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st
  • Down
  • Up
  • Write
  • Search
지식과팁

밥을 덜주면 일을 더 오래하는 진공관이 있다?

Harry Harry
234 7 8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에 가면 120년 묵은 전구가 있습니다.

대충 100만 시간 이상 켜져 있었던 전구인데, (오래켜기 기록을 의식해서인지) 60와트 전구를 더 낮은 전력으로 켜고 있다고 하네요...

 

이와 비슷하게, 진공관을 사용하긴 했으나 밥을 덜 준 제품 (starved plate/filament tube 디자인)이 있습니다.

오늘 뜯어본 제품은 90년대에 나와서 (지금도 팔리는 가성비의) 진공관(향) 마이크 프리앰프가 되겠습니다.

 

그 당시엔 진공관을 사용하는 것이 배음을 주는 것도 있고, 70/80년대의 유명하던 마이크 프리앰프(라고 쓰고 니브 1073으로 읽는다)와 다르게 뭔가 빈티지한 느낌을 (배음을 마구마구 만들어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마케팅 포인트로 저렴한 제품들이 꽤나 나왔던 것 같습니다.

 

image.png

 

대충 이런식으로 (리비젼마다 케이스는 조금씩 바뀌긴 합니다) 생겨서 인풋 / 아웃풋 1/4", XLR로 1채널만 사용 가능하고. 스테레오나 마이크를 두 개 사용한다 (본격 모노모노) 그러면 두개를 준비하면 됩니다. 가격은 채널당 8-9만원 정도로 (게인이 LP 포노 앰프만큼 필요할 수도 있는) 마이크 프리 앰프가 되겠습니다. 인풋 노브는 진공관의 게인 조절, 아웃풋은 오피 앰프의 게인 조절이고, 그 외에도 20dB 추가 (아마도 또다른 오피앰프?, 보고 있나 슈어 SM7b?) XLR 단의 48볼트 팬텀 파워, 위상 반전 (아마도 드럼 녹음에나 쓸만한..) 스위치가 있습니다.

 

사이즈가 작은 만큼 전원부가 부실해서, 48V 팬텀 파워를 만들고 남은 회로로 오피앰프도 돌리고, 진공관도 돌리고 하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ㅎㅎ

 

image.png

 

내부는 요런식으로 생겼고, 부품의 퀄리티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닌게 딱 보이긴 하지만 (저항의 저 얇은 리드선이라니...), 빽빽한 물량과 원가 절감은 설계자의 머리카락과 트레이드 해서 나온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마 105도 전해 콘덴서를 사용한 점 (아무래도 진공관 열기가 있으니), 전원부도 대충 봐서 뭔지도 잘 모르겠고, 오피앰프 TL072 (50년전 소자 하아) 두발과, 진공관 12AX7 Psvane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용 장비는 우선적으로 신뢰성이 필요한 점이 있어서, 케이스도 알루미늄이고, 어댑터도 9V AC (110V AC -> 9V AC)로 되어 있습니다. (니브는 복각도 싼게 50만원이니 조용히 하겠습니다.)

 

image.png.jpg image.png.jpg

12AX7관은 유럽명 ECC83이고, 필라멘트 전압은 6.3V 스펙대로 나와주었고, 플레이트 (애노드, 양극) 전압이 무려 46볼트가 나오네요... 아아 이런 개똥보다도 못한.. 까지는 아니지만 원래 12AX7 관을 사용하는 곳은 200-400V의 플레이트 전압을 걸어주는게 정석적인 설계이긴 합니다. 3극관은 필라멘트에 전압을 걸어 전구를 따땃하게 데워서 사용하는 트랜지스터와 같은 느낌으로 이해하시면 되는데, 필라멘트 자체는 헝그리하진 않지만, 인풋이 들어와서 아웃풋으로 나갈때에 내보낼 수 있는 전압의 범위가 저 플레이트의 전압 범위로 제한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로 46볼트 정도니 작은 크기의 파형에서도 진공관의 왜곡(배음)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겠지요. 전체 범위가 250V 였다면, 작은 파형(작은 소리)는 리니어하게 왜곡 없이, 큰 파형(큰 소리)은 어느정도 소프트한 디스토션이 걸리는 범위가 클텐데, 그 구간이 짧아, 자칫하면 노브를 조금만 돌려도 큰 왜곡이 걸려버릴 수 있게 됩니다. 

 

오른쪽 사진의 TL072 같은 경우는 서플라이 전압이 30V로 (최대 스펙 사용), 아웃풋이 그 이상의 전압이 나와야 하는 경우 아래 그림처럼 하드 클리핑 (빨간색 사다리꼴의 파형)이 나오게 되는데,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들린다고 하는 짝수 배음의 하모닉스가 아니라, 부자연스럽고 날카로운 느낌의 (그래도 풍성해지기는 함) 홀수배의 고조파가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푸리에 급수로 풀린다 카더라.. ㄷㄷ)

 

image.png

 

다시 진공관으로 돌아와서, 플레이트 전압이 낮은 관계로, 저 주황색 파형 같은 (짝수배 고조파가 많은) 파형도 나오긴 하겠으나, 피크를 치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클리핑이 걸려 홀수배음이 더 크게 나오는 난리가 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궁금하니 찍어봐야겠죠? ㅋㅋㅋ

우선 노트북 3.5mm에서 레퍼런스 톤을 뽑았습니다. 440Hz, 600mVrms 톤이네요. 

image.png

 

image.png.jpgimage.png.jpg

위와 같이 진공관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게 조절한 상황에선 인풋 받은 것과 비슷하게 출력해 줍니다. 빨간색 그래프는 FFT로 주파수를 본 것인데, 440Hz 톤과 작은 2차, 4차, 5차 등등의 배음이 보이긴 합니다.

 

 image.png.jpgimage.png.jpg

요번엔 정 반대로, 진공관 게인은 많이 올려보고, 오피앰프쪽은 내려봅니다. 빨간 FFT 그래프에 2차 배음도 커졌지만, 보이지 않던 3차 배음도 생기고 조금 더 풍성한 사운드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image.png.jpgimage.png.jpg

극단적으로 진공관에 드라이브를 더 걸어보면 2차배음과, 3차배음 위주로 더 올라오기도 하네요.. THD+N 안습 image.png.jpg

 

이헤폰으로 음감시야 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만, 목소리만 보낸다던가, 기타만 오인페로 넣기 전에 수음해서 증폭한다던가 할때에 원하는 풍성한 톤이 나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적절한 드라이브와 증폭에는 괜찮아 보입니다. 

 

이렇게 밥을 덜 준 진공관은 그래도 독특한 배음이 나오긴 하는데, 그 지점이 꽤나 천천히 자연스럽게 올라오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진공관의 수명은 120년 가고 있는 전구보다야 짧겠지만, 30년은 버티는 트랜지스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전원부가 물량 투입이 많고, 플레이트 전압도 높게 걸 수 있는 마이크 프리앰프가 있다면, 더 깔끔하게도, 배음이 있게도, 배음이 많게도 다양하게 후처리가 가능하겠지요. 물론 진공관 교체 놀이와 오피 앰프 교체로 튜닝도 가능합니다만... (본격 개미지옥, 12AX7은 점점 안드로메다 가격대로 가고 있습니다 큭) 

ReportShareScrap
AlpineSnow AlpineSnow님 포함 7명이 추천

Comment 8

Comment Write
profile image
서비스매뉴얼만 찾아보고 없음 포기하는데 직접 열어서 품질확인과 오실-테스트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ㅎㅎ
12:09
25.10.24.
profile image
Harry Developer
삼중부정
오랫동안 많이 팔린건 유저들이 회로를 그리기도하고 개조도 하고 배우는게 생기는 거 같아서 좋습니다. ㅎㅎ
13:29
25.10.24.
profile image
Harry Developer
풍악을울려라!
ㄷㄷㄷㄷ
13:30
25.10.24.
profile image

수두룩 빽빽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설계군요...

 

13:20
25.10.24.
profile image
Harry Developer
GOLANI
휑한게 천재적으로 좋을때도 있지만, 대개는 뭔가 가격대비 정성이 들어간게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ㅎㅎ
13:28
25.10.24.
저렴이 진공관 프리앰프로 유명한 녀석이군요. 학생때 살까 말까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 반갑네요.
저도 UA 610 진공관 프리를 쓰고 있긴 하지만 진 작업용으로 쓸때 배음의 량을 적당히 조절하는게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녹음할때는 적절한것 같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자글자글해서 다시 녹음해야한다던지...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12:45
6시간 전
You do not have permission to access. Login
WYSIWYG

Report

"님의 댓글"

Are you sure you want to report this comment?

Comment Delete

"님의 댓글"

I want to Are you sure you want to delete?

Share

Perma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