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탁스 최고의 희귀템 SR-X MK3 PRO(1985년)
서론
1.1 역사
1975년, 스탁스는 금속 매쉬 구조의 다이어프램를 최초로 적용한 SR-X MK3 노말버전을 출시하였습니다. 금속 매쉬는 매우 얇고 정교하게 제작되어 드라이버로 전달되는 소리의 디스토션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고음역대역 표현력를 극대화했던, 당시로서는 헤드폰 기술의 첨단을 보여주었던 역사적인 기술이었습니다.
이후 1985년, 스탁스는 이 SR-X MK3 의 프로(PRO)버전을 런칭합니다. 기존의 스탁스 모델은 노말 바이어스라고 해서 230V 에서 구동되었는데, 1982년 람다 프로를 개발하면서 580V라는 훨씬 더 높은 전압에서 구동하도록 개발된 것이 프로버전입니다. 580V로 구동하게 되면 기존 230V 대비 고음역대의 주파수 표현 범위가 늘어나고 저음의 양감이 개선됩니다. 다이나믹 레인지 또한 개선되는 효과를 발휘하죠.
신규 드라이버 및 다이어프램 + 프로 버전 + 더 발전된 금속매쉬 채용으로 기존 노말 버전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던 SR-X MK3 PRO 는 서양권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 및 판매되었지만, 당시 비싼 가격과 프로 버전을 구동할 수 있는 앰프 보급률이 떨어졌던 시대적 한계로 인해 100~150대 정도만 시장에 판매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헤드폰입니다.
애초에 한정판 목적으로 홍보된 제품도 아니었고, 연식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매물은 극도로 적어 현재까지 스탁스 헤드폰 중에서 최고 희귀 헤드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론
2.1 빌드 퀄리티/착용감
일체형 케이블에 매우 클래식한 구조를 가진 온이어 헤드폰입니다. 플라스틱과 금속이 혼합된 설계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중량도 가볍습니다. 시대 상황을 감안해도 1985년에 나올 헤드폰이라기엔 빌드 퀄리티는 좋지 않습니다. 헤드밴드도 쿠션 없이 얇은 가죽이고, 길이 조절도 클릭감 없이 마찰로 견디는 구조입니다.
착용감은 전반적으로 가볍고 편하며, 측압이 약해 1~2 시간 이상의 장시간 착용 시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다만 이어컵의 사이즈가 온이어라기에는 애매하게 큽니다. 귓바퀴 안에 안착되는 게 아닌 귓바퀴를 어설프게 가리는 사이즈와 좌우로 회전되는 이어컵 구조로 인해 정착용이 예상외로 힘든 단점이 있습니다.
2.2 소리
- 간단평 : 극도로 플랫한 저음과 중음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전형 특유의 초고음 에어리함을 가진 최고의 모니터링 헤드폰.
아래 FR만 봐도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저음부터 중음역대까지 자로 그은 듯 쭉 뻗은 모습이 인상적이죠.
출처 : https://www.superbestaudiofriends.org/index.php?threads/one-day-ticket-for-stax-galaxy-the-stax-compendium.1976/
● 청음환경
1) 소스기기 : 아이패드 미니 7세대, 애플뮤직(44.1khz)
2) dac : JDS LABS ELEMENT III MK2
3) 앰프 : STAX SRM-700S
4) 음악 : MEOVV MEOW, IZUNA IZUNA/Time Bomb 등
2.2.1 극저음~저음
기존 모델 대비 저음이 개선된 구조가 적용되었긴 하지만 일반적인 DD나 평판에 비해서는 저음의 양감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청음해 보면 저음이 매우 정확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온 몸을 떨게하고 전율을 선사하는 극저음의 풍성함..그리고 다이나믹함은 없다는 것이죠. 또한 온이어 구조로 인해 청취자에 따라 상당량의 저음이 누출 손실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2.2 중음, 그리고 보컬 및 공간감
정전형 헤드폰의 강점 중 하나인 세밀한 중음역대 표현이 일품입니다. 공간감은 좁은 편이지만 그만큼 보컬의 섬세한 표현을 느낄 수 있는데요, 보컬이 매우 가깝다기보다는 악기와의 분리도가 최상급이라는 인상이 보다 강합니다.
FR의 4Khz 피크는 인간의 민감 주파수 대역과 밀접한데, 이 피크 역시 높지 않아 특정 전자음이나 하이햇 일부 구간에서 불쾌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섬세하면서도 부드럽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이 헤드폰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2.3. 고음~초고음
정전형 헤드폰의 주요 특색 중 하나인 초고음의 질감과 에어리함 역시 SR-X MK3 PRO 에서 어느정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준은 설탕 부서지는 느낌의 강렬한 009나 극도로 투명하고 별가루 스러운 오메가와 대비해서는 상당히 완화된 수준입니다.
저음~중음의 플랫함과 편안할 정도로 잘 다듬어진 고음역 때문에 첫 인상은 그저 밋밋한 스튜디오형 헤드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반복 청음 할수록 일반적인 모니터링 헤드폰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주파수 전 대역대의 섬세한 표현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수작입니다.
결론
3.1 총평/사족
정전형임에도 불구하고 HD600보다 쏘지 않습니다. DF타겟의 정점인 HD600이 도리어 강한 착색으로 느껴질 만큼 한편으로는 심심하고 밋밋하지만 정전형이 아닌 타 구조의 헤드폰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섬세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매력적인 헤드폰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Koss 포타프로를 정전형으로 만든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감상을 반복할수록 HD600에서 막을 걷어내고 전 대역의 해상도를 대폭 높인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 오메가 역시 섬세함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헤드폰이지만 플래그십 답게 훨씬 더 섬세함과 다이나믹함을 자랑하는 것이 차별요소입니다. )
3.2 리뷰 소감
2025년을 기점으로 40주년을 맞이하는 이 전설적인 헤드폰은...아마도 국내 최초로 리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은 별다른 기대 없이 우연히 상태 좋은 제품을 구하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 15
Comment Write역시 클라스 ㄷㄷ
언제나 광고료 받고 쓴 리뷰보다 논문에 가까운 리뷰 잘 봤습니다
이 정도로 스탁스에 대한 사랑이 넘치시는데 스탁스 측에서 보답으로 선물을 안 주고 방치하는게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헐.
일단 내가 누군지는 모르니...
최노인님을 내 마음속의 최고 전문가로 모시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희귀제품의 좋은 리뷰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스탁스는 스탁스군요
국내 최초라니 입이 떡 벌어지는 희귀한 헤드폰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