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오픈형 이어폰을 들으며 느낀 점

도대체 젊었던 시절엔 어떻게 이걸 밖에서 무던히 듣고 다녔을까 하는 점입니다.
...뇌가 무쟈게 열일했구나 싶어져요.
지금이야 나이 들어 귓구녕이 커지면서 ㅠ 이걸 그냥 끼면 흘러내리는 통에 ㅠㅠㅠ
어쩔 수 없이 스폰지를 씌워서 쓰구 있는데...
스폰지를 씌워도 도무지 안 들리는 극저역을 젊은 시절엔 스폰지도 없이 쌩으로 쓰면서도
그것이 들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
가만히 듣다 보니, 지금은 물론 스폰지를 씌우기야 했지만...
역시 나오지도 않는 극저역을 마치 들리는 것인 양 듣고 있습니다 ㄷㄷㄷ;;;
어떻게 이런 일이?! 하구 가만 생각해보니...
일단 들리는 저음 아랫자락에...
<-------------------------------------이따시만한------------------------------------->
극저음 영역을 멋대로 상상으로 만들어 붙여서 듣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두렵읍미다 ㄷㄷㄷ
이거면 플라시보라는 것이 생겨도 나뿌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구 이건 조금 다른 얘긴데...
MDR-E888 낑구고 다니던 시절 종종 보던 얘기가, 소음 가득한 바깥에서 듣는데
오픈형 이어폰을 굳이 좋은 걸 쓸 필요가 있냐?! 였는데.
물론 그보다야 ER-4S가 명백히 훨 나은 음질로 들을 수 있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E888을 잘 듣고 다닌 건 뇌 보정 때문이었나?!
...이건 좀 달랐어요.
분명 바깥 소음에 가려지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적당히 걸러내며 들었던 거였습니다.
그렇게 E888과 E838/848/868 소리 차이를 다 느끼며 듣고 다녔었으니.
뇍티브 노이즈 캔슬링이었던가 봅니다. ㅋㅋㅋㅋㅋ
들리는 건 분명 극저음 없고 바깥 소음이 같이 들어온다는 걸 느끼고 인지하고 있으나,
뇌에서, 최종단에서 이런 공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ㄷㄷㄷ
이래보면, 바깥 소리 전붸 막아버리고 극저음 묵찍하게 들려주는 요즘 인이어들은
진심으로 대단히 dreams came true인거 같습니다.
상상만 했던 그 소리가 실제로도 들려오니 진심으로 대단히 감사한 일입니다.
저 시절엔 인이어조차 극저음 떵떵 나오는 녀석은 제가 들어본 것들 중엔 없었어요.
일단 오픈형 아닌 귓구녕 꽉꽉 틀어막는 애들은 중고역대 먹은 애들이 대다수였고
헤드폰들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어쩌다 들어본 오르페우스 정도로나 들어봤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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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슨 소리든 인지하는게 젊을 때와는 꽤 달라진 것 같아요. 소릴 들으며 살아온 시간이 길어져서인 걸까요...
당시엔 그래서 MEGA BASS니 S-XBS니 하는 저음강조 모드들이 있었던게 아닐까요.
저도 그땐 차음성 문제보다도 터치노이즈가 더 싫었기에 오픈형을 선호했었고
특히 B&O A8은 행거 덕분에 오랫동안 제 아웃도어 주력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래서 주구장창 오픈형만 썼었는데,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폰지도, 메가베이스나 S-XBS는 일절 안 켰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써봄직했던 것인데, 소리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집을 부린 것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당시 CDP들도 다들 기종마다 조금씩 소리가 다르고 이어폰들도 소리들이 다 달랐는데 뭣하러 그랬을지...


좀 익숙해지시면 디테일도 다 들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는... ㄷㄷㄷ
제가 밖에서도 저음 빵빵하던 MX400 대신 E888을 꼭 고집했었던게, 어딜 공사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앵간한 소음에서는 E888 특유의 디테일도 대체로 멀쩡하게 잘 들렸고 충분히 효용이 있다고 느껴서였거든요 ㅋㅎ

"어? 어? 어어어?"
마치 깜깜한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정보량 대폭발의 경험을 했었지요.

그게 진짜 뇌이징? 혹은 적응인 듯 싶습니다. 처음엔 흘려듯는 듯 들리다가 집중되기 시작하면 스쳐가던 소리들이 귀담아 들리는 ㄷㄷㄷ
아파트 층간소음도 인지못할 땐 아무렇지 않았다가, 인지하기 시작하면 얼마 안 되는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긍데 E868의 해상력에 불만 가득하셨다니 ㄷㄷㄷ 그 시절에 이미 될성 싶은 오디오파일이셨군요 홀리몰리...
그리고 QIAN25나 YINCROW X6같은 최신 저렴이 차이파이 오픈형도 극저음을 실제로 들려주더군요 신기하게

젊을땐 큰 소음에도 덤덤했지만 나이가 들소록 그런 소음이 고통으로 다가오더군요
맷집차이... ㅋ
청력의 노화와는 또다른 문제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