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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유코텍 ES-P1

루릭 루릭
10199 3 2

 

유코텍 ES-P1

비단결의 소리가 담긴 하이엔드 오픈형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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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많은 세상이라서 휴대 음향에서는 커널형 이어폰이 기본이나 다름없지만, 그래서인지 오픈형 이어폰의 경험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직도 오픈형 이어폰을 정확히 표기하는 단어가 없어서 오픈형(Open-type)이라고 부르지만, 잘 생각해보면 하이파이 오디오의 라우드 스피커와 가장 가까운 구조의 이어폰이 오픈형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커널형 이어폰처럼 귀를 꽉 막고 듣는 경험이 아니라 귓구멍 바로 앞에 오디오 스피커를 두고 음악을 듣는 경험이 됩니다. 또한 귓구멍 주변이 개방되므로 소리에도 물리적인 개방 효과가 더해집니다. 즉, 숫자는 적을지라도 오픈형 이어폰에 대한 수요는 존재합니다. 다만... 오픈형 이어폰 시장이 너무 작아서 개발 물량 투입이 되지 않으니 진짜 하이엔드 오픈형 이어폰이 탄생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불과 몇 군데의 회사일지라도 수십만원대의 고급 오픈형 이어폰을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일본의 오디오 테크니카에서 출시한 ATH-CM2000Ti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저도 관심이 있었기에 CM2000Ti의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유저에게서 꾸준히 고급 오픈형 이어폰에 대한 요청을 받아왔다는 언급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종합하여 커널형 모델인 CK2000Ti와 함께 오픈형도 개발했답니다. 저는 아직 소리를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짐작을 했었습니다. 유코텍 ES-P1의 리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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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부터 오픈형 이어폰 ES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왔고 최종적으로는 ES1003과 ES1103으로 오픈형의 정점을 찍은 유코텍에서, 최종적이지도 않고, 정점 같은 것도 없었다!라고 외치며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소환해낸 듯한 하이엔드 오픈형 이어폰을 내놓았습니다. 게다가 무슨 오디오 커뮤니티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처럼 오픈형 이어폰에다가 아낌 없는 투자를 해버린 겁니다. 통짜 황동으로 하우징을 만들고, MMCX 커넥터로 케이블 탈착식 구조를 채용하며, 커스텀 케이블 회사에게 거금을 주고 주문해야 하는 수준의 8심 은도금 동선 케이블을 두 개나 넣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드라이버의 개발과 각종 튜닝에 들어간 노력 및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커뮤니티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 같다고 말한 이유는... 이렇게 물량 투입을 해놓고 최종 가격을 40만원대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ES-P1에 포함된 케이블 두 개의 가격만 40만원을 넘겨도 이상하지가 않습니다. 일단 제품의 외모부터 살펴보세요. 이렇게 카리스마를 풍기는 오픈형 이어폰은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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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직접 감상을 해보면 이것은... 100만원대??라는 생각과 함께 식은 땀이 흐를 지경입니다. 뭔가 강력하고 압도적인 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이어폰을 써보다가 100만원대 너머의 하이엔드로 갔을 때 드디어 경험하는 그저 자연스럽고 깨끗한 소리가 ES-P1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ES-P1의 디자인, 소재, 구성품, 소리 등을 종합한 결과, 이 제품은 국내의 작은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40만원대가 됐을 뿐 CM2000Ti와는 지향하는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CM2000Ti에 비싼 커스텀 케이블을 더하면 ES-P1과 비슷하거나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제품 대 제품으로 비교한다면 ES-P1은 오히려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하이엔드 오픈형 이어폰이라고 봅니다. 유코텍의 5~10만원대 오픈형 이어폰에서 충분히 만족하신다면 ES-P1으로 갈 필요는 없겠으나, 오픈형 이어폰에서 몇 단계 이상의 도약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가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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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부터 ES-P1이 속한 오픈형 이어폰 분야의 현황과 너무 낮게 책정된 가격은 제쳐두고, 오랜만에 등장한 하이엔드 오픈형 이어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물건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감상문 쓰는 것도 즐겁습니다.

 

 

멋스러운 디자인과 풍족한 액세서리

 

유코텍 ES-P1은 기획과 개발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유저 여러분의 요청도 받아들이면서 최종 단계로 오게 됐습니다. 저는 소리 확인을 위한 시제품을 미리 사용해보고 평가를 해드린 적이 있는데, 시제품 ES-P1과 완성품 ES-P1은 천지 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릅니다. 시제품은 ES1103을 황동으로 만든 느낌이었지만 완성품 ES-P1은 거의 모든 면에서 해외 기업에서나 만들 법한 프리미엄 패키지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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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색 상자를 열면 케이블이 분리된 ES-P1의 메인 유닛 한 쌍이 보입니다. 상자 속에는 두 개의 상자가 또 있는데요. 각각 캐링 케이스가 담겨 있습니다. 두 개의 캐링 케이스가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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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갈색 소가죽에 금색 지퍼를 더한 고급 케이스이고, 다른 하나는 작고 실용적인 검정색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각 케이스마다 ES-P1 전용으로 개발된 케이블이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두 개의 케이블이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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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을 끼우기 전에 ES-P1의 메인 유닛을 손에 들어봅니다. 마치 반지 한 쌍을 손에 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황동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하우징에 아름다운 건메탈 색상의 고광택 코팅이 들어갔습니다. 에지 부분을 다이아몬드 커팅해서 황동 색상의 띠를 만든 점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 후 MMCX 커넥터로 케이블을 끼워주면 아마도 현재까지 출시된 오픈형 이어폰 중에서는 가장 멋스러운 풍경이 연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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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1에 기본 포함되는 두 개의 케이블은 순도 99.999%의 무산소 동에 은을 코팅한 선재로 제작됐으며 무려 8심 구조입니다. 이펙트 오디오의 4심 동선 케이블인 아레스 2가 20만원대인데, 아레스 2를 8심으로 주문하면 40만원대가 됩니다. 그런 8심 케이블을 이어폰의 기본 구성품으로 넣었을 뿐만 아니라 3.5mm 플러그와 2.5mm 플러그로 두 개를 넣었습니다. 이 케이블은 선재가 유연하며 피복도 부드러워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꼬임이 치밀하고 단단하게 되어 있어서 풀리거나 훼손될 염려도 없습니다. 또, MMCX 커넥터의 플러그 부분에는 손으로 단단히 쥘 수 있도록 요철을 넣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케이블의 분리와 결합이 훨씬 쉬워집니다. 보기에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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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m 플러그 케이블이 포함된 이유는 다들 아시듯 2.5mm 헤드폰잭으로 밸런스드 커넥션을 지원하는 DAP가 많아서입니다. 특히 아스텔앤컨 DAP를 쓰는 분들에게는 밸런스 출력으로 오픈형 이어폰의 소리를 감상하는 경험이 큰 보너스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참고해둘 점이 있는데요. ES-P1의 8심 케이블들은 유연하고 피부에 잘 붙기 때문에 이어훅 형태로 귓바퀴에 걸칠 수 있습니다. 케이블 두 개 중에서 한 개는 ES-P1 전용으로 두시고, 나머지 한 개는 MMCX 커넥터를 쓰는 다른 이어폰에도 연결해보시기 바랍니다. 케이블 쪽에서 이어폰의 소리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므로 그 또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웨스톤 ES60에 다양한 커스텀 케이블을 연결해본 기억이 있는데, ES-P1의 8심 케이블을 연결한 후 소리 품질이 확실히 좋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S60의 음색을 바꾸지 않고 해상도를 향상시키면서 질감을 매끈하게 정돈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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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1에 기본 포함되는 두 개의 8심 은도금 동선 케이블은 
 주문 제작품 수준으로 품질이 좋으며 소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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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흥미로운 구성품은 보증서 카드입니다. 종이 조각이 아니라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스마트 카드라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코텍에서 에스엔파워콤이라는 회사의 옴니 카드(Omni Card)라는 제품을 구입하여 ES-P1의 보증서 카드로 넣은 것입니다. 옴니 카드는 배터리와 블루투스 모듈 및 스피커를 내장한 모바일 액세서리로, 지갑 같은 귀중품 속에 넣어두면 귀중품을 잃어버렸을 때 위치를 추적하게 해줍니다. 카드 속에 스피커가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울리게 할 수도 있답니다. (반대로 카드의 버튼을 눌러서 스마트폰에서 알람을 울리게 할 수도 있음 - 스마트폰 분실 방지 효과) 보증서 카드는 두꺼운 흰색 엽서 같은 것에 끼워져 있는데요. 이 엽서(?)에서 카드를 꺼내면 카드 전원이 켜집니다. (다시 넣으면 꺼짐) 배터리 수명은 1년이라고 합니다. 이어폰의 보증서일 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귀중품 분실 방지를 위한 실용적 아이템이라서 이 또한 보너스가 되겠습니다. 지갑이나 가방에 담고 다니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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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이어폰의 중요한 문제 - 이 필요하다!

 

오픈형 이어폰의 소리가 개방감이 있고 듣기에 좋아도, 결국 커널형 이어폰을 쓰게 되는 이유는 역시 소음 차단 효과일 것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은 노즐과 이어팁을 귓구멍 속에 넣는 구조이므로 외부 소음을 많이 차단할 수 있습니다. 오픈형 이어폰은 드라이버를 담은 하우징도 일부 개방되지만 노즐이나 이어팁 없이 드라이버를 귓구멍 앞에 두는 방식이라서 소음 차단이 되지 않습니다. 이 점은 오픈형 이어폰을 조용한 실내에서만 사용한다면 해결이 되겠지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어폰의 사운드 튜닝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드라이버와 하우징이 유저의 귀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오픈형 이어폰의 사용 후기에서 사람마다 평가가 제각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이는 저음이 너무 약하고 고.중음이 깡통 소리라고 하는데 어떤 이는 저음이 너무 강해서 고.중음이 가려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어떤 이는 밸런스가 훌륭하고 아주 좋다며 칭찬을 합니다. 오픈형 이어폰은 이어팁이 아닌 드라이버 자체가 귀에 밀착되어야 하는 제품입니다. 밀착이 되지 않는다면 저음이 약해지면서 고.중음이 거칠어지고, 너무 강하게 밀착된다면 저음이 강조되면서 고.중음이 가려지게 됩니다. 이어폰 만든 회사에서 의도한대로 알맞게 밀착되었다면 균형 잡힌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자신의 귀 크기에 의해서 오픈형 이어폰의 소리가 결정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이라는 뜻이다.

 

저는 이 점을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왔기에 오픈형 이어폰 리뷰에서 딱히 강조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하이엔드 오픈형 이어폰을 다루게 됐으니 한 번 상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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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부터 시작합시다. 이해하기 쉽도록, ES-P1의 드라이버를 스피커라고 해보죠. ES-P1의 스피커 지름은 14.8mm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고무 링이 씌워져 있습니다. 유저의 귓바퀴 중에서 귓구멍 근처의 움푹한 부분을 콘차(Concha)라고 하는데요. 고무 링을 씌운 스피커 테두리가 자신의 콘차 지름에 적당히 맞는다면 ES-P1의 소리는 플랫하며 맑은 성향을 띄게 됩니다. 이 때 커널형 이어폰들보다는 100Hz 이하의 초저음이 약하게 들릴 것입니다. 혹시 너무 헐렁하다면 저음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고음과 중음도 거칠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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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중앙에 구멍이 뚫린 이어폰용 솜(이어패드)을 스피커에 씌운 것입니다. ES-P1에는 기본형 이어패드와 구멍 뚫린 도넛패드가 다수 포함되니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더블돔 구조이므로 진동판 중앙 영역에서 고음이 재생되기에 구멍 뚫린 솜을 권장하겠습니다. 이렇게 솜을 씌워서 스피커의 지름을 늘리면 콘차에 더욱 꽉 끼게 되면서 저음의 양이 크게 증가합니다. ES-P1이 저음형 이어폰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또한 저음의 압력이 강해져서 소리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재생기의 볼륨을 낮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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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의 구성품이 있습니다. 이어폰이 귀에서 흘러내리지 않도록 부드러운 실리콘 링으로 고정해주는 이어쿠션입니다. 링의 크기에 따라서 대.중.소 사이즈로 3쌍이 제공됩니다. 이어쿠션은 검정색 고무 링이 장착된 상태에서 덧씌우는 것이며, 고무 링을 벗기고 장착하면 헐렁해서 사용이 어려우니 주의를 바랍니다. 이렇게 이어쿠션을 덧씌운 상태도 솜을 씌운 것과 유사한 결과를 만듭니다. 저음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고.중음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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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이어쿠션의 링 부분을 잘라내어서 스피커 지름만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 방법으로 인한 소리 변화는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로 분류할 수가 없습니다. 든든한 저음을 원한다면 이어패드(솜)나 이어쿠션(실리콘 링)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오픈형 이어폰에서도 초저음이 잘 들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귀 모양이 다르다는 겁니다. 제 친구 중에는 귓바퀴 모양이 밋밋해서 오픈형 이어폰을 아예 착용하지 못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솜을 씌워도 이어폰이 흘러내려서 사용 불가입니다. 위의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봐도 최적의 소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착용하면 너무 헐렁하고, 이어패드나 이어쿠션을 씌우면 너무 밀착되는 것입니다. 솜을 씌운 상태로 듣고 ES-P1의 케이블을 고음 성향의 타사 커스텀 케이블로 바꿔주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것은 ES-P1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아니겠지요.

 

이러한 스피커 밀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픈형 이어폰의 드라이버 앞에 웨이브 가이드(방독면)를 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말씀 드리는 이유는 이게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픈형 이어폰은 스피커 앞쪽을 조금이라도 가리면 소리가 혼탁해지기 쉽습니다. (저음만 강조되고 고.중음은 방독면 속에서 울리게 됨) 그럴 바에는 같은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세미 커널형 이어폰을 만드는 편이 낫겠습니다. 오픈형 이어폰처럼 생겼지만 드라이버 앞쪽에 노즐이 있고 이어팁으로 착용하는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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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S-P1으로 돌아옵시다. 스피커 지름 14.8mm가 정말로 중요한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 지름이 너무 크면 착용할 때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주의 깊게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유코텍의 경우는 동양인의 평균 귀 크기에 맞추면서 착용감도 편하고 이후 솜이나 실리콘 링으로 지름을 더 늘릴 수도 있는 사이즈로써 14.8mm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축복 받은 귀(?)라서 오픈형 이어폰을 그냥 착용해도 알맞게 밀착이 됩니다. ES-P1도 귀에 바로 끼우면 밸런스가 좋고 질감이 매끈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 모든 사항은 오픈형 이어폰의 근본적 사항이며, 사람의 귀 모양이 달라서 발생하는 현상임을 다시 강조해둡니다. 지금까지 여러 회사의 오픈형 이어폰을 잘 사용해온 분이라면 ES-P1에서 훌륭한 소리를 듣게 되실 겁니다. 혹시 오픈형 이어폰을 처음 써보려고 한다면 청음 매장에 들르거나 친구의 다른 오픈형 이어폰을 빌려서 착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오픈형 이어폰들의 드라이버 지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 제품이 잘 착용되고 소리가 괜찮게 들린다면 ES-P1도 괜찮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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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오픈형 이어폰이 가진 스피커 밀착 이슈(?)를 파악하셨다면 이제는 두 가지 팁을 확인해봅시다. 소리 전달을 최적화하는 간단한 절차입니다.

 

1) 오픈형 이어폰들은 일반적으로 스피커에 작은 기둥을 붙인 듯한 모습이 됩니다. 이어폰을 착용했을 때 이 기둥 부분을 아래로 늘어뜨리지 말고 위쪽으로 올려보세요. 그러면 스피커 테두리가 더 밀착되며 소리가 귓구멍으로 명확히 전달될 수 있습니다. 효과가 생각보다 크니 꼭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ES-P1은 케이블이 무거운 편이라서 기둥 부분이 흘러내리기 쉬운데요. 케이블이 출렁거리지 않도록 자리에 앉아서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하우징 후면의 베이스 포트 방향을 선택합니다. 베이스 포트의 방향은 케이블을 분리해야만 바꿀 수 있는데, 제품 설명서에서는 귓바퀴 뒤쪽을 향하게 두라고 합니다. 다른 오픈형 이어폰들이 앞쪽을 향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인데요. 앞쪽과 뒤쪽으로 바꿔보면 소리가 개방되는 방향이 바뀌면서 공간감과 소리 초점 위치가 달라집니다. 베이스 포트를 뒤쪽으로 향하면 공간이 더 넓은 느낌이 들지만 소리 초점이 머리 뒤쪽으로 맺힙니다. 앞쪽으로 향하면 뒤쪽으로 둘 때보다 공간이 약간 좁아지지만 머리 중앙의 사운드 이미지가 더 뚜렷해집니다. 여러분 각자 원하시는 방향으로 선택하면 되지만, 저는 앞쪽으로 두기를 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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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이므로 충분한 사용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30시간 정도의 번인(Burn-in)을 거쳤습니다. 아시다시피 번인은 딱히 특별한 과정이 아니며 보통 듣는 볼륨으로 음악을 계속 틀어두는 것입니다. 새 제품 상태에서 감상문을 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정도의 번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번인 효과는 동일한 제품 두 대를 직접 비교 청취해야만 확정할 수 있으며, 효과의 판단 역시 여러분의 몫이므로 유연하게 넘어갑니다. (- _-)/

 

*160옴의 하이 임피던스와 알맞은 드라이버 감도

 

ES-P1은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되는 알맞은 감도를 지녔습니다. 유코텍의 다른 오픈형 이어폰들은 굉장히 높은 감도를 지녀서 재생기나 앰프의 노이즈도 잘 들리게 되는데요. ES-P1은 다른 제품보다는 감도가 낮아서 어느 정도의 노이즈 커버를 해줍니다. 체감하는 감도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연결하면 볼륨을 40~50%까지 올리는 정도입니다.

 

드라이버의 임피던스(Impedance)와 감도(Sensitivity)는 서로 무관한 항목입니다. 임피던스 값은 제작자가 드라이버를 만들 때 선택하는 것이며, 드라이버 감도만 높게 나온다면 능률도 좋게 됩니다. 헤드폰 앰프마다 최대 출력이 나오는 임피던스 수치가 다른데, 32옴 정도의 낮은 임피던스 값에서 최대 출력이 나오는 제품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임피던스 160옴의 ES-P1은 헤드폰 앰프와의 임피던스 매칭이 다르게 될 터인데, 제가 연결해본 대부분의 DAP나 헤드폰 앰프에서는 다들 일관적인 소리가 나왔습니다. 단, 헤드폰잭에 끼우면 전문가 모드로 구동되는 LG V20에서는 너무 굵고 거친 느낌의 소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패드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좋고, 코드의 모조 & 폴리에 연결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치형 기기인 젠하이저 HDVD800은 하이 임피던스 헤드폰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는 제품인데 ES-P1과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샤프 & 클린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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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ES-P1은 드라이버 감도가 적당해서 코드 모조에서도 화이트 노이즈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볼륨을 올리며 즐겁게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패드, 이어쿠션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의 ES-P1에게 더욱 굵은 선의 중음과 든든한 저음을 더하고 싶다면 모조의 연결을 베스트 매칭으로 추천하겠습니다. 또한 ES-P1은 이어폰 자체의 음색 특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양한 DAP, DAC, 헤드폰 앰프들의 소리를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왜곡 없고 자연스러운 소리일수록 감상평에서는 할 말이 없게 된다

 

유코텍의 플래그쉽 오픈형 이어폰의 감상평임에도 불구하고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이어폰 헤드폰이 하이엔드급으로 가면 소리에서 더욱 강한 개성이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성이 사라지면서 균형 잡히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향하게 됩니다.

 

이어패드, 이어쿠션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착용해서 제 귀에 딱 맞는 ES-P1의 소리인데요... 기본 사운드는 평탄하며 맑은 성향입니다. 실제로 플랫 사운드는 아닐 것이며, 심리적으로 그리 느껴지도록 튜닝된 모양입니다. 여러분의 귀에 알맞게 착용된다면 플랫 사운드에서 중.저음을 조금 강조한 정도로 느껴질 것입니다. 또, 드라이버의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아서 만약 시도만 한다면 일본의 Hi-Res 인증을 쉽게 받을 듯 합니다. 저에게는 딥(Dip)이나 피크(Peak)가 없는 깨끗한 소리로 들립니다. 단, 청각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 높은 중음(낮은 고음) 일부는 낮춰둔 것 같습니다. 치찰음 강조가 거의 없어서 더욱 깨끗하게 들리는군요. 보컬이 가깝게 들리도록 중음을 살짝 강조한 점도 보입니다. 이 점은 이어패드, 이어쿠션을 장착해서 저음을 크게 강조하면 감지하기가 어려우니 참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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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이 검증된 커스텀 케이블의 역할

 

휴대 음향 분야는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로부터 많은 점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 중 쉬운 예시가 커스텀 케이블입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케이블을 교체하면 소리 품질이 향상되며 음색이 바뀌기도 합니다. 매우 비싼 이어폰을 판매하면서 기본 케이블은 5만원대 이하의 동선을 넣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2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르는 가격의 커스텀 케이블을 별도 구입합니다.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를 여러 개 쓰는 저의 경우는 막선만 탈출하자는 마음으로 20만원대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하는데... 각 이어폰마다 하나씩 더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아주 큽니다. 대부분의 저가형 기본 케이블은 고급형 이어폰의 소리를 막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선재의 커스텀 케이블로 바꿔서 뚫어줘야 합니다. 마치 비좁은 호스로 물을 틀다가 대형 파이프로 바꿔서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보유한 이어폰과 맞는 성향의 커스텀 케이블을 찾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커스텀 케이블 비교 청취가 되는 매장으로 찾아가서 확인하거나, 그냥 도박하듯이 케이블을 질러서 직접 경험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어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막선을 쓰지 않고 고품질의 커스텀 케이블을 선별한 후 기본 포함해준다면 유저 입장에서는 땡큐 베리 머치란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유코텍은 ES-P1과 매우 잘 어울리는 케이블을 제대로 찾아냈습니다. 이 제품의 소리를 들으면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매끈한 질감'이 바로 이 케이블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ES-P1의 음색을 바꾸지 않으면서 소리를 전반적으로 깨끗하게 만들며 유연함과 탄력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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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인 플랫 사운드 + 이어폰의 사라짐 효과

 

제가 생각하는 ES-P1의 키워드는 매끄러움, 부드러움, 자연스러움입니다.

 

1) 매끄러움 : 소리의 질감이 매우 곱다. 비단의 표면을 쓰다듬는 듯한 감촉이다.

 

2) 부드러움 : 자극적인 부분이 없으며 무척 편안해서 부드러운 인상을 받게 된다.

 

3) 자연스러움 : 풀레인지 드라이버의 장점인 고.중.저음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유코텍 오픈형 이어폰 중에서 ES1003은 명확하게 고.중음의 강조가 있고, ES1103은 웅장한 저음과 함께 우직한 인상을 줍니다. 두 제품 모두 개성이 있고 청취자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ES-P1의 소리는 적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청각에 스며들면서 동기화가 됩니다. 이어폰 자체의 개성이 사라지고 오로지 투명한 소리만 전달되는 단계입니다. 이것은 수많은 단계를 거쳐서 도달하는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물건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고 하는 것입니다. 심리적인 플랫 사운드이며 이어폰의 사라짐 효과까지 있으니 음악 장르의 구별도 없습니다. 게다가 오픈형 이어폰이라서 물리적인 개방 효과와 넓은 공간 묘사가 기본으로 적용됩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듣는다면 초소형의 레퍼런스 헤드폰이라고 여겨도 무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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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으로 골라보는 몇 가지 개성 포인트

 

그래도! 여러 기기에 연결해서 계속 비교 청취를 해보니 ES-P1의 고유 개성이라고 할 만한 점을 몇 개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고음이 살짝 밝은 느낌입니다. 파랑색이 아니라 아주 연한 하늘색 정도의 밝은 음색인데요. 고음의 비중이 중.저음보다는 조금 낮은 편이지만 고음 악기가 시원하게 살아나는 특정 영역이 잘 느껴집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ES1003보다는 어둡고 ES1103보다는 선명한 고음이라 하겠습니다.

 

2) 응답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ES1103이 그랬듯이 소리의 잔향이 없고 약간 건조한 맛을 남깁니다. 대단히 깔끔하게 정돈된 성향의 소리라서 풍성한 잔향과 느릿하고 여유로운 소리를 원한다면 적응이 필요하겠습니다.

 

3) 저음의 탄력이 좋습니다. 이어패드나 이어쿠션 없이 들으면 저음이 통통 튀어오르는 맛이 있습니다. 초저음이 약하지만 200Hz 근처의 저음은 알맞게 보강되어 있어서 짧게 끊어서 치는 펀치를 느끼게 됩니다. 빠른 템포에 최적화된 저음 타격이 경쾌한 인상을 주는군요.

 

3) 이어패드나 이어쿠션을 사용해서 스피커를 밀착시키면 저음의 성격이 바뀝니다. 매우 웅장하고 깊은 타격의 저음입니다. 저음이 강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규모를 느낄 수 있으며 저음 울림이 마치 연기처럼 머리 주변을 감싸게 됩니다. 초저음이 살아나면서 아래쪽으로 깔리는 진동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고.중음이 저음 울림에 가려지는 마스킹 현상이 생기므로 취향에 따라 선택합시다. 소리 해상도가 조금 깎이더라도 콘서트홀의 울림 효과나 저음이 강한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이어패드, 이어쿠션을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4) ES-P1은 멀티 드라이버 이어폰이 아니며 주파수 응답 형태가 V 모양인 것도 아니라서 소리의 입체감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픈형 이어폰 특유의 개방감과 넓은 스테이지 경험이 훨씬 강합니다. 심리적인 입체감이 아닌 물리적인 개방 효과를 제공하는 이어폰이 ES-P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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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유코텍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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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BBAM KIMBBAM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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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이어폰도 준수한가 보네요. 흠
대여신청 해보고 마음에 들면 질러야겠습니다.
상세리뷰 감사합니다~
22:59
18.12.23.
오테 cm2000ti 사서 듣고있는데 확실히 소리는 만족하나 유코텍과 비교했을때 구성품이 너무 후달리는군요....
02:15
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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