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ㅋㅈ n5005 하루 사용기

저번에 삼성서비스센터 가서 청음해본 후부터 미스터리하다고 생각해온게, 5005가 왜 출시시점부터 대박이 터지지 않고 시들시들했나 였습니다
그 의문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뭐 팔고 큰 돈이 들어오자마자 중고로 샀어요
사실 이어폰 중에서는 웨스톤 최신버전 w80이 1순위였으나....60과 80중에 어느게 더 메리트가 있을지 확신이 안돼서 좀 싸고 선택의 고민은 할 필요가 없는 5005부터 붙잡았습니다
집에서 느긋하게 제거 dac를 통해 하룻밤 들으며 다시 내린 결론은,
아무튼 가성비를 충족하는 하이퀄리티인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짚을만한 특이한게 많이 있군요

1. 출력 엄청 많이 먹음
akg의 정책인지 변환감도 표기가 1mw가 아니라 1v 기준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스펙기준 음량이 다른 회사의 제가 써본 이어폰들 대비 어느 수준이고 실제로 그게 얼마나 팩트에 가까운지는 계산이 아주 어렵네요
아무튼 들어보면 되는거죠
출력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먹습니다
그냥 음량이 좀 작다 수준에 그치는게 아니에요
스마트폰중에 좀 신경쓴 물건의 오디오출력 최대전압이 1v에 약간 못 미치고 otg dac와 엔트리급 거치형이 1~2v 수준인데, 제가 아주 크게 듣기는 하지만, 그런걸론 역부족입니다
언밸 32옴에서 약 2.8w(약 9v)까지 된다고 나와있는 거치형에다 물리고 볼륨을 올리니 어떻게든 터지긴 터지는데 어느 수준부터 음량이 안 올라가는 느낌이 있어요
레퍼런스급 헤드폰 쓰는 분들은 다들 아실거에요
볼륨다이얼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다 보면 어느 단계부터 음량은 안 커지고 대신에 음색이 찐하고 또렷하게 강화되는거요
5005가 이어폰 주제에 그게 굉장히 심합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그걸 검색해보니 마침 그래프가 있네요
거기서 나오는 효용곡선이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베여다이나믹이 지네거 드라이버 기술력 설명하는 내용중에 청력보호 어쩌고 하면서 비슷한게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없네요

2. 착용감 아 진짜

콘차와 맞닿는 내측 뒷부분이 넓직하고 네모져서 웨스톤 착용하듯 눌러서 밀착시키면 아주 아픕니다
50
05
노란색 씌워놓은 부분이 사람 귀 모양이랑 전혀 상관없게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다른 이어폰에 쓰던거보다 한둘레 굵거나 길이가 좀 긴 팁을 쓰지 않으면 밀폐가 안 되는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밑에 웨스톤이랑 같이 보니까 케이블이 나가는 각도가 좀 다르죠?

이렇게 됩니다
정착용 했을 때 akg가 수평이어야 맞는건데 저렇게밖에 안 되니 한심할 따름
또 귓바퀴 윗쪽 안경다리 걸치는 부위가 좀 세게 눌려서 금방 아프네요
akg가 이어폰씬에서 재미를 좀 봐야 저런걸 수정한 mk2든 완전 개량한 (가칭)7007같은거든 내놓을터인데 전망이 어두운 것 같군요
akg야 tws는 이러지 말아라

3. 음악이 되게 어색하게 들림
소리 엄청 좋습니다!
앞에서 가성비를 충족한댔던게 근본적으로 음질 얘기에요
좋은데 이상해요
진하고 투명하고 예쁘고 시원하고 고성능에 광대역인건 뭐 맞지만 음색은 아무튼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이 곡 저 곡 듣다보면 '액자식 구성'을 취한 소설 속의 다른 이야기마냥 한층 더 낮설고 비현실적인 기분마저 들어요
그래서 동등한 퀄리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음색 내지는 톤밸런스의 다른 걸작 이어폰으로 들으면 막 과몰입해서 눈물콧물 홍수나고 몸이 뜨거워질 수 있지만 5005는 그걸 허용해주지 않습니다
달리 말 하면 이어폰이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것 같달까요
이어폰이 얼굴이고 플레이 했을 때 나오는 음악을 그 얼굴의 표정으로 표현한다 치면, 5005의 표정은 시종일관 가필드 눈을 뜬 포커페이스입니다(근데 걸그룹 비주얼담당끕 핵존예)
감정선을 때릴 듯 때릴 듯 때리지 않고 무성의하게 지나치는게 계속 되풀이되니, 맛있는 고기반찬을 다른거 다 먹고나서 맨 마지막 한입으로 하기 위해 참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더군요
아니, 이어폰한테 그거 지금 먹지 말라고 강요당하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