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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사티와 짐노페디에 얽힌 이야기

lania
11053 2 1

침대 광고 같은 데서 들어봤든, 어디서든지 이미 들어봤을 짐노페디 1번입니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음악이죠.
단순하고 여운이 길고, 반복적인 게 몽환적이기도 하고. 

언젠가 좋은 헤드폰으로 맥스 볼륨으로 들었는데
페달밟는 스르르하는 소리까지 들렸을 때 엄청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피아노 배운 분이라면 누구나 페달을 밟았다가 조심이 뗄 때 나는 아주 미세한 소리, 뭔지 아실 거예요. 

작곡가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에릭 사티.

"짐노페디"가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긍한 분들 있으신가요?
짐노페디 1번이라고 하길래 소나타, 교향곡, 에튜드, 레퀴엠 뭐 이런 종류의 것인가? 하다가
막상 찾아봤더니 그게 아니더라는.  

결론적으로 짐노페디는 세상에 세 곡밖에 없고, 에릭 사티가 작곡한 짐노페디 1, 2, 3번이 전부입니다.
소나타는 수많은 작곡가들의 것이 있지만, 예를 들어 베토벤의 소나타, 모차르트의 소나타, 쇼팽의 소나타가 있잖아요. 짐노페디는 그렇지 않습니다. 왠지 찾아봤더니 "짐노페디"는 에릭 사티가 만든 말이었습니다. 

이에 얽힌 일화.

하루는 에릭 사티가 파리의 유명 사교 클럽에 놀러갔답니다.
"까만 고양이"라고 하는 당대의 유명 클럽이었는데, 잘 나가는 뮤지션들에 둘러싸여, 자기 소개를 해야 하는데 당시 마땅한 타이틀이나 스펙이 없어서 자신을 "짐노페디스트"라고 얼떨결에 소개했답니다.
아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듯 한데 아는 척 하고 싶어선지 어째선지 사람들이 엄청난 직업이군요라며 칭찬했다고. 허허. 

그 뒤에 자신이 작곡한 음악에 "짐노페디 + 번호" 식으로 이름을 매겼습니다.
그러니까 "짐노페디"는 사티가 만들어낸 고유명사입니다. 사티가 알고 쓴 건지 확인한 길은 없지만 "짐노페디"가 세상에 없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페스티벌에서 젊은이들이 발가벗고 춤을 추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 춤을 가리키는 말이 "짐노피디아 gymnopaedia"라고. 

들어보시죠. 볼륨 크게 해서.
저는 자전거 타고 느릿느릿 한강변을 기어다니면서 이 음악을 듣습니다. 
귀에 이어폰 끼고 들으면 낮술먹고 고주망태가 된 사람들도,
민망한 쫄바지 입은 사이클러들도, 
암튼 평소에 꼴보기 싫은 것들도 뭐든지 좀 고즈넉하고 이뻐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Xm7s9eG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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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GooSeulLee JennyGooSeulLee님 포함 2명이 추천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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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짐노페디!! 음악 소개 감사합니다~~
12:18
1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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