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시절의 하이파이맨

팡비안 박사가 순수했던 시절에 남긴 역작 HE500입니다.
패드를 분리하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릴을 따서 드라이버 뒷면을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하우징 벽 안쪽에 두른 하얀 테는 고밀도 발포 문풍지입니다. 그릴 울림을 조금이라도 잡아주는 모딩이었습니다. 원복한 줄 알았는데 깜빡했네요. 드라이버 쪽도 Fuzzer mod를 시도했다가 원복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HE400, HE4, 그리고 전설의 HE6 등 하이파이맨의 비슷한 다른 헤드폰들과도 비교해봅니다.
1) HE400과의 비교
좌: HE400
우: HE500
완전히 다릅니다!
2) HE4
상: HE4 드라이버 뒷면
하: HE4 드라이버 전면 (이어패드 쪽)
HE4는 무게 감량을 위해 단면자석을 채용했는데, 자세히 보시면 트레이싱 패턴과 면적도 다릅니다. HE500의 트레이싱이 원형 하우징을 꽉꽉 채워서 돌아 나가고 중앙부 자석이 더 길게 뻗어나가 십자 모양으로 원형 하우징을 채우고 있는 반면, HE4의 드라이버는 원형 하우징에 내접하는 사각형 면적만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면자석 후속기인 HE560과Sundara에서는 드라이버 면적이 HE6/500만큼 넓어집니다.
3) HE6
당시 플래그십이었던 HE6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HE500과 동일한 구조에서 진동막 트래이싱이 알루미늄이 아닌 황금으로 되어 있고 스펀지 댐퍼가 진동막의 1/4 면적을 가리고 있습니다. 나사 4개와 6개의 차이는 전기형/후기형 차이인데, 이 글을 쓰면서 HE500도 나사 4개만 쓴게 있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초기형 HE6을 대단대단한 스피커 앰프로 구동하면 대단대단한 소리가 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황금처럼 무겁고 전도성이 낮은 소재를 진동체에 발라서 얻는 이점이 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코일 가볍게 만들려고 을매나 똥꼬쇼를 하는데... 시커매지는게 미관상 좀 그래도 전기 전도에는 지장이 없으니 순은을 발랐어야 업그레이드죠. 또한 평면 전체에 균일하게 힘이 전달되기 때문에 펄럭거림(분할진동)이 없다는게 정전형/평판자력의 장점인데, 저렇게 일부 면적에만 댐핑이 걸려도 그러한 장점이 유지될지 의문입니다. 어차피 귀에 얹으면 별 상관 없는 걸까요?
300Hz 사각파 응답을 보면 HE6보다 HE500이 안정적인 파형을 보여줍니다. 다만 어택이 약간 무딥니다. HE6 소리를 못 들어봤지만 동일한 구조에서 더 가벼운 진동막이 더 방해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건 하급기인 HE500 쪽입니다. 이후 하이파이맨의 행보를 보면서 정이 뚝 떨어져서 앞으로도 들어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
HE500은 두 개를 사서 하나를 쟁여놨을 정도로 애정이 컸고 음향적으로 T1보다 한 수 위라고 느꼈었기 때문에 집 떠나올때 HE500 하나만 들고 와서 주구장창 썼습니다. 하지만 본가에서 T1을 찾아온 후에는 잘 안 듣고 있지요. 소리가 별로인게 아니라 소리 빼고 모든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습니다. HE500을 오래 쓰면서 좋은 헤드폰은 소리가 전부가 아니라는걸 알았습니다. 기본기가 없으면 그저 우연일 뿐이예요.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니 소리만큼은 여전히 이 친구가 우리집 헤드폰 중 일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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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이시네요.
좋은 헤드폰은 소리는 기본이고 그외의 팩터들도 좋아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