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스가 방전돼서 오랜만에 AKG N700NCM2 를 들어봤더니....

AKG N700NCM2는 제가 가장 처음 접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입니다. 그 전까지는 소니 MDR-10RBT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용중이었지요. 이 헤드폰도 나름 만족하면서 쓰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치 않게 필립스 피델리오X가 제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때 음질의 차이란게 이런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블루투스가 지원되는 고오급 헤드폰을 하나 사고 싶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그 인기 없고, 말도 많으며 탈도 많은 AKG N700NCM2!
사실 이걸 사게 된 건 별반 다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블루투스 헤드폰에 대한 지식이 짧았던 시절이었고, 매장에서 50만원에 가까운 가격표가 달려 있어서 "음! 좋은 거로군!"(가격이 비싸면 무조건 좋은거라고 생각합니다.)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제품이었는데, 어느날 삼성에서 광고 알림이 날아온 것입니다. 249,000원이었나? 299,000원이나? 이 가격에 세일한다고요.
"어머! 이건 사야 해! 이렇게 싸게 팔다니! 삼성은 천사인가?"
막연하게 좋은 제품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제품이 절반 정도 가격으로 판다는 광고에 바로 결제를 했습니다. 네, 귀가 얇습니다. 팔랑 팔랑~
그리고 얼마후에 알게 되었지요. 해외에서는 더 싸게 판다는 걸요. 2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삼성은 천사가 아니었어. 젠장!
다들 아시겠지만, 이렇게 싸게 판매하는 이유는 실패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판매량이 형편없었죠.
먼저 이 제품은 몇가지 단점이 있는데, 가장 첫번째로 손꼽히는 단점이 귀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사실 착용감 자체는 편합니다. 그런데 이어패드가 타원형도 아니고, 기다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귀가 세로로 절반이 접힙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한두시간은 괜찮은데, 그 이상 착용하면 귀가 아픕니다. 특히 저처럼 안경을 쓴 경우 더 아픕니다.
그리고 두번째 단점. 코덱 지원이 너무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이 제품이 지원하는 코덱은 SBC, AAC, SCC(삼성 코덱)입니다. LDAC나 aptX 코덱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 많을 만한 코덱 선택입니다.
세번째 단점은 음질을 위해 그랬는진 몰라도 노이즈캔슬링 성능이 영 별로라는 것입니다. 일부 구간은 차음이 잘 되지만, 전반적으로 타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이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것이지요. 저는 한동안 잘 썼지만요.
이후, 소니 WH-1000X5M을 영입하고, 이후 베티스를 다시 영입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 제품은 봉인의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서두가 길었는데, 어제 이 제품을 오랜만에 봉인해제를 하곤 다시 꺼내봤습니다.
왜 다시 꺼냈냐 하면....집에서 일하며, 언제나 그렇듯 베티스를 착용한 채 음악을 듣고 있을때 경고음이 울리더군요. 제가 깜박하고 충전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들을게 없어서 봉인 해제를 했지요. 소니 1000X5M은 솜이 죽어서 귀가 아팠거든요.
저는 사실 N700NCM2의 음질을 좋아했습니다. 소니 1000X5M과 비교했을때 다 떨어져도 음질만큼은 더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굉장히 섬세한 소리가 나는데, 이건 1000X5M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고음에서의 소리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쨍한 고음과 섬세함이 합쳐져서 여성보컬의 음색을 도드라지게 만들어줬거든요.
그런데.... 이래서 비교청음이란 게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어제 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매일 12시간 이상 이상 베티스를 착용하며 살아왔던 저에게 간만에 들은 N700NCM2는 충격이었습니다. 상급기란 게 확실히 존해하는 구나! 라는 걸 절절하게 느끼게 만든 것이었죠.
오랜만에 들은 N700NCM2는 베티스에 비해서 여전히 고음이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음이란게 베티스에서 듣던대로 선명하고 명료한 보컬이 아니라 날카로운 부분은 전부 깎아낸 두루뭉술한 소리였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베티스보다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건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들을수록 그게 아니란 걸 알겠더군요. 드라이버의 한계인지, 고의로 그렇게 세팅한 건지 확실히 날카로운 부분이 전부 부드럽게 다듬어진 소리로 나옵니다. 약간은 인공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전에는 몰랐던 것인데, 비교 청음으로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힘이 없습니다.
베티스는 팡팡 쳐주는 구간에서 힘있게 소리를 밀어주고, 명료한 해상도로 악기의 소리를 전부 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N700NCM2는 매가리가 없습니다. 볼륨을 높여도 마찬가지. 소리만 커지지 힘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특유의 팡팡거리는 음색이 있는 음악을 들어봤을때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더군요. 이건 클래식을 위한 제품이었나? 이런 생각도 조금 들고요. 하지만 클래식도 힘있게 밀어주는 구간이 많은데, 그 부분에서 결국 베티스에 비해 밀릴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음악을 듣다보니, 전부 다 밋밋하게 느껴집니다. 음악이 재미가 없습니다. 들렸던 악기 소리 일부도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고음에서는 더 많은 소리가 강조되고 있고요. 저음도 쳐주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힘이 없다보니 영 재미를 못느끼겠습니다.
섬세한 소리가 장점이라고 한다면 제가 좋아해는 재즈 중에서 Silje Nergaaed 의 Be Still My Heart 같은 노래에서 강점을 발휘해야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베티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뿐, 동급의 헤드폰에서는 상당히 좋은 소리가 나오는 고음입니다.
상급기에 귀가 익숙해지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가 봅니다. 베티스만 해도 이런데, 이 윗등급들은 어떤 소리가 나올지 너무 궁금합니다. 이래서 오디오에 취미를 붙이면 돈이 엄청 든다는 건가.... 저는 무서워서 이 윗등급으로 가는 걸 조금 참아볼까 합니다.
결론.
다시 봉인!
추가 사진 두 장 더 올리겠습니다.
정이 들어서 방출하거나 그러진 않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헤드폰을 10만원 미만에 구할 수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론 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 헤드폰만의 독특한 소리가 있어요. 물론 저음을 팡팡 쳐주는 헤드폰을 원하시면 구매하심 안되고요. 섬세함을 기반으로 한 헤드폰을 원하신다면 괜찮은 선택지가 될것 같습니다. 다만....남자분은 말고 여자분을 기준으로 했을때 이야기 입니다. 착용감은 좋아서 머리가 큰 남자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귀가 반으로 접히는 단점때문에 귀가 작은 여자분들에게 잘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잠시 비교청음과 함께 추억에 잠겨 봤습니다.
PS : 이 제품은 블루투스 헤드폰이지만, 유선으로 사용했을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선으로 연결하면 음질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집니다. 블루투스 헤드폰이지만, 실제로는 유선 헤드폰에 더 가깝다는.... 유선 연결시 동 가격대 헤드폰을 모조리 박살낼 겁니다. 같은 유선으로 연결했을때를 기준으로 했을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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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wh1000xm4보다 5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ㄷ

풍성한 중저역과 쫀득한 타격감, 그리고 준수한 해상력까지 소니 사운드 그 자체죠....
근데 5는 드라이버도 잘만 써오던 LCP 소재 가져다버리고, 그렇게 소니가 주장하던 드라이버 대대익선론에도 반하게 30mm로 줄여버린 여파인지 전혀 다른소리가 납니다 ㅠㅠ
이어폰 wf1000xm5는 소니스러운 소리 잘만 나는데, 헤드폰은 왜 그랬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시리즈 출시 쿨타임이 거의 다 돌았고, 전파인증같은 정보랑 출시전 루머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뮤근본 30mm 드라이버일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합니다....ㅠㅠ
이제 소니가 내는 헤드폰중 제대로된건 프로용 뿐인데, 같은 소니여도 프로용 헤드폰은 컨슈머용과는 소리가 많이 달라서요.... 소니 헤드폰은 전멸이라 생각합니다 흑흑

요거 한번 읽어보셔요

16비트 SSC네요 아쉽.....





이런 말씀은 곤란합니다. 자꾸 사고 싶어지거든요. 지금 벌써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N9 hybrid라니...생각도 못했는데 급 관심을 가지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