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이어폰의 보급기의 상관관계..(신기한 ER2SE)

이어폰이 이제 수가 꽤 됩니다.

IE200으로 시작해서... 봇물터지듯 SE215, ER2SE로 입문3대장을 들이고.. KBears Ks2, 키위카덴자, 비바체, 심갓 100, MX375 등등. 지금은 IE600이 아도를 치고 있지만요 ㅎㅎㅎ.

브랜드 별 입문기들은 한번쯤 들어보는 편입니다. 예전에 한참 와인마실때도 하던 짓인데..

와인세계의 보급기는 

1. 와이너리의 상급 라벨의 철학을 유지한채 전체 향과 맛의 규모만이 적은 경우

2. 와이너리의 상급 라벨의 맛과 향의 일부분만을 가진 경우

3. 와이너리의 상급 라벨과 별로 연장선상에 있지도 않은데 이름값으로 돈이나 벌고싶은 경우

4. 와이너리의 상급 라벨을 팔고는 싶은데 보급형에 더 집중한 경우

보통 프랑스와이너리 중 유명한 와이너리의 엔트리의 경우 3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무통 로쉴드의 무통까데라던가.. 라피트의 로스바스코스라던가.. 이태리 와이너리, 혹은 프랑스 와이너리 중 별로 안 유명하지만 곤조가 있는 와이너리의 경우에는 1,2가 많습니다. 1은 이기갈 크로제에르미타쥬 라던가.. 2는 루이자도 샤블리 라던가..

칠레같은 신세계 와인들은 압도적으로 4가 많습니다.

와인은 더 뭔가 할 수 있는데 일부러 뭔가를 줄여서 만들어서 제품이 제대로 나오는 경우를 잘 못봤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의 중급라벨 보다는 중급 와이너리의 플래그쉽이 훨씬 좋은 만족감을 줍니다. 전에 괜히 샤토 보몽을 추천한게 아닙니다 ㅎㅎㅎ

하지만 오디오는 공산품이라 그런가 HD800s가 HD6XX보다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꼭 그렇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던간에, 1,2가 되어야 그 브랜드의 신뢰성이 좀 생깁니다. 젠하이저가 제가 듣기에는 1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슈어는 2에 가까운것 같구요. 키위이어스는 4인것 같고...

근데 갑자기 의외의 제품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5. 와이너리의 상급 라벨과 별 차이 없거나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경우

"아니 굳이 왜 이런걸?"생각이 드는 경우입니다. 요즘 빈티지는 안그렇지만 몬테스알파도 이 카테고리 안에 들어서 00년대 초반에 인기가 꽤 좋았습니다. 루첸테라는 와인도 5.5만원에 20만원하는 루체델라비타와 별 차이가 없었고..(지금은 둘다 망). 이태리 와인 중 이런애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피오체사레의 바르베라 달바. 얘는 할인하면 3만원대에도 구하는데... 15~20만원하는 피오체사레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라벨이랑 뭐 그렇게 까지 감동의 차이가 있지를 않습니다. 할인하면 6병박스로 사놓는 놈입니다.

물론 와인이라는건 공산품은 아니기 때문에.. 빈티지도 있고... 차이가 많이 나는 놈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어폰은 공산품이고.. 정확한 기획과 급나누기가 확실한 영역이라,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없을것 같습니다.

아직도 좀 아리송한 제품입니다.. ER2SE.

ER4SR, ER4XR이 사고나서 둘다 48시간 안에 왼쪽 케이블 불량으로 사이좋게 환불하였는데...그때 er2se와 함께 비청하였습니다.

물론 소리가 다르기는 합니다. 

er2se는 애매하게 er4sr과 er4xr의 중간쯤 되는 톤밸런스를 가집니다.

DD의 특성인데, 가격 색안경 빼고 들으면, ER4시리즈는 ESS칩이고 ER2SE는 버브라운 같이 들려요.

근데 내구성은 훨씬 좋고.. 가격은 1/3 이하인데.. 파란색도 이쁘고.. 재질도 동일하고.. 

IE200이 "입문할때 가장 좋게 들리는 소리"라면 ER2SE는 종결에 가까울때 좋은 소리 같이 느낍니다.

무엇보다, 저같은 초심자에게는, 부담없는 소리이면서 가격이라, 내가 낸 돈을 justify하려고 뭐가 좋은지 좋게 들리는지 애써 집중해서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듣지 않아도 되는게 가장 매력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세개만 ER-SR, ER-XR, ER-DD 로 출시했어도 별 위화감 없었을 것 같은데, BA에 대한 에티모틱의 편애가 이런 가성비를 만든게 아닌가 싶네요.

"하나 들여볼까?"싶으신 분들, 특히 DAC/AMP 많으신 분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