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in님 자작 헤드폰 NA70P 초기형 후기

Disclaimer:
- 본 게시글의 측정치 중 직접 측정한 측정치는 IEC 60318-4 규격 기반의 이어 시뮬레이터인 E610A 커플러 및 KB501X Pinna를 사용하여 500Hz, 94dB SPL 기준으로 측정하였으며, 10kHz 이후 구간은 비신뢰구간입니다.
- 본 게시글의 모든 측정치는 동일 제품 전체를 대변하지 않으며, 게시글 작성에 사용된 단일 유닛만의 고유 측정치입니다.
@nerin님 찬조품입니다.
1. Introduction
영디비 유저이신 @nerin님 께서 제작하신 헤드폰입니다. NA70P의 뜻은 Nerin Audio 70 oPen, 즉 @nerin님 께서 제작하신 70mm 드라이버의 오픈형 헤드폰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우징은 알리익스프레스 등지에서 판매중인 헤드폰용 목재 하우징이며, 드라이버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중인 드라이버를 사용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nerin님 의 헤드폰 제작기를 링크드립니다.
https://www.0db.co.kr/All/3304479
https://www.0db.co.kr/All/3430172
https://www.0db.co.kr/All/3507656
이어컵은 살짝 돌리면 열리는 구조로 되어있으며, 이어컵을 들어내면 배플과 드라이버가 보입니다.
메쉬는 드라이버 자체의 메쉬로 판단됩니다. (헤드폰 자작기 2탄의 300옴 70mm 드라이버로 추정).
드라이버 크기가 크기인 만큼 상당히 거대합니다. 메쉬 사이로 돔과 드라이버 구조물들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원본에 없는 폼이 헤드밴드쪽으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착용감 상승을 위해 붙이신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정수리 위로는 핫스팟 없이 편안히 착용 가능합니다. 다만, 컴포트 스트랩이 고정력이 약해 많이 움직이는지라 헤드폰 착용 시 스트랩의 위치를 머리 위에 먼저 조정한 후에 착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케이블은 영디비 이어폰인 비바체로 친숙한 Tripowin산 케이블을 사용하셨습니다.
패브릭 피복 재질의 상당히 두꺼운 구렁이 케이블이며, 헤드폰쪽은 3.5mm 2개, 소스기기쪽은 4.4mm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 Impression
NA70P의 청음감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상은 편의성을 위해 음슴체로 작성하고자 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의 V자 헤드폰
- 모던, 유행하는 음악 또는 보컬 중심의 음악보다는 오케스트라 등의 연주곡에 더 부합하는 튜닝
- 현악, 관악기의 중음역대까지의 악기표현력이 사실적
- 선형적인 반응의 깔끔하고 단단하지만, 무게감 있는 저음. 무대를 만들어주는 저음이라 전 대역중 상당히 인상적
- 중음역은 그에 반해 표현력이 들쑥날쑥함. 악기의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고음역과 맞물려 보컬의 표현력이 어느정도 훼손된 느낌. 남성보컬 한정이지만 일부 보컬대역에서 비염걸린 소리가 살짝살짝 나는 경우도 있었음
- 보컬 고음에 있어서 일부 경질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치찰음이 있지는 않음
- 보컬이 무대에서 한보정도 물러나 있으며, 깔끔한 저음표현과 함께 무대의 깊이감을 어느정도 확보함
- 사람에 따라 이쁘다고 느껴질수도,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고음역대 반응. 반짝반짝하고, 잘 뻗어주지만, 선형적이지 못해 들쑥날쑥해서 일부 피크가 경질적으로 다가옴
- 오픈형보다는 밀폐형에 가까운 이미징. 좁지만 정확하며, 대역별 및 악기별 분리도도 제대로 확보되어 세션 동선 추적하기 용이함
- 그릴쪽이 생각보다 많이 댐핑되어 있는지, 컵에 손을 대고 떼고 하는 행동에 있어 소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음. 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묘한 개방감이 있음
- 머리 위쪽은 스펀지가 덧대어져 편안하지만, 장력이 강해서 오래 끼고있기는 살짝 불편함
- 생각보다 볼륨을 많이 먹음
이상입니다. 이어 시뮬레이터 및 인공귀가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단지 귀만을 사용하여 저 괴상한 하우징을 여기까지 잡아내신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3. Measurement
그럼 측정치를 한번 보겠습니다.
헤드폰을 정중앙, 귀 앞, 귀 뒤, 정중앙에서 귀 위쪽과 아랫쪽으로 포지션한 후 각각 측정한 값의 평균을 낸 측정치입니다.
저음에서 좌우편차가 있습니다만, 의외로 청감적으로 크게 와닿는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타겟을 어느정도 따라가는 모습이며, 1kHz 주변이 타겟 대비 전반적으로 양감이 많고, 이어게인부가 타겟대비 많이 적은 양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적은 양감 대비 생각보다 이어게인 자체의 패턴은 따라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다면 이어게인부가 DF보다 낮은 하만타겟을 오버레이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여전히 500hz-1.6kHz 언저리의 중역은 타겟대비 상당한 양감입니다만, 생각보다 2kHz부터 위로 타겟과 상당히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1kHz 대역 주변의 과한 양감, 그리고 들쑥날쑥한 피크로 인해 일렉트로닉, 힙합, EDM 등 임팩트가 많은 곡, 그리고 보컬의 양감이 많고 샤우팅하는 곡들의 경우 이질감으로 인해 귀가 피곤해지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만, 보컬의 개입이 적은 오케스트라 또는 대편성 연주곡의 경우, 굴곡없이 리니어한 저음과 타겟에 맞춘 중고역 및 고역 덕분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1kHz 언저리에 부푼 저 언덕만 잡아줘도 상당한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플랫러버님 께서 소장중인 NA70P 유닛의 측정치와 비교해보겠습니다. @플랫러버님 유닛과 nerin님 소장 유닛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우징 바깥쪽 메쉬를 패브릭 재질로 했느냐 종이 재질로 했느냐의 차이 정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플랫러버님 의 유닛은 AudioTools로 측정해서 좀 자글자글한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짙은색이 @nerin님 유닛, 옅은색 자글자글한 측정치가 @플랫러버님 유닛입니다.
두 유닛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중음역대 양감의 피크와 딥, 그리고 고역대 반응이 꽤 차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역대의 경우, 이전 @플랫러버님 유닛을 착용해봤을때의 느낌은 이번 @nerin님 초기형 대비 그렇게 밀폐형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므로 메쉬 외 나머지 튜닝이 동일하다면 아마 메쉬차이로 인한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유닛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플랫러버님 의 유닛의 경우 보컬의 이질적인 느낌이 덜 하다는 점, @nerin님 유닛은 고역대가 더 정돈되어있어서 보컬곡이 아닌 이상 오래듣기 좋다는 점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erin님 의 헤드폰 자작기 2탄에 나오는 본 헤드폰의 드라이버로 추정되는 물건의 제조사 FR입니다.
장치관리자 창이 떠있는 부분 바로 옆에 적힌 대역이 2kHz 대역으로 추정됩니다. 하우징의 영향으로 인해 1-2kHz 피크가 반으로 쪼개진듯한 모양새가 되었고, 그에 따라 그 이후의 패턴이 1kHz씩 밀리면서 증폭된 듯한 형상을 측정된 FR에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어떻게보면 500Hz-1.6kHz 언저리의 양감은 드라이버 자체 스펙에서부터 기반한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4. Conclusion
헤드폰을 디자인하는것도, 만드는것도, 튜닝하는것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특히 자기가 디자인하지 않은 하우징과, 매칭되지 않은 드라이버를 토대로, 그것도 기준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측정기 없이 진행한다는것은 어두운 동굴을 안대를 쓰고 손전등 없이 더듬으며 걷는것과 다를바 없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라이버 자체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드라이버 성능을 끌어내줄 수 있는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좋은 소리로 보답되는 것이고, 그 관점에 있어서 @nerin님 은 어둡고 복잡한 터널을 안대쓴 상태로 손전등 없이 무사히, 그것도 성공적으로 탈출하셨다고 생각될 정도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부품만 가지고 완성도 높은 헤드폰을 제작하셨습니다.
물론 완벽하지 않습니다. 드라이버 자체의 한계, 그리고 설계하지않은 하우징을 사용한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인 과도한 중음역 양감과 불균일한 고음역대라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는 헤드폰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저 하우징을 사용하여 드라이버 3개의 페어를 해먹은 전적이 있기도 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써먹을수도 없는 외관상 좋아보이기만 하는 하우징과 배플 그리고 패드를 가지고 저정도의 결과물을 측정 없이 귀로만 도출하셨다는 그 결과물이 매우 놀라울 따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IZ8Pn6-ldk
컨셉영상이긴 하지만, 유명 유튜버인 Linus Tech Tips의 Linus와 Dankpods의 Wade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파츠만 가지고 헤드폰을 제작하는 영상을 촬영한 적도 있었죠. 영상을 보면 완성된 결과물을 Linus Media Group 내 B&K 5128을 사용하여 측정하였습니다만,
들인 수고와 시간이 훨씬 적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결과물이 NA70P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것을 생각한다면, 컴퓨터처럼 파츠를 구상하고 긁어모아 조립하는것, 반복되는 튜닝이라는 검수 프로세스 없이는 헤드폰의 완성도는 기대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nerin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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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맨귀로 이 정도까지 만들수도 있군요ㄷㄷㄷ. 플랫러버 님 샘플도 같은 HATS/커플러에서 측정된건가요? 측정에 사용된 "AudioTools"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측정 소프트웨어만 REW냐 AudioTools냐의 차이지 동일 HATS로 측정되었습니다.
AudioTools는 iOS용 측정 소프트웨어입니다. REW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Crinacle이 711 커플러를 사용하여 자기 DB를 만드는데 사용해서 유명해진 물건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측정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FR 분석을 하게 해주는 FFT 분석기 모드가 그야말로 그냥 FFT 분석기다보니 REW 하듯이 측정하면 실시간 측정결과가 나오게 되어서 REW처럼 사인 스윕이 지나가고 나면 사인스윕 결과를 리코딩하고 표시하는게 아니라 스윕만 지나가고 그대로 푹 꺼집니다. 실시간 결과니까요.
그래서 측정값을 남기려면 Decay를 평균값으로 세팅하고 측정해야하는데, 이렇게 하면 사인파 스윕은 결과가 부정확하므로 핑크노이즈를 사용해야하고, 핑크노이즈를 사용하니까 자글자글하게 나옵니다.
FFT Analyzer 부분의 개발자 영상을 남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hxNgt9aAgc




Nerin님의 역작이죠. 오늘은 한번 꺼내서 들어봐야겠네요. ㅎㅎ




주로 재즈나 연주 중심의 음악을 들으며 튜닝했는데 그게 그대로 소리로 반영된 것 같습니다.
플랫님 나칠공의 경우 배플에 달린 구멍을 열어 둬서 고음이 그렇게 나온게 아닐까 싶네요
(열면 청감상 고음이 좀 더 잘나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만 그 구멍이 음향적 고려가 없어서 지저분하게 나오는 느낌도 있네요..
그리고 외부 매쉬 튜닝관련 부분은
주문할때마다 하우징에 달린 매쉬 재질의 차이가 있었고 때거나 바꾸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투명하거나 진하거나)
다만 적절한 투과성을 가진 소재를 찾던 중
한지가 적절하다 생각되어 쓰긴 했네요.
무튼 자세한 분석과 자작에 대항 부분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보낸 보람이 있네요


네 외부 하우징에 달린 매쉬가 일정치가 않아서 사용은 안하고 한지로 대체하였고(좀 불균질한 재질이라 공진이 덜하고 나름의 투과성이 좀 있습니다)
내부에 에바폼으로 도넛형태로 부착하여 흡음 및 후면 방사음을 좀 미로 처럼 보내는 느낌으로 세팅했네요
(댐핑을 많이 했지만 묘한 공간감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닛을 바로 막거나 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막고 하우징 반사음은 하우징 내부 벽에서 소화할 수 있게 했거든요)
저도 좋은 예제와 많은 자료를 보여주셔서 많이 배워갑니다 ㅎㅎ
리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주로 재즈나 연주 중심의 음악을 들으며 튜닝했는데 그게 그대로 소리로 반영된 것 같습니다.
플랫님 나칠공의 경우 배플에 달린 구멍을 열어 둬서 고음이 그렇게 나온게 아닐까 싶네요
(열면 청감상 고음이 좀 더 잘나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만 그 구멍이 음향적 고려가 없어서 지저분하게 나오는 느낌도 있네요..
그리고 외부 매쉬 튜닝관련 부분은
주문할때마다 하우징에 달린 매쉬 재질의 차이가 있었고 때거나 바꾸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투명하거나 진하거나)
다만 적절한 투과성을 가진 소재를 찾던 중
한지가 적절하다 생각되어 쓰긴 했네요.
무튼 자세한 분석과 자작에 대항 부분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보낸 보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