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 <패터슨>, 짐 자무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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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올린 개인적인 추천 영화 목록 글에, 다른 분께서 작품별 조금 더 세부 정보를 기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공유 차원에서 저의 올타임 베스트 영화들을 한 편씩 소개해드리면 어떨까 합니다. 너무 장황하게는 말고, 적절한 수준으로요.
꾸준히 목록에 있는 올타임 베스트 영화들은 다 작성을 하려고 합니다만, 그 주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최대한 스포방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저의 올타임 베스트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데요,
짐 자무쉬 감독의 2017년 한국 개봉작, <패터슨> 입니다.
(당연하지만 아래 모든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 주관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라는 표현은 생략하였습니다)
가끔은 보면서도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저에겐 그러했습니다.
짐 자무쉬 감독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이며 아마 앞으로도 최고로 남을 것 같은 영화가 <패터슨>입니다.
패터슨은 취미로 틈틈이 시를 씁니다. 영화에도 그 시가 낭송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말 그대로, 대단히 시적입니다. 대부분의 시들이 정서적으로 주는 힘이 큽니다. 원문도 원문인데 그걸 번역하는 데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독특합니다. 흥미를 유발하는 사건의 진행도 없고, 이렇다 할 큰 갈등이나 어떤 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다만 일 주일 동안 패터슨 이라는 소도시에 사는 패터슨 이라는 소시민의 이야기가 찬찬히 흘러갈 뿐입니다. 우리의 삶처럼 많은 루틴을 거치면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타이밍'에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 타이밍'에 하는 일상이 나열됩니다. 결혼을 했지만 자녀는 없고, 개를 키우며, 버스를 운전하고, 가끔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 주일간 소소한 일상들이 흘러가면서 총 8편의 시가 나오는데, 그 일상의 반복과 절묘한 변주 자체가 한 편의 시와 같은 느낌이라 어쩌면 총 9편의 시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세한 변주가 날마다 발생하면서 그로 인해 나름의 고난도 겪고 그걸 이겨내기도 하지만 그 또한 드라마틱하다기보다는 우리의 삶처럼 사소하게 흘러가는 일들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크게 공감할 수 있고, 더 깊이 와닿습니다.
뭐 이렇게 슴슴한 영화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적당한 베스트가 아닌지라 취향이 많이 반영될 테니까요.
문학적 감수성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득 차오르는 영감 때문에 당장 내일부터 펜과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