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마지막 CD 시리즈 헤드폰들
소니 헤드폰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CD 시리즈의 마지막 라인업을 공유해봅니다.
단종된지 오래된데다 특출난데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20세기 소니 특유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운드를 간직한 마지막 라인업인지라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 찾으시는데에 일말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MDR-CD180
- 형식 : 밀폐형 (전면 밀폐/후면 밀폐]
- 드라이버 : 30mm DD
- 케이블 : 일체형 OFC
이 마지막 CD 시리즈 라인업에서 가장 막내입니다.
2000년대 초반, 용산전자상가나 음반점에서 정말 흔히 걸어놓고 팔던 녀석입니다.
2만원을 넘기진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저는 사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외형부터가 싼 티가 넘쳐흐르는데, 샀다가 괜히 싼 사운드에 후회만 할까봐서였습니다.
다만, 이 가격대의 필립스 헤드폰과 비교한다면 얘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점에서, 수집 목적이 아닌 한 굳이 구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MDR-CD280
- 형식 : 세미오픈형 (전면 밀폐/후면 세미오픈)
- 드라이버 : 30mm DD
- 케이블 : 일체형 OFC
CD180보다 바디는 좀 더 커졌지만, 여전히 30mm 드라이버입니다.
얘 또한 국내에서 들어본 적도, 심지어 구경해본 적도 없습니다!!
들어본 소니의 30mm DD 드라이버 헤드폰들 중 멀쩡한 녀석이 하나도 없었기에
얘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이는 해외 유저들의 평도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MDR-CD380
- 형식 : 세미오픈형 (전면 밀폐/후면 세미오픈)
- 드라이버 : 40mm DD
- 케이블 : 일체형 OFC
드디어 드라이버 사이즈가 40mm로 올라왔습니다.
사운드에 대한 평은 상급기인 CD580과 유사합니다.
다만, 헤드밴드는 여전히 하급기들처럼 ♥허접♥한 플라스틱 덩어리이고
이어패드 또한 회색의 배플이 밖으로 훤히 보이는 허접한 마감이라... ㅠ.ㅠ
얘도 국내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여간... ㄷㄷㄷ;;
▶MDR-CD480
- 형식 : 세미오픈형 (전면 밀폐/후면 세미오픈)
- 드라이버 : 40mm DD
- 케이블 : 분리형 OFC
얘부터 하나 둘씩 없어보이는 부분들이 개선되어 나아갑니다.
♥허접♥한 헤드밴드가 이제야 드디어 좀 볼만하게 바뀌었습미쟈!!!
긍데, 저 회색 배플이 그대로 보이는 이어패드는 어쩔... ㅠㅠㅠ
사운드에 대한 해외 평은 CD380과 다르지 않은 느낌.
얘도 국내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MDR-CD580
- 형식 : 세미오픈형 (전면 밀폐/후면 세미오픈)
- 드라이버 : 40mm DD
- 케이블 : 분리형 OFC
- 이어패드 : 일반 이어패드 + 이불 커버 ㅋㅋㅋ?
드디어!!!
회색 배플이 보이던 ♥허접♥함을 감추어 완연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30mm 드라이버들이 보여주던 힘 없고 장난감 같던 사운드에서 벗어나
조금은 헤드폰다움을 보여주던 것이 소니 CD 시리즈의 40mm 드라이버였습니다.
희뿌연 착색감을 보여주지만, 마이크로다이나믹 표현은 수준급이어서
어떤 음원을 듣건간에 라이브 공연을 듣는 듯한 매우 자연스러운 느낌과
이 시절 소니 특유의 아련한 정취를 꽤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ABS 배플 특유의 플라스틱 울림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음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불 껍데기처럼 드라이버 앞까지 싹 가리는 이어패드 커버가 독특했습니다.
이건 CD780/2000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MDR-CD780
- 형식 : 세미오픈형 (전면 밀폐/후면 세미오픈)
- 드라이버 : 50mm DD, PET Diaphragm
- 케이블 : 분리형 LC-OFC
- 이어패드 : 저반발 우레탄 폼 + 이불 커버
본격적인 성능을 드러내지는 못하였지만, 본격적인 기본기를 드러냈던 기종입니다.
하우징은 기본적으로 CD580과 동일 기반이되, 메탈 메쉬와 양각 소니 로고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다 어두운 회색으로 좀 더 묵직한 이미지를 주었지요.
항간에 CD580과 다를게 없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어불성설입니다.
누가 들어보더라도 40mm 드라이버가 적용된 CD580보다 한결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당시의 소니가 조금이라도 오픈된 구조에서는 노하우가 없었던지 좀 허전함도 느껴집니다만,
본격적으로 헤드폰다운 풀바디 느낌의 사운드에 DF 기반에 충실한 자로 그은 듯 매끈한 FR,
그리고 빡번인시 70Hz 전후로 양감이 올라오고 고역이 살짝 가라앉는 틸트 DF 느낌의 사운드는
고작 10만원 정도 하던 가격 대비 완성도 면에서 사기급의 퀄리티를 보여주었었습니다.
당시 12만원 언저리 하던 젠하이저 HD495나 그라도 SR60 등 잘 알려진 헤드폰들에 비해서
훨씬 무난하고 안정된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처참한 인지도 탓에 헤드폰 커뮤니티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진가를 알아채신 분들은 한 번 들이신 후 거의 내놓지 않으시더군요.
저도 다시 구하기까지는 무려 20여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현 시점, 성능이 특출난 건 아니라서 굳이 일부러 찾아서 구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과거 소니의 지극히 무난한 엔트리급을 하나 갖추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가격으로 보면 엔트리급이었지만, 소리로 보면 얼추 중급기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MDR-CD1700
- 형식 : 밀폐형 (전면 밀폐/후면 밀폐)
- 드라이버 : 50mm DD, Bio Cellulose + Vectran Diaphragm
- 케이블 : 일체형 LC-OFC
살짝 이전 세대쯤 걸치는 녀석입니다.
최상급기 CD3000처럼 진동판 소재로 바이오셀룰로오스를 채택하되,
케블라처럼 고장력 섬유의 일종인 벡트란 섬유가 배합되었습니다.
밀폐형의 대가인 소니답게 매우 완성도 높은 무난한 고해상력 + 하이 디테일을 보여주나,
개체 편차가 있는 건지, 일부는 저역이 벙벙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얘부터 비로소, 일부러 찾아서 구매할만한 성능 +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당시 소니 특유의 정취에 E888에서 느껴지던 아련한 섬세함이 가히 일품입니다.
▶MDR-CD2000
- 형식 : 세미오픈형 (전면 밀폐/후면 오픈)
- 드라이버 : 50mm DD, Bio Cellulose + Vectran Diaphragm
- 케이블 : 분리형 LC-OFC
- 이어패드 : 저반발 우레탄 폼 + 이불 커버
CD1700 이후로 나온, 실질적인 CD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의외로 플래그쉽이었습니다.
CD3000은 이 시기에 단종되었기 때문입니다.
하급기 CD780 및 이전 모델인 CD1700과는 다른, 독자적인 형태의 프레임이 쓰였습니다.
다만, 이어패드는 CD780과 똑같은 것이 사용되었지요.
얘는 정말 안타까운 녀석인데...
처음 박스를 까서 들어보면 모노 음원인가 싶을 정도로 공간감 자체가 너무 좁았습니다.
결국, 돈 값 못하는 쓰레기 헤드폰으로 소문이 돌아서 국내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아도 '완전 쓰레기'라고만 했을 뿐이었지요.
그러나, 설마 소니가 이걸 소리라고 만들어 20만원대에 팔았을리가...
최소한 수십시간 정도 틀어놓으면 없었던 공간감이 서서히 펼쳐져 평범 수준은 되었고,
수백시간 정도 사용하면 제법 본격적인 고성능 헤드폰의 맛을 보여주는 맛돌이였습니다.
더 나아가 1~2천시간 정도 꾸준히 사용할 경우, 뜻밖에 저역 양감이 상당히 올라와서
청감상 HD650과 매우 유사한 FR을 그려주는 희안한 녀석이었지요.
소리가 트이고 나면 전형적인 틸트 DF에 밝은 중고역이 더해진 사운드를 냈었습니다.
분해능과 스피드 면에서는 명백히 HD650보다 뒤처짐이 느껴졌었지만,
그놈의 잘난 소니표 마이크로다이나믹 덕분에 음악의 미묘한 뉘앙스 표현력 측면에서는
HD650보다 오히려 나았습미다?!
소리를 만들어서 써야 했음이 상식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웠던 헤드파이 시장 특성상
주목받지 못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헤드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MDR-CD3000
- 형식 : 밀폐형 (전면 밀폐/후면 밀폐)
- 드라이버 : 50mm DD, Bio Cellulose Diaphragm
- 케이블 : 일체형 LC-OFC
- 이어패드 : 합성 콜라겐 외피
- 하우징 : 야채섬유 배합 합성수지
명실상부, R10의 양산형이라 할만한 CD 시리즈의 최고봉이었습니다.
다만 R10과는 전혀 다른, 적은 저역 양감에 중고역이 도드라진 발랄한 녀석이었습니다.
저역의 양감이 적었지만, 꽉 찬 풀바디 사운드는 최고급 헤드폰으로서 손색이 없었고
특히 CD2000 이하 하급기들을 멀찍이 떨어뜨려놓는 섬세한 중고역의 디테일 덕분에
중립성이라든가 스피드 면에서의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50만원 언저리의 신품 가격임에도 심지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던 직구로
일본에서 직접 공수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셨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R10과 함께 개체 수가 급감한 걸로 보여지는데,
이어패드가 합성 콜라겐 소재답게 몇 년 지나지 않아 걸레짝이 되던 것도 문제였지만,
순수 바이오셀룰로오스 진동판의 내구도 문제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하급기인 CD1700/2000의 벡트란 배합 녀석들이 좀 더 오래 잘 버티는 듯도...?
소니의 CD 시리즈는 결국 CD2000에서 끝났고,
이 시절의 소니에 익숙한 저로서는 이후 출시된 SA 시리즈에 크게 당황해야만 했습니다.
대략, 델리커시 잘못 돌려서 망가졌던 CD2000 마냥 앙상하고 야위며 톤이 한참 올라간
붕 뜨고 자극적인 소리들이었지요.
소니의 본격적인 풀사이즈 감상용 헤드폰들은 이 시점에서 끝나버린 듯 합미다.
이후 지금도 출시되고 있는 MDR-Z1R/Z7 같은 고오급 헤드폰들도 있고 나름 완성도도 있지만,
마지막 CD 시리즈 중상급기(CD780~)만한 음악성이 있느냐 하면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Comment 10
Comment Write이쪽 헤리티지는 거의 몰랐는데,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정보추!
당시 소니 중급기 이상의 헤드폰들은 보통 사람들에겐 너무 비쌌고
본격 헤드파일들에겐 좀 장난감스런 이미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국내 인지도가 너무 처참... ㅠㅠ
헤드폰 스테이션 시절 CD2000이 악평 받을때 CD1700이 반작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CD580의 헐렁헐렁한 소리에 진저리치던 때였는데 오픈형은 다 그런줄 알았었어요... 아닌걸 아는 지금도 왠지 일제 헤드폰은 밀폐여야 본격적인듯한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멀쩡한 오픈형 헤드폰으로 라인업을 구성해놓고도 플래그십은 꼭 밀폐형으로 내는 신기한 전통은 오픈형 헤드폰도 눈치보며 써야 하는 옛날 일본의 주거환경의 영향을 받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PS. MDR MV1 좋더라구요. 기가 막힙니다. 쩝니다.
지금도 일본 풀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은 아주 고가형 아니고서는 탱탱하지 않고 흐느적흐느적한데, 드라이버 설계 성향을 봐서는 실상 밀폐형이 더 맞는거 같습니다.
이래저래 봐도 오픈형은 젠하이저나 베이어, 그라도처럼 드라이버 깡성능이든 스트로크든 어느 정도 나와주어야 하는 듯 한데, 일본 폰들은 디게 잠잠 얌전한 경향이 있어서 잘못 오픈하면 물탄 것처럼 바보되는 느낌이네요.
MV1은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어쩌다 보니 아직도 못 들어봤어요. ㄷㄷㄷ
여기에서 고급 정보 가 있습니다.
좋은 정보 진심으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역시 대단한 정보글입니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