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도 스피커와 같이 하우징에 따라 음색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재질의 하우징을 사용한 헤드폰이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대체적으로 유럽의 브랜드는 오픈형을 플래그쉽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브랜드는 밀폐형을 플래그쉽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양한 나무를 직접 가공하여 하우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헤드폰을 악기라 생각한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악기에 사용한 나무를 사용합니다. 마호가니, 월넛, 제브라 같은 종류를 적용했었죠.
데논의 헤드폰 시리즈는 D1000, D5000, D7000의 세 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이번에 그보다 상위 기종인 AH-D9200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AH-D9200은 대나무를 하우징에 적용했는데, 대나무의 소리는 어떨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About DENON

사진 출처 – 데논 블로그

데논은 1910년 일본 콜럼비아㈜로 설립되어 올해 10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초창기 축음기를 만드는 회사로 1951년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LP 음반을 판매한 회사입니다. 1963년 방송국 용 브랜드 ‘DENON’을 가지고 있는 일본전기음향 주식회사를 흡수 합병하고, 1970년에 방송 카트리지 DL-103의 판매하면서 공식적으로 ‘DENON’이란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음향(電気音響)의 발음을 영어로 표기하면 Denki Onkyo이고, 두 단어를 합성하여 DENON이란 브랜드가 만들어졌습니다.

SH-21, 사진 출처 - 20cheaddatebase

데논하면 대부분 AV 리시버를 많이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데논의 헤드폰도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일본 콜롬비아가 출시한 SH-31 헤드폰이 1966년 출시하여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AH-9, 사진 출처 – 20cheaddatebase

1980년 이후 데논을 브랜드로 만들면서 출시한 헤드폰은 AH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헤드폰을 꾸준히 개발하였으며, 2008년 AH-D7000이라는 나무 하우징을 적용한 플래그쉽 헤드폰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엔지니어 시절 데논의 헤드폰과 이어폰을 개발한 적도 있어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브랜드입니다.

Package

플래그쉽 답게 박스 크기가 상당합니다. D9200의 대나무 하우징이 잘 보이는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고, 전면에 정품 인증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아래 ‘Handcrafted in Japan’이 인쇄되어 일본 전문가가 손으로 만들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스 뒷면에는 AH-D9200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놓았습니다. 주 재료인 대나무 사진도 보입니다.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사양이 적혀있습니다.

내부 제품을 담은 박스에는 데논의 로고가 있습니다.

헤드폰은 실크 재질 포장지에 감싸져 있고, 각종 액세서리는 별도의 박스에 수납되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헤드밴드에 개발자의 사인이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데논의 사운드 매니저인 신이치 야마우치(Shinichi Yamauchi)의 서명이고, 시리얼 넘버도 표기돼있습니다.

박스에는 D9200 헤드폰 본체와 가정에서 사용하기 편한 3m 길이에 6.35mm 플러그가 달린 은 코팅 무산소동선 케이블과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 편한 1.3m 길이에 3.5mm 플러그가 달린 케이블 2종을 제공하며, 청소용 천과 사용설명서가 동봉돼있습니다.

사용 설명서는 그림으로 만들어 보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Design

헤드폰의 기본 형태는 전통적인 데논 헤드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우징은 원형으로 귀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죽으로 만든 헤드밴드 안쪽에는 꼼꼼한 스티치 마감으로 디테일이 매우 좋습니다. 메모리폼이 내장된 이어패드도 가죽으로 만들었는데, 헤드밴드와 이어패드 가죽의 촉감이 다릅니다. 머리카락에 닿는 헤드밴드는 약간 거칠면서 단단한 느낌이고, 이어패드 가죽은 휠씬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의 가죽입니다.

요크 안쪽으로 Made in Japan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AH-D9200은 도쿄 북부의 시라카와 오디오 공장에서 손으로 만들어집니다.

Feature

AH-D9200은 특허받은 50mm FreeEgde Nanofiber 드라이버를 탑재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AH-D7200보다 고가 제품으로 고음 대역폭을 더욱 넓히기 위해 드라이버 진동판 설계를 다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플랫하고 초고음까지 재생 잘되는 플래그쉽 헤드폰을 만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 데논 블로그

AH-D9200에서 가장 독특한 포인트는 바로 대나무 하우징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일단 어떻게 만들었는지부터 궁금하지 않나요? D9200의 대나무 하우징은 일본산 대나무를 얇은 판으로 먼저 만들어 26장을 적층합니다. 적층한 대나무를 블록으로 재단하고, 가공해서 원형의 하우징으로 만듭니다. 대나무 재질을 사용한 이유는 강성이 높고, 진성이 높아 음향 특성이 뛰어난 소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플래그쉽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결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그대로 살리고, 대나무의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광택이 적은 도장으로 마감했습니다.

사진 출처 – 데논 홈페이지

대나무 하우징 제작 공정부터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제작과 모든 조립 공정은 일본에서 진행합니다. 

그럼 AH-D9200의 음향 성능을 살펴보겠습니다.

Specification

D1200, D7200, D9200을 비교한 스펙입니다.

 
본 데이터는 샘플 1개의 측정 데이터로 전체 제품 특성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4.1 Frequency Response + Target

가장 먼저 보는 그래프는 주파수 특성 그래프에 올리브-웰티 타겟을 적용하였습니다. 올리브-웰티 타겟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상단의 측정 방법 확인 링크를 클릭해 보세요. 그리고 1/3옥타브 스무딩을 적용하여 실제 청음과 비슷하고 보기에도 편한 그래프입니다.

영디비 코멘트

전반적으로 타겟과 비슷한 특성으로 밸런스가 좋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극저음인데, 밀폐형 헤드폰으로 극저음을 상당히 만들었습니다. 다른 헤드폰은 대부분 100Hz 이하 저음에 빠지는 형태인데, AH-D9200은 100Hz에서 20Hz까지 빠지지 않습니다. 저음의 울림이 상당히 단단하면서, 깊은 저음까지 충실하게 재현해 줍니다. 보통 3kHz에 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단 낮은 2.2kHz에 딥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보컬의 손실은 딱히 느끼기 힘들고, 밀폐형이지만 공간감을 어느 정도 확보해 줍니다. 그리고 10~20kHz를 충실하게 재생해주어 해상력 좋은 초고음을 만들어 줍니다.
청음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악기는 타악기입니다. 킥 드럼 같은 낮은 주파수 대역을 가진 악기의 울림이 다른 헤드폰과 다른 강조된 느낌인데,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소리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2 Frequency Response RAW

주파수 특성 그래프의 Raw 데이터이고, 스무딩을 적용하지 않은 원본 그래프입니다.

4.3 THD

THD는 전반적으로 1% 이하로 낮으며, 1kHz에서는 0.04% 수준으로 상당히 좋은 성능입니다.

4.4 Impedance

임피던스는 24옴이고, 공진 주파수가 30Hz로 현재까지 측정한 헤드폰 중 가장 낮은 공진 주파수를 가집니다. 극저음이 좋은 이유가 드라이버의 특성이라 생각됩니다.

Price

소비자가 - 1,980,000원  

Conclusion

• 최초로 대나무로 하우징을 만들어 고급스러운 헤드폰
• 플랫 사운드, 깊은 울림이 있는 데논의 플래그쉽 사운드
• 24옴의 낮은 임피던스를 가져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한 구동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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