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킹갓제네럴 크레이지 헤드폰
AlpineSnow
이름도 찬란한 울트라킹갓제네러ㄹ...읍읍읍;;
아니, 제네시스 인피니티 렉서스 골프...아니, 뭔가 잘못되었습미다???;;
아, 제네시스 인피니티 럭셔리 골드(이하 인럭골?!;;)를 잠깐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름 외우기 힘들었습니다.
@엘릭스님 찬조품입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사진은 ZV-E10이 수고해주었습니다.
중간에 작대기 벌어진 것만 초점거리 문제로 S25U로;;
하여간...
이름답게 꽤 럭셔리하게 생겼습니다.
차분한 다크블루와 골드 컬러의 조합, 전위적인 디자인과 구조까지...

하우징 아래도 아닌 후측면에 소켓을 달고 360도 돌아가는 L자형 TRS 플러그를 쓴 건
굉장히 멋진 발상입니다.
디자인적으로도 멋지지만, 무척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헤드폰을 세워두어도 플러그 쪽의 케이블이 접힐 일이 없습니다.
바닥과 간섭될 각도로 두어도 플러그가 알아서 빙글 돌아서 케이블이 접히지 않게 됩니다.

다만, 다른 헤드폰들의 요크에 해당하는 금색 작대기 부분부터는 마감이 아쉬워집니다.
야무진 것과는 대척점에 있다할 정도로 낭창거리고 삐걱삐걱, 뽀각 소리가 나서
혹여나 빵가질까봐 다루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착용시 이래 됐다가 벗으면 뽀각 하면서 다시 오므려집니다.;;
요 사진은 제 자리로 안 돌아온 적이 있어서 그 때 찍고 다시 오므려줬습니다.

(...)
그리고 헤드밴드의 감싸기 마무리에서 약간 삑사리... ㅎㅎ

그래도 대기업이나 중견, 하다못해 중소기업도 아닌 곳에서 만들어진 것 치고는
잘 만들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 또한 느껴집니다.
제 헤드폰이 아니므로 손 대지 않고 드라이버 사진을 찍기 위해 빛을 비추어봤습니다.
진동판이나 프로텍터는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형태입니다.
엣지 주름 사이로 진공성형 홀 자국 같아보이는게 보이네요.

그럼, 소리는 어떤가...?
이 희대의 희안한 헤드폰의 FR은 이어게인 자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Raw Flat도 아닌 것이, 그 구간이 더 내려가 있습니다.

(출처 : 엘릭스님 스퀴그)
이런 FR이라, 처음 들으면 중고역대가 먹먹하게 느껴집니다.
하여 첫인상이 좋게 느껴지기 어려운 타입임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주 조금은 비슷한 느낌의 헤드폰을 이미 하나 갖고 있어왔지요.
제가 가진 헤드폰들 중 가장 비슷한 녀석이랑 함께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오디오테크니카 ATH-PRO5(이하 프로5) 입니다.
순정이 아닌 하우징 모딩 및 폼스크린이 붙은 이어패드로 교체한 상태이긴 합니다만...

역이어게인까지는 아닌지라 약간의 이어게인이 들어갈 듯하다가
4~5KHz 구간에서 훅 꺼지는 부분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궁궁거리는 저역대 펀치가 있고 4KHz까지는 레벨이 유지되어선지
처음 들을 때 느껴지는 보컬 코맹맹이 느낌은 조금 덜한 차이 정도는 있습니다.
어찌보면 둘 다 현 트렌드에 역행한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프로5는 의도적으로 그리 만들어진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이건 또 모딩한 물건이라;;
(저역 부밍 억누르고 공간감 짜늘리기에 골몰하다 보니 나온 요상한 물건...)
하여간, 저는 프로5를 강제번인에 온갖 모딩까지 하며 오래 갖고 있었던지라
인럭골에 적응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럭골은 전 대역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낼 소리는 대체로 다 낸다는 느낌입니다.
비슷하답시고 꺼내든 프로5에 비해 훨씬 정돈되면서 정보량도 풍부한 느낌입니다.
이어게인이 안 들어가니 언뜻 비슷한 느낌이어서 그렇지, 격이 달라요.
프로5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놈은 침범하고 숨은 놈은 숨어있는데다 번지기까지 하는데,
인럭골은 비교할 것도 없이 훨씬 조화롭고 단정하게 느껴집니다.
저역대의 뭉침이나 중고역~고역대가 쏘는 느낌도 전혀 못 느끼고 있습니다.
역이어게인의 느낌에 가려졌을 뿐, 해상력도 매우 좋다고 느껴지구요.
플라스틱 투성이인데 싸구려 플라스틱 울림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극저음~저음 잘 나오고 중역대 잘 나오고 중고역대는 적게 나오고 고역~초고역 잘 나옵니다.
중고역대가 좀 더 적은 대신 고역대는 트여있는 느낌이라선지,
무대가 끝까지 선명하고 디테일하게 조망되는 느낌이네요.
또 특이한 점은, 소리들이 전반적으로 멀리서 다가오듯 들리는 느낌이라는 점입니다.
평소 헤드폰 쓰면서 이미징 같은데에 신경쓴 적은 그닥 없었습니다만, 인럭골은 특이해서...
제가 가진 다른 헤드폰들의 경우 대체로 공간 안쪽에 홀로그램을 쏴서 보는 이미징입니다.
반면, 인럭골은 프로젝터로 룸 안쪽 벽에 이미지를 쏴서 그걸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거기서 소리가 퍼져나오는 느낌이라 언뜻 스피커로 들을 때와 비슷한 일면이 있네요.
저역은 드라이버 위치보다 좀 더 아래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양쪽에서 들려오고,
무대 위쪽으로 커다란 돔이 있는 듯한 공간감에 고역대가 머리 앞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좌우로 넓게 쫙 펼쳐져 보이는 이미징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무대 가운데의 보컬만이 홀로그램처럼 서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스피커에서 소릴 쏴서 가운데에서 소리가 맺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스피커를 쓰시는 분들이 헤드폰을 쓰시면 소리가 뒤에서도 들린다고들 하시는데,
인럭골은 뒤쪽에서 들리는 느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역이어게인, 고역대의 딥이 이런 이미징을 의도하여 셋팅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느낌 좋아합니다.
좋은 의미, 안 좋은 의미,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저도 참으로 크레이지한 헤드폰입니다.
제 취향에는, 아주리스가 안 나왔더라면 이거 듣자마자 샀을거란 확신을 느낍니다.
현재의 트렌드에 맞지 않은 튜닝일 뿐, 헤드폰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페러다임이 될만한 듯 합니다.
그리고 앞서 후기 남겨주신 분들의 말씀대로 저도 이어게인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Summary]
> 꼭 들어보고 사야 할 헤드폰. 찍먹은 용자의 길.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둔할 것 같은 첫 인상, 하지만 의외의 섬세함과 하이스피드.
> 나사 빠진 것 같은 첫 인상, 하지만 매우 단정하고 치밀함.
> 적응할 수 있거나 취향에 맞다면 평생 반려헤드폰으로 삼아도 좋을, 스피커 리스닝룸틱한 헤드폰.
[장점]
+ 다크 블루와 골드 컬러의 전위적인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 쾌감.
+ 가벼운 무게와 쾌적한 착용감.
+ 앞뒤 양방향 180도 스위블 가능한 유연한 짐벌.
+ 하우징 측 L자형 TRS 플러그의 기막히게 훌륭한 실용성.
+ 작은 하우징의 밀폐형으로서는 놀라우리만치 매우 광활하고 쾌적한 공간감.
+ 전체적인 스케일과 소리 하나하나의 스케일이 큼직큼직함.
+ 그런데도 각 악기, 보컬의 에너지 분배와 음상 크기, 간격이 기막히게 균일하게 잘 배치됨.
+ 극저음부터 초고역까지의 넓은 대역폭, 그 중에 뭉침이나 피크 같은 과함이 느껴지지 않음.
+ 부밍이나 피크가 매우 잘 다스려진 리스닝룸에서 스피커를 듣는 듯한 편안함.
+ 특유의 튜닝으로 인해 다소 먹은 듯한 보컬 음색이지만, 듣다 보면 이상하지 않게 들리는 마법.
+ 한동안의 적응 시간을 거치고 나면 역이어게인으로 인한 불편감은 잦아듬.(취향차)
+ 고해상력이라는 느낌과는 정반대의 첫 느낌이지만 듣다 보면 정말 놀라운 디테일 표현.
+ 악기의 다이나믹이나 음색 변화, 보컬의 톤 변화까지도 기막히게 섬세하고 빠릿하게 표현해 냄.
+ 서스테인, 잔향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절묘한 느낌.
+ 고급스런 사운드 느낌이 은근히 강함.
+ 적응되고 나니 계속 이것만 듣게 됨.
[단점]
- 어그로인가 싶을 정도로 길고 복잡하여 외우기도 힘든, 묘하게 촌스러운 제품명.
- 조악한 짐벌의 만듬새.
- 현행 이어게인에 충실한 헤드폰에 적응되어 있는 감각으로는 엉터리로 느끼기 쉬운 첫 인상.
- 중고역~고역대가 리니어하게 이어진 타입이 아닌데서 느껴질 수 있는 위화감.
- 보컬이 먹어있는 듯 코맹맹이 소리로 느껴질 수 있고, 발음이 선명하게 들리는 편이 아님.
- 특유의 저자극 성향 때문에 볼륨을 높이면 보컬 때문에 귀가 피로해질 수도.
- 락, 메탈을 들을 때 자극있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곤란한 선택.
Comment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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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진짜 고인물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2등
헤드폰 사운드의 패러다임 변화와 또 다시 시작될 발전이 기대됩니다.
3등 매물이 뜬다면 알파인스노우님 컬렉션으로 들어가겠군요 ㄷㄷㄷㄷ
실로 궁금해지는 녀석입니다
아주리스 할부 끝나면 생각해봐야겠습니자 ㅠㅠㅋ
아주리스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런 걸작을 들어버렸으니 ㄷㄷㄷ
이어게인이란 무엇인가, 중역이란 무엇인가, 스테이징이란 무엇인가 라는 큰 질문을 저희에게 던지는 헤드폰입니다. 철학적이에요. 대다수의 밀폐형들이 오픈형을 모방해서 소리를 내려고 하는데, 얜 밀폐형만이 가능한 소리를 만들어버렸어요. 앱과의 연동을 통해서 밀폐형만이 리플레이 가능한, 헤드폰임에도 음장효과들이 의미있는 DSP를 가미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었으나, 일반대중은 이런거보다 하만타겟 맞춰 내주는걸 더 좋아하겠죠. 꽝꽝꽝 직관적이니까요.
이걸 일반대중한테 크라우드펀딩으로 팔려니 팔릴리가요ㅋㅋㅋ... 제작자가 SPL 재직 엔지니어 아니랄까봐 발상부터 다릅니다.
유선헤드폰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성공할...수가 있긴 한가 싶네요 ㄷㄷㄷㄷㄷ
극한의 바이럴 외에는 불가능할거같은데
밀폐형의 단점을 회피하기보단 장점을 이용해서 과감하게 만든 건 좋았는데, 마케팅 방향이 에러였군요 ㅠ SPL 엔지니어 분이 만드셨다니 일단 믿음이 갑니다.
근래 10여년간 타겟 추종 기준으로 보정해서 보아왔던 제 관점에 쩌저적 하고 균열이 생겨버렸습니다 ㅋㅋㅋ;; 아, 정말 좋네요. 기막히게 잘 만들었어요. 대중적인 인기는 없지만 지역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좋아하시는 숨은 맛집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예요.
참 재밌는 물건이예요.
듣고 있으면 상당한 중독성이 느껴지네요 ㄷㄷㄷ
그래서 제가 이어게인 먹은 제품을 높게? 칩니다 ㅎㅎ
실청감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해요


이헤폰을 쓰면 쓸수록...
토널밸런스로 플랫하다고 느끼는거랑
공간적인 인식과 관련된 심리음향은 별개라고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ㅎㅎ
측정치가 이러면 직접음보다 공간을 채우는 배음들이 아주 극대화해서 들리는 느낌...? 속이 비어있는 느낌...? 신기하죠 ㅎㅎㅎ
저 헤드폰도 어떤느낌일려나요..? ㅎㅎ
후기 잘 봤습니다
스피커들중에 그런 스피커들이 꽤 많아요
특히 탄노이 궤짝스피커가 그런데
직접음은 내팽겨치고 공간자체를 꽉채우는 느낌…?
그런 스피커로 첼로같은 스트링이나 피아노곡 같은거 들으면 기가 막히죠… 제네릭이나 kef같은 잘만들어진(?) 스피커로는 절대 흉내못내는 소리가 있어요…ㅎㅎ
탄노이 답답하다고 관심 대상에서 킥밴해버렸었는데,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대체불가에요 그 소리는 ㅋㅋㅋ
물론 저 헤드폰도 그렇고 탄노이궤짝도 그렇고
메인으로 쓰라고 하면 절대 선택안할거지만요 ㅎㅎ
그야말로 ‘별안간’ 나온 헤드폰입니다.
‘아오. 밀폐형 헤드폰은 그렇게 만드는 거 아니야 바보들아!’
하며 나온 것 같아요. 한큐에 이렇게 만들어낸 능력이 무섭고 대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폐형 헤드폰 특유의 답답함은 안 느껴지네요.
진심으로 대단히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또 발견하고 진가를 알아보신 분들의 안목도 놀랍습니다.
좋은 발굴 감사드립니다.
자금 여력이 회복되면 하나 들여야겠어요.
이건 있어야겠습니자 ㅎㅎㅎ
파이오니아가 많은 헤드폰 취미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하십니다 ㄷㄷㄷ
저도 기본 이헤폰은 ie900+hd490으로 굳히고
특이(?)한 이헤폰들을 바꿔가며 즐기고 있는데
기회되면 하나 들여보고 싶은 놈이네요 ㅎㅎ
사운드하우스나 쟤네 공식 스토어 (A&M Group Official Store) 에서 신품 판매중이고, e-earphone 등지에 중고 한 5개정도 있을겁니다. 케이스 없는 매물들이고, 일부는 케이블이나 악세사리 결손품도 있으니 주의해서 구매하세요!
단종되지 않은 걸 보니 차기작도 언젠간 나오려나요ㄷㄷ
그나저나 사운드하우스 저기서 mdr-z7이어패드 사려고 했는데 인터넷 보니 배대지가 막혔다고 하네요...? 구매대행업체를 써야하나
정말 요망한 칭구입니다.
댑따 큰 스피커 + 잘 튜닝된 리스닝룸을 머리 앞으로 옮겨온거 같아요 ㅋㅋㅋ
제대로 신경써서 과감하게 만들었네요.
FR을 보시면 어떤 밸런스인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그 점을 감수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분명 단점이 있어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에 주목하여 듣게 되었구요.
디자인적으로 보면 초미녀이신 아이도루톸님께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초울트라하이리치킹갓제네럴 자세한 사용기군요
큰 기업들이나 사운드를 만드시는 분들이 무대를 그리는 방법을 아는 듯 합니다. 주파수별 음압과, 위상, 왜곡, 속도가 섞여있을텐데... 노하우겠죠, 그것을 소스에서 만드느냐, 변환과정에서 나오느냐, 앰프인가, 이헤폰인가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