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tion Gaming T-100 후기

(Disclaimer: 내돈내산이며, 모든 의견은 본 유닛의 사용경험에 기반하였습니다.)

1. Introduction 

하이디션 게이밍 T-100은 국산 커스텀 IEM 제조사인 하이디션의 게이밍 브랜드의 첫 작품으로써, 2023년 9월경에 발매한 게이밍 특화 이어폰입니다. 이후 VR전용 케이블도 같이 나오는 등 다양한 상품전개를 펼쳤으나, 2025년 1월 22일 단종소식과 함께 남은 부품들을 조립한 벌크 패키지를 기존정가 15만 9천원에서 유닛과 이어팁 3쌍 한정으로 5만원에 판매함으로써 단종 수순을 밟은 국산 이어폰입니다. 

단종 이전까지는 알음알음 알고만 있고, 다른 분들 후기를 보면서 잘 만든 이어폰이구나… 생각했습니다만, 단종을 위한 벌크 패키지 판매 글을 읽고 가격을 보자마자 사지 않을 수 없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수중에 MMCX 케이블이 없었으므로 15,000원에 저렴하게 케이블을 하나 구매하여 총 65,000원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벌크 패키지의 내용물은 간단합니다. IEM 본체와 4쌍의 이어팁이며, 와이드보어 3쌍 (S, M, L), 네로우보어 1쌍 (M) 이어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옆에 있는 케이블은 동봉 케이블이 아닌 별도 케이블이며, MMCX케이블이 수중에 없어서 같이 쓰려고 저렴하게 산 패브릭 재질로 된 얇은 케이블입니다. 터치노이즈도 없고 감은대로 잘 앉아있고 해서 쓰기 편합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T-100의 장점과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2. Impression 

DF를 위아래로 잡고 좀 짜부러트린, DF타겟을 따라가는듯한 사운드의 이어폰입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며, 소리 경로 최적화를 잘 해서 그런지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내 줍니다. 하이디션 메이커 전반의 특징인 저, 중, 고역대의 높은 일관성을 보여줍니다. 이전 작품인 NT시리즈, 비엔토, 바이올렛의 경우 유니버설보다 커스텀이 메인이고, 커스텀을 중심으로 튜닝된 이어폰이지만, 이번 T-100은 유니버설 핏 이어폰이었던 왈츠를 잇는 유니버설 핏 이어폰으로 나온 만큼 하이디션이 유니버설을 기준으로 잡고 튜닝했을때 얼만큼 잘 할수있는지를 잘 보여준 이어폰이라 생각합니다.

“밸런스가 좋다”라는 표현을 떠나 “플랫하다” 하는 이어폰들은 정말 리뷰하기 힘듭니다. 나와야 할 대역대가 평탄하게 나온다 외에는 쓸 말이 없거든요. 뭐 어쨌든… 음역대 전반적으로 반응이 빠르고, 깔끔합니다. 크게 모난데 없이 일관적인 표현력을 보여주며, 특히 중고음역대의 표현력에 강점을 가집니다. 저음역대는 정확성과 깔끔함에 중점을 둠으로써 앞의 두 대역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며, 잘 만들어진 음원에서 특히 저음역대 악기 및 사운드 전반의 위치선정이 어디에 되어있는지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정확성에 포커스를 많이 둔 튜닝이었습니다. 중음역과 고음역의 경우에도 저음역대와 다르게 전반적으로 전진배치 되어있지만 깔끔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위치를 잡는 것에 중점을 두어 악기, 보컬 배치가 어디에 있는지 핀포인트로 잡아낼 수 있을 정도의 이미징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음악을 듣는 관점에서는 소위 말하는 “모니터링 사운드”, “재미없는 소리”를 내 주는 이어폰에 가깝습니다. 강조점이 톤이 아닌 테크닉을 중심으로 배치되서 톤은 정말 일관적이거든요. 

강조점이 있다면 이러한 이미징 능력을 위해 준 7k 언저리의 피크일 것입니다. 이런 해상도 강조를 위한 피크의 경우, 양날의 검인만큼 신중하게 다뤄야합니다만, 이번 T-100에서도 예외없이 얻는게 있다면 잃는게 있듯이 핀포인트로 잡아낼 수 있는 이미징 능력을 얻고, 하이톤 보컬 렌더링과 퍼커션 악기 그리고 심벌 사운드의 표현력이 어느정도 훼손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일부 여성보컬의 치찰음 대역은 선을 밟고있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퍼커션과 심벌은 특히 부담스럽습니다. 심벌이 앞으로 나와있는 곡, 특히 심벌 리듬이 메인인 곡들을 들을때는 트랙을 바꿀 정도로 부담스러웠습니다. 이 피크 덕분에 Mid Treble대역은 전반적으로 타 대역 대비 밝고, 선형적이지 못합니다. 그 외 주목할 점은 사운드 스테이지입니다만, 보통 IEM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이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만, T-100의 경우 듣다보면 소리가 대부분 미간에서 턱 사이로펼쳐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IEM대비 상하 각각 10%정도 깎여서 나오는듯한 느낌이었으므로, 이 부분도 좀 아쉬웠습니다.

3. Measurement 

(GRAS KEMAR DF 기준)

(Harman IE 2019 기준)

 IEC-60318-4 규격의 이어 시뮬레이터 및 KB501X Pinna를 사용하여 측정하였으며, 10KHz 이후는 비신뢰구간입니다. 

1kHz까지는 상당히 평탄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후 하만타겟/GRAS KEMAR DF 기준보다 많이 얌전한 이어게인을 지나, 문제의 고음역대 피크를 보인 후 16kHz부터 롤오프하는 FR을 보여줍니다. 어떻게보면 X-Curve같아보이기도 하네요. 문제의 고음역대 피크가 커플러 공진점과 맞물려서 좀 많이 솟아있는 모습을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저렇게까지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출처: Earphone Archive Database, earphonesarchive.squig.link)

실제 피크와 더 비슷한 측정치였으며, 청감상 어떤 느낌인지 전달드리기 위해 제 유닛은 아니지만 이어폰 아카이브측의 5128 측정치를 첨부드립니다.

T-100의 고음역대 제외한 전 대역이 얌전한 이유를 FR이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하만타겟이든 DF든 이어게인 피크 및 이후 롤오프하는 지점에 대해 불편함을 보이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기위해 나온 IEF Neutral, JM-1같은 타겟을 생각했을 시, 이미징 능력을 위해 포인트를 줘야하는 저 피크를 감안하면, 이어게인을 실제 DF수준으로 올릴 경우 청취자가 많이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고,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밖에 없는 격이 되버리기때문에 이어게인 전반을 눌러놓은 선택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좌우편차도 꽤 훌륭합니다. 살짝 있긴 합니다만 느껴질 정도의 좌우편차도 아니고, 1.2kHz까지는 거의 일치해서 이정도 편차면 꽤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그 많던 NT시리즈 커스텀 이어폰 제작과 관련된 호러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커스텀 만드는 짬이 여기서 나타나는게 아닌가 싶네요. 

4. Competition 

현재 판매되고있는 이어폰 중 T-100 벌크와 저렴한 케이블을 포함한 가격을 감안하여 동 가격대 (IEM, 50 USD / 73,000 KRW (환율기준) 이하)로 판매되고 있는 이어폰 중, 제가 실제로 들어본 이어폰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각보다 리스트가 길어서 메이커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  Tangzu Wan’er / Princess Chang Le
•  Simgot EW100 / EW100P / EW200
•  Samsung EO-IG955
•  Final E500 / E1000 / E2000 / E3000
•  Truthear Zero (Blue) / Hola / Gate
•  Moondrop Chu / Chu 2 / Jiu / Quarks / SSP / SSR / Lan
•  Tanchjim Tanya / Zero
•  Kinera Sif
•  Kinera Celest Wyvern / Wyvern Pro / Gumiho
•  Blon BL03 / BL05S
•  Tin Hifi T2 / Pro / Evo / Mk.II
•  7Hz Zero / Zero 2
•  Kiwiears Kadenza
•  Tripowin Vivace
•  Direm E3
•  Radsone EarStudio HE100

이 중, T-100과 같이 고려할만한 픽은 Truthear Zero, Vivace 정도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 생각되기도 합니다. Zero는 T-100과 다르게 하만타겟을 기반으로 튜닝되었으며, Zero는 2DD 이어폰이지만, 각 대역별 역할이 뚜렷하고 (서브우퍼 + 올레인지 2-Way 구성), Vivace는 1DD지만 전 대역을 깔끔하게 들려주며 특히 하만타겟에서 개인적으로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고음역을 많이 낮춰주는 튜닝을 통해 덜 부담스럽게 들리는, 음악청취를 주 목적으로 삼아서 나온 이어폰입니다. T-100만큼의 이미징과 분리도는 보여주지 못하지만, 깔끔한 고음, 중음 그리고 Zero의 경우 서브우퍼 역할을 하는 DD를 통한 든든한 저음이 음악을 받쳐줘서 음악이 재밌게 들립니다. 공통적인 단점이라고 한다면 T-100과 동일하게 두 IEM 모두 음의 끝부분이 흐리다는 점인데, 이거는 뭐 가격대의 한계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출처: Reddit r/headphones, user: hokagoteatimereviews,

https://www.reddit.com/r/headphones/comments/16fpxkc/got_the_kinera_celeste_wyvern_pro_a_2in1_iem_for/) 

특이할만한 점은, 저 리스트 중 게이밍 이어폰으로써 홍보된 이어폰이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Kinera Celest의 Wyvern Pro입니다. 무려 이어폰 케이블에 붐마이크를 달은 케이블을 번들로 팔아 게이밍용도로 홍보했습니다만, 중국산 이어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만타겟 워너비 이어폰에 이미징과 분리도는 훨씬 떨어져서 게이밍용도로는 추천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음을 깎으려면 제대로 깎던지, 피크를 통해서 강조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해야하는데, 게이밍과 음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만들다가 만 결과물이 되어 엉성합니다.

5. Evaluation

이전 NT시리즈, 비엔토, 바이올렛의 커스텀/유니버설 유닛을 생각해보면 데모유닛 배치 외에는 홍보를 거의 안하던 하이디션의 어떻게보면 첫 컨슈머 지향적 제품이자, 게이밍 제품인 것을 감안하면 그 완성도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이전까지 “게이밍” 이름 붙은 이어폰의 경우, 앞서 언급드린 Kinera Celest Wyvern Pro와 같이 타겟을 따라가려고 했으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이보다 못한 밸런스를 가진 이어폰이 대부분에, 전반적인 성능도 게이밍에 필수적인 소리 소스의 위치파악 및 주변 환경 조망이 불가능한 튜닝으로 이루어진 제품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이디션은 오랜기간 쌓아온 튜닝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여 게이밍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설계하고 튜닝해야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아는 만큼, 준비하고 분석해서 하이디션만의 답을 T-100을 통해 잘 끌어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당한 완성도의 이어폰이 탄생하였습니다. 재밌게도 게임 환경의 조망이 가능한 성능의 이어폰을 타겟으로 삼아서 그런지, 같은 맥락으로 음악이라는 그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도 같이 주어진 듯 하여 이번 T-100을 통해 유선 이어폰을 입문하시는 분들께서 트랙의 악기 배치 등의 정확한 정보를 귀로 느껴보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이를 기반으로 더 보강되었으면 한다 싶은 부분들을 차례차례 다른 이어폰을 통해서 보강하는 등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입문 플랫폼으로써의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본문에 기재한 내용과 같이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역시 Mid Treble 대역의 글레어로 인한 고음역대 퍼포먼스와 좁아진 사운드 스테이지 입니다만, 그 외 추가적으로 아쉬운점을 꼽으라면 게이밍 이어폰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르를 가린다는 점이겠네요. 일반적인 FPS라면 모를까,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장비가 복합적인 Enlisted, War Thunder와 같은 전쟁 시뮬레이션에 있어서는 정말 정신없었습니다. 일반 FPS에서도 사격위치는 잘 들립니다만, 발소리를 듣는 부분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그 이외의 게임에서는 고음역대가 강조된 트랙으로 점칠된 일부 JRPG만 아니면 괜찮았었습니다.

T-100이 얼만큼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디오파일이자 게이머로써 개인적으로는 첫 작품 치고는 상당한 완성도의 물건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을 기대할 만큼 팔렸길 기대하고 있으며,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떤식의 컨셉으로 가져갈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  추천하는 분들: 정확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어보고자 하는 입문자, 소리의 위치파악 및 환경 조망이 중요한 게이머, 하이디션 콜렉터, 모니터링용 이어폰이 필요한 사람
•  추천하지 않는 분들: 저음, 극저음 중심의 음감러, 그냥 FPS가 아닌 탱크, 전투기 등 다양한 장비가 나오는 게임을 주로 하는 게이머
•  충평: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DF-like 핀포인트 이미징 이어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