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단 원모어 E1010, 쿼드 드라이버 이어폰이 펼치는 사운드를 즐기다

약 3주 전, 필자는 D모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정모에서 확장됐다는 비화(?)가 있는 원모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다양한 이어폰을 들어보았다(링크).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것은 주인공인 쿼드드라이버 이어폰 원모어 E1010이었는데, 당시 웅장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려주었던 E1010의 사운드를 느끼고 가격을 문의했을 정도.

매번 산다산다 해도 그때마다 지갑 사정이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했지만, 다행히 음향기기 커뮤니티 영디비(0dB)에서 진행된 체험단에 선정되어 숙원을 풀게 되었다. 발표회 현장에서도 들어봤으니 대략적인 성향을 알긴 알지만 아무래도 외부 소음이 있는 행사장과 조용한 집에서 느끼는 사운드 변화는 큰 편이니까.

원모어 쿼드드라이버 이어폰 E1010의 스펙은 위 표와 같다. PET 다이어프레임과 카본 필름을 덧댄 1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저음역대를 재생하고, 노즐 뒤쪽에 자리잡은 3개의 밸런스드 아마추어(BA) 드라이버 중 2개가 중고음역대를, 1개가 초고역대를 재생한다. 다이나믹과 밸런스드를 모두 사용한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그 튜닝 난이도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들려주는 저음역대의 느낌과 동시에 BA드라이버의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등 포기할 수 없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여러 음향기기 제조사에서 시도하는 방식이다.

원모어 E1010은 20만원대 중반의 가격을 자랑하는 2017년 플래그쉽 제품이다. 때문에 그 구성품도 굉장히 알찬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본으로 장착된 이어팁 외에도 사이즈별로 5쌍의 실리콘팁과 3쌍의 폼팁이 제공되며 케이블클립, 항공잭, 3.5-6.3 변환잭 등이 들어있다. 담배를 연상시키는 하드케이스도 있어 휴대시 외부 요인에 의한 스크래치를 예방할 수 있다.

원모어 E1010에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케이블의 외관이랄까. 반투명 블랙 피복을 통해 색색깔의 전선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고급스럽다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다. 케이블 자체는 적당히 탱글탱글하며 잘 꼬이지 않지만 사용 초기에는 선이 S자처럼 꼬이는 현상을 잠깐 겪을 수 있다.

원모어 E1010의 유닛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티브로 하였다. 살짝 짙은 그레이 색상의 메탈 유닛, 분리된 부분을 둘러싼 붉은 띠가 포인트다. 노즐은 보다 나은 착용감을 위해 살짝 기울어있으며 공간이 남은 쪽으로 덕트가 나있다. 노즐부는 타 제품처럼 철망이나 패브릭으로 막지 않고 아예 타공된 금속판을 부착했다.

오른쪽 케이블에는 안드로이드와 iOS에 모두 대응하는 원모어 인텔리 리모트 컨트롤러가 내장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갤럭시S7엣지 기준으로 볼륨조절 및 음악재생이 가능하며 중앙 버튼을 2번 누르면 다음곡, 3번 누르면 이전곡으로 이동한다.

진득하게 들어본 원모어 E1010은 발표회때 들었던 그것과 살짝 달랐다. 당시 중저음이 폭발적으로 강조된 느낌이었다면 조용한 환경에서 들어본 동일 제품은 좀 더 밸런스를 맞춘 느낌. 전체적인 밸런스는 고른 편이지만 재생하는 드라이버의 차이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저음역대와 중고음역대의 스타일이 확 다르다. 저음은 따뜻한, 부드러운, 묵직한... 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중음역대는 비교적 가까이 들리며 선명하고 시원시원하다. 고음은 살짝 어두운 느낌이 들지만 부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잔향은 적은 편이라 음악을 '재미있게' 듣기보다는 오리지널을 찾아가는 스타일에 가깝다고나 할까.

필자의 난잡한 재생목록을 원모어 E1010으로 쭉 들어보니 딱히 가리는 장르같은게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음역대와 중고음역대의 스타일이 살짝 다른 것 외에는 장르별로 영향을 끼칠 만큼 특이한 부분이 적기 때문. 그만큼 사람 안 가리고 장르 안 가리게 꼼꼼히 튜닝했다는 이야기로 봐도 되겠다. 아무튼 필자가 보유한 고해상도 음원을 깔끔하게 잘 들을 수 있어 좋은 이어폰이었고, 20만원대 중반이라는 가격은 음향기기 입문단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모로 정말 잘 뽑은 이어폰...乃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영디비(0dB) 체험단으로 제공받았으며
리뷰 내용에 대한 제약/간섭 없이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