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일본에서 수상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박스는 예상보다 작습니다만 내부는 뭔가 묵직해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고양이 택배입니다. 뭔가 귀여운 것이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들어 개봉해보니...
응? 예상보다 조촐한 무언가가 들어 있었습니다. 나름 정성스런 포장랩 안에 들어있던 이 물건의 정체는 바로...
그렇습니다. 그것은 바로 1987년에 발매된 테크닉스의 전설적인 이어폰인 RP-HV100 이었습니다. 나온지 40년이 다 된 틀딱 이어폰이지만 그 희소성으로 인해 엄청난 가격에 판매되고 있죠. 진심으로 대단히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스탁스가 아니네? 이어폰은 착용을 못한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이었는가? 라고 반문하신다면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스탁스 헤드폰은 왠만큼 가지고 싶은 것들은 이미 보유 중이라 휴식 중이고, 이어폰은 요즘에 나오는 커널형 이어폰팁이 제 귓구멍을 자극하여 외이도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이 RP-HV100 은 과거에 유행했던 이어버드형 이어폰이라 외이도염 확률은 낮습니다.
케이스 내부에 실타래 같은 구조가 되어 있어 줄을 감아 보관하기가 편합니다. 요즘에는 커케가 대세이므로 저런 방식은 도입하기 어렵겠지만요. 제품의 외관은 사용감이 있지만 비교적 양호했습니다.
저 황금색 부분도 포트 역할을 하는 영역 입니다. 지금은 다중 듀서가 마치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1980년 대에 듀얼 드라이버를 채용했다는 것은 엄청난 혁신이었죠. 가히 소니의 MDR-E888과 견주었던 희대의 제품 답습니다.
생각보다 커다란 크기의 비밀은 바로 저음/고음용 트위터가 두 개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어버드형 이어폰이 그렇듯 저음에 대한 방책을 세워도 귓구멍과의 거리 때문에 요즘의 이어폰들보다는 열세할 수밖에 없겠죠.
때문에 스탁스 헤드폰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천상의 소리를 기대하고 구입한 것은 아닙니다. 이어폰의 경우 기술발전이 빠르고 신제품 주기도 짧아 과거 제품과 요즘 제품 간 격차는 엄청나죠.
별 기대 없이 제품 확인차 들어 보긴 했는데...생각보다 소리가 매우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대단합니다. 착용편차에 극도로 민감하고 고음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세밀하고 저음도 넉넉합니다. 평소 정전형 헤드폰 특유의 밀도 있는 중역대 음색에 길들여진 본인에게는 상당한 특색으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공감간 있는 V자 사운드의 정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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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DD 1PZT 오픈형 이어폰이 판매되고 있지만 동축(?) 2DD는 대단하네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