른 산업화와 세계대전, 제국주의 식민지화로 망가뜨린 환경 뿐 아니라, 지금 전세계가 중국에 위탁생산을 맡겨놓고는 환경세를 내라고 하는 꼴이니까요.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중국도 노력에 동참할 대의적 의무가 있죠.
전 물건을 양적으로 많이 사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잘 안 버리려고 합니다.
이왕 얻은 건 잘 써보려고 해요. 필요 없어도 가지고 있다가 누군가 필요해할 때 주고요.
그러니까, "아 나는 왜 이렇게 비싼걸 쓸데없이 많이 가지고 있나.. 좀 줄여야겠다" 싶으면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자연스러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