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U Kima2와 TinHiFi C2 2025
최근 구입해 써 보아 마음에 들었던 이어폰 두 개의 사용기입니다.
1. DUNU Kima2
DUNU 두누는 제법 역사와 인지도가 있는 Chi-Fi 브랜드로 6BA 셋업 기반의 SA6가 Ultra, MK2, EST 등의 파생 모델을 내며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900불짜리 싱글 다이나믹 드라이버 이어폰인 Zen Pro의 평판도 좋습니다.
Kima는 100불 근처의 엔트리 라인으로, Kima와 Kima Classic을 거쳐 얼마 전 Kima2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다만 DUNU에서는 Kima2가 계통적으로 200불대의 상위 라인업인 Falcon Ultra 팔콘 울트라와 그 한정판 리튠 버전인 Vernus 베르누스를 계승하는 것으로 마케팅하고 있으며, 같이 사용해 본 사용자들은 음질의 완성도에서 Kima2가 Falcon Ultra나 Vernus보다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죠.
그래서 그 음질이 얼마나 좋은가 하면, 저는 귀에 끼자 마자 합격입니다. 먼저 하드웨어의 깡성능이 아주 좋고 간도 타이트하게 잘 맞습니다.
그간 주파수 영역에서의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울리는 방식이 좋아 Simgot 심갓 EA500을 좋아하고 추천했는데, Kima2는 여러 모로 EA500을 앞섭니다.
얼핏 부스팅이 적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 저역은 차세대 DLC 컴포짓 드라이버가 빠르게 공기를 밀어 만드는 임팩트가 좋고 낮은 저역의 감쇠가 적은데다 고역과의 밸런스가 잘 맞아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고역의 튜닝 성숙도도 높아서 조잡해지거나 신경을 긁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수준에서 투명감 있게 디테일을 표현하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조금 비선형적인 인상이 있지만 아마도 취사선택의 결과겠지요. 백미는 중역인데, 풀바디에 선형적이고 촉촉합니다. 공간 표현의 논리도 충분해 어렵지 않게 풍경이 그려지지만 이어팁이나 케이블 조합에 따라 보컬을 위시한 센터 이미지가 좌우로 너무 넓어지고 나머지 무대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는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Kima2에는 제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것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들려줄 수 있지만 소란하거나 부산스럽지 않으며,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뽑아내는 노트들 하나하나에는 권위가 있습니다.
음질 외적으로는 어떤가요. 한정판은 똥파리색 마감이 아름답고, 개성이 다른 이어팁 4세트, 플러그 교체가 가능한 케이블 등 패키징된 액세서리들도 실속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혹은 어떤 사람이 피해야 합니까?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어 취향에 따라 더 강력한 저역, 더 짜릿한 고역을 원할 수 있습니다. 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초고역이 아주 리니어하지는 않으며, 더 맛깔난 저역 텍스처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쉘에 새겨진 CRIZ FACTION이라는 중2병적 선언이 조금 부끄러울 수 있고 모든 사용자가 원하지는 않을 아크릴 캐릭터 스탠드는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에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제품이라 할인 혜택의 폭이 크지 읺습니다.
하지만 녹색 마감의 한정 버전을 원한다면 너무 오래 망설이지는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Kima2의 케이블 매칭에 따른 변화는 적은 편이라고 느낍니다. 태생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힌 탓에 위로 아래로 조금 보태거나 빼도 중심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앞서 말한 저역이나 고역의 작은 약점들도 좀처럼 개선이 안 되더군요. 그에 비해 중역은 변화가 좀 더 느껴지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합에 따라 센터 이미지가 너무 넓어질 수 있습니다.
시도해 본 케이블 중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 것은 ivipQ 539 夜霧이었습니다. 오일 함침 그래핀 팔라듐 도금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구성의 케이블로, 다른 이어폰들과 매칭했을 때 대체로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맞는 짝을 찾지 못해 방치 중이었죠. Kima2를 ivipQ 539와 매칭하니 본래 강점인 중역에 보습 크림을 바른 듯 매끄럽고 윤기있게 만들어 주고 저역의 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 줘서 좋았습니다. 광택이 있는 어두운 녹색의 외관 또한 Kima2 한정판에 맞춘 듯 잘 어울립니다.
참, Kima2는 2핀 커넥터 부분이 살짝 함몰되어 있어 케이블을 주문하실 때 더 튼튼한 체결을 위해 커넥터 옵션을 Normal 2Pin 대신 Recessed 2Pin으로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TinHiFi C2 2025
가격대비 좋은 음질로 호평이었던 TinHiFi 틴하이파이 C2의 업데이트 버전입니다.
주파수응답 면에서 기존 C2보다 낮은 저역이 상승한 것이 눈에 띕니다. Simgot EA500 -> EA500LM과 비슷한 방향의 업데이트인데, 고역의 눈부심이 적다는 점에서 더 바람직합니다. 저역이 강력하고 밸런스가 양호한데다 가격도 저렴해 추천할 만 하지만 아무래도 하드웨어의 한계는 느껴집니다. 윤곽이 덜 분명하고 초고역에는 스산함이 조금 묻어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보랏빛 8심 240코어 은도금 케이블을 또 써먹습니다. 설탕 코팅 속성이 이번에도 유효한데, 전 대역에 걸쳐 더 고급스러운 텍스처를 더해 주고 초고역도 매끄럽게 넘어가도록 도와줍니다. 추천할 만한 조합입니다.
C2 2025도 커넥터 부분에 함몰이 있으며 Kima2보다 깊습니다. Recessed 2Pin 옵션이 따로 있는 경우 그것을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