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형 헤드폰은 왜 저역이 안 나오나요?

일단 제가 아는 선에서만 설명을 조금 드리자면...원리상으로는 밀폐형이 저역 재생이 불리한 게 맞습니다.

 다만 오픈형 헤드폰의 오픈백과 개방형 스피커의 오픈 배플은 살짝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이해하시기 쉬운데, 스피커는 스피커가 개방형이건, 밀폐형이건 간에 공간 자체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거실에 스피커를 두는데 개방형 스피커이건 밀폐형 스피커이건 울려야 하는 공간 자체는 거실의 크기인 거죠. 
  
 헤드폰은 쉽게 말하자면 그 자체로 스피커 + 방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드라이버 = 스피커, 하우징 = 룸이라고 보시면 어느 정도는 맞을 거에요. 오픈형 헤드폰의 경우에는 하우징 뒷쪽을 열어버리죠? 이건 스피커 통의 뒷면을 여는 것과는 다르게 스피커 뒷쪽의 벽을 뚫어버린 것에 가깝습니다.

 음파의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지향성이 감소합니다. 저역대, 특히 극저음은 사실상 특정한 방향이 없고 공간 전체를 울려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공간이 늘어나면 공간을 울리는 데 필요한 출력이 늘어나겠죠. 같은 출력이라면 극저음이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고요. 

 오픈형 헤드폰은 벽을 뚫은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스피커를 놓아둔 방보다는 바깥이 훨씬 넓겠죠. 마찬가지로 헤드폰의 하우징보다는 내가 헤드폰을 쓰고 있는 공간이 실내이건 야외이건 훨씬 넓을 겁니다. 스피커 뒷쪽 벽을 뚫어서 바깥 공간과 연결해버리면 뒷쪽으로 사실상 무한히 공간이 확장되는 것에 가까워집니다. 음파의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지향성이 낮아져 퍼지게 되니까 뒤쪽으로 퍼지는 저역대 에너지는 그냥 방 바깥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거죠. 
따라서 오픈형 헤드폰은 역위상 저역만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저역 자체가 일부분 빠져나가버립니다.
헤드폰이 스피커를 모사하는 것이기는 한데, 실질적으로는 '스피커를 이용해 감상하는 환경'을 총체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가깝다보니 스피커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주파수 자체는 잘 나오지만 양감이 적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밀폐형이 저역의 양을 더 많게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요. 
 역위상파가 반사되어 위상파를 모두 상쇄시키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공진이라든가 반향음을 제어해서 깨끗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오픈형은 손실되는 소리가 많지만, 반향음 등이 적으니 제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