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너 nc90 간단청음기

오늘 3.1절을 맞아 아침일찍 광화문광장에 갔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벌이는 행사를 보고 교보문고로 내려가 신문물을 체험하던 중 궁금하던 리너를 발견!

이어폰은 넥밴드니까 패스하고 헤드폰을 집어듭니다

다행히 충전은 만땅으로 되어있군요

사진 보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작고 가볍고 구조가 탄탄하네요

일반 소매가격이 16만원정도 하는데 그 수준은 충족합니다

그리고 헤드폰 설계하면서 아마 착용자 머리크기의 기준을 작게 잡은 모양이네요

길이조절이 1에서 10까지라 치면 풀사이즈든 소형 온이어든 제가 보통 4~5단계 정도로 맞춰놓고 쓰는데, 이건 중간에 걸리는게 없긴 했지만 대략 6단계 정도까지 늘렸을 때 편하고 딱 맞게 착용할 수 있었어요

남자분중에서 두상이 많이 큰 분, 그리고 별로 큰 편은 아니더라도 캡을 쓰고 그 위에 헤드폰을 착용하고 싶으신 분들의 경우 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모르긴 모르겠지만 구조가 상당히 잘 잡혀있어서 사이즈문제는 없는데 패드 밀폐가 안된다거나 머리 어디가 눌려서 아프다거나 하는 사례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패드 품질은 충분히 좋습니다

귓바퀴를 집어넣을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최소화시킨 인상이고 폼 탄력과 살과 닿는 재질의 촉감 등등 흠잡을게 없을 수준은 달성된 것 같아요

유일한 문제는 사이즈인데, 저는 남자치고 체구가 조그만 편이라서 머리 크기도 귀 크기도 무리가 없었습니다만.......몸집이 있으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사정 감안 않고 아무말이나 해본다면, 성능과 음질을 업그레이드하고 크기를 키운 상급기 내지는 알맹이는 그대로 두고 크기만 키운 옆그레이드 자매품의 출시가 필요하겠습니다

소리도 훌륭하군요

사실 제가 노캔&블투 분야의 헤드폰중에 일부러 진지하게 들어본게 게임용 모비우스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얘가 해당 세그먼트 안에서 어느정도의 경쟁력이 있다는 식으로는 아무런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

구입을 고려하는 분들이 대부분 보스qc35랑 비교해서 어떰? 닥드 솔로2랑 비교하면 어떰? 1000xm3는?이런 식으로 궁금해하시겠지만 거기에 맞는 답을 저는 몰라요

아무튼 훌륭합니다

하지만 정통적인 훌륭함은 아닙니다

정통적으로 훌륭한 소리의 (최소 필요)조건은 일단 주파수 응답그래프가 이쁘게 나오는 그런 소리겠지요

즉 스튜디오모니터링이나 중립적이라고들 얘기하는 레퍼런스급의 소리가 정통적인 훌륭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이것저것 듣는 동안 소리 자체로도, 그리고 기발한 시도로도 저를 굉장히 감동시킨 이 헤드폰의 훌륭함은, 전혀 정통적이지 않은 훌륭함이었습니다

보통은 정통적이고 말이 되는 소리를 능력 되는대로 해볼라다가 어설프게 마무리가 되는게 무선이든 유선이든 아웃도어 및 라이프스타일이든 레퍼런스급이든 인정 못 받고 잊혀지는 헤드폰들의 사연인데, 리너는 이놈을 만들면서 그냥 막 멋대로 저질러버렸고 그 결과물이 엄청나게 설득력이 있어요

그래서 뭐를 어떻게 변칙적으로 했냐면, 이게 소리가 '굉장히 티나는 2웨이'입니다

중고음역은 대역폭 넓고 소리 좋은 이어버드(a8, k319, 이어팟 등등)같은 소리가 나고, 가운데 간격을 좀 비워놓은 다음에 밑에서 서브우퍼같은 베이스가 들립니다

근데 그게 조잡하지가 않고 굉장히 세련됐어요

베이스는 제대로 된 소리와는 차이가 많이 있고 특성이랄까 패턴이랄까 아주 좋지 않은 종류의 저음이지만 이 헤드폰이 내는 안 좋은 저음은 납득이 됩니다

어떻게 안 좋은 베이스냐면 둔하고 비리비리하고 허당허당하고 음장옵션 켰을 때 변조된 것 처럼 멀리 들리는 베이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nc90의 '안 좋은 베이스'는 er4와 hd600에 아주 충분히 길들어있는 제가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밀폐가 되지 않아서 저음역이 온데간데없는 이어버드스러운 중역 및 그 위의 음색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보컬배킹이라고 일컫는 목소리가 눅눅하고 깝깝하게 들리는 현상이 전혀 음슴니다!!

다만 중저역이 충분히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다면 치찰음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을 소리인데 그게 그렇지 못해서 목소리같은게 치찰음처럼 찌릭찌릭앵알앵알대듯 들리는 취약점이 있긴 있네요

종합해서, 저처럼 좋은거 귀동냥 많이 해보고 여력 되는대로 나름 사모아가며 열심히 들어본 매니아들에게는 아주 간단하게 간파될만한 특징이고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는 달리 불호! 를 외치실 것 같지만, 이거 될 물건입니다

저처럼 크리티컬하게 음악을 듣고 헤드폰을 듣고 하지는 않는 수많은 非매니아들에게 이놈이 엄청나게 좋은 소리로 들릴 것 같아요

노캔은 비슷한 기종들 대비 얼마나 잘 먹히고 얼마나 위화감이 없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충분히 기능한다는건 확인했습니다

기능이 많지 않고 버튼이 적어서 조작은 아주 편했는데, 노캔 단계를 강하게, 중간, 약하게 의 3단계로 나눠놓은건 번거롭더군요

그나저나 호평은 실컷 해놓고 정작 제가 들으려고 살 일은 절대 없을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