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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디지털 필터와 소리의 충실한 재현에 관련하여

NiceHue
311 13 14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전문가가 아니며 관심이 생겨 찾아본 수준에서 적는 것 뿐이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표현상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엘지 폰처럼,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dac를 탑재한 기기에서는 디지털 필터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큐델릭스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구요.


디지털 필터는 크게 두 가지, 미니멈 방식과 리니어 방식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또 각각 링잉의 롤오프 방식이 또 두 가지-슬로우와 패스트로 나뉩니다.

다소 오해가 있더라도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미니멈 방식은 신호를 오는 대로 내보내는 대신 대역에 따라 속도가 다른 관계로 군지연(group delay)가 발생합니다. 리니어 방식은 신호를 오는 대로 내보내지 않고 대역별로 지연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 내보냅니다.

이름이 주는 인상과는 반대로 슬로우는 링잉의 롤오프가 빨리 일어나고, 패스트는 링잉이 비교적 길게 남습니다.

여기서 링잉은 무엇이냐 싶습니다. 아날로그 파형은 곡선인 것에 반해 디지털 신호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데, adc를 통해 아날로그 소리에서 변환된 디지털 정보를 dac를 거쳐 다시금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링잉은 그 차이를 메꾸는 효과를 냅니다.

다시 돌아가 링잉이 적다는 것은 그 메꾸는 정도가 약하다는 것이고, 반대로 링잉이 많다는 것은 정도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필터는 특이하게 아예 링잉이 없다고도 합니다.

미니멈과 리니어 방식은 모두 post ringing이 존재합니다. 이는 신호 후에 발생하는 링잉입니다. 다만 리니어는 미니멈과 다르게 pre ringing이 존재하는데 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신호 전에 발생합니다. 대역에 따른 지연을 없애려다 보니 현실에선 존재할 리가 없는 소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특정한 상황에서 티가 조금 나는 정도이며 많은 경우 적나라하진 않습니다.


많은 음향기기들이 미니멈 패스트 방식을 채택하여 디폴트로 설정해 둡니다. 하지만 이론상, pre ringing의 부자연스러움을 잠시 논외로 두고 생각한다면(자주 적나라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소리를 가장 잘 재현하는 것은 리니어 패스트 방식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이를 절대적으로 믿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결론의 예시로서 제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물론 아날로그의 소리를 재현하는 측면에선 리니어 패스트가 가장 적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본질이 디지털인 소리들은 어떡하죠? 이를테면 전자음악, 특히 테크노 음악같은 곳에 자주 쓰이는 것들이요. 그런 것들은 애초에 아날로그적인 소리가 본질이 아니니 링잉이 없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적합한 소리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edm의 강한 킥이나 베이스같은 특정 소리들은 리니어 필터의 pre ringing의 부자연스러움이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또 대부분은 음악은 아날로그 소리가 본질인 것들과 디지털 정보가 본질인 것들이 함께 섞여 존재합니다. 모듈러 신스로 소리를 내고 그 위에 사람이 노래를 하여 만든 음악이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이지만, 모든 소리에 두루두루 어울리는 하나의 필터만 꼽으라고 한다면, 미니멈 슬로우가 아닐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청음상으로도 그게 가장 듣기 좋았다고 하신 분들도 몇 보았구요(Sunrise님, 이신렬 박사님)


맺으며, 추가로 궁금한 것은 음향기기를 만들고 튜닝하는 입장에서 사용하는 필터는 무엇인지, 믹스/마스터링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링 셋업에서 사용하는 필터는 무엇인지입니다(혹시 관련하여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니멈 패스트의 경우 비교적 V자형의 사운드로 들릴 수 있고, 리니어 슬로우는 비교적 중음형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들으며 플랫함 등의 소리 특성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지루하고 긴 글 보시느라 수고하셨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또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나 개인적인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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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꽃미남 뚝섬꽃미남님 포함 13명이 추천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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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Hue 작성자
뮤직마니아
유익하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03:05
23.09.06.
profile image 2등

음... 대충 볼 글이 아닌듯 하는듯 하네요. ㅎㅎ

음린이에게는 조금 이해가 어렵네요.

일단 좋은글 입니다. ㅎㅎㅎ

03:37
23.09.06.
NiceHue 작성자
iHSYi
감사합니다!ㅎㅎ
17:22
23.09.06.
profile image 3등
평소에 모르고 있던 개념에 대해서 이해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05:22
23.09.06.
NiceHue 작성자
숙지니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17:24
23.09.06.
profile image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동일한 생각, 동일한 의문입니다. 아날로그 파형을 복원하려면 리니어 패스트, "원본"이 디지털 펄스로부터 만들어지는 소리라면 미니멈 슬로우, 혹은 NOS(무필터)가 가장 충실한 재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믹스를 할 때는 리니어 페이즈 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원을 과격하게 편집할 때 리니어 페이즈가 유지되지 않으면 자칫 맥놀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음악 특성이나 작업자의 소신에 따라서 달라지는 사안이지만이요. 클래식 음악을 주로 녹음하는 제가 가본 스튜디오에서는 위상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스로 뽑은 소리가 아니라 공간에 마이크를 갖다대서 녹음한 소리들로 작업하기 때문에 위상은 자연적으로 늘 흐트러져 있는게 당연하다고 하네요.

06:32
23.09.06.
NiceHue 작성자
idletalk
같은 생각이셨다니, 아주 엇나간 생각을 하고 있진 않았구나 하고 조금 안심입니다ㅎㅎ
궁금했던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되네요!
특히 클래식 녹음의 위상 문제에 대한 얘기는 아주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17:31
23.09.06.
profile image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는 리니어 패스트 필터가, EDM 같은 음악에는 미니멈 슬로우 필터가 더 적합할 수 있겠더군요. 따라서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BTR7 같은 FIIO 제품은 여러개의 디지털필터를 제공하는 거겠죠. 하지만, 대부분 귀찮아서 리니어 패스트로 설정해두고 쓰지만요 ^

09:51
23.09.06.
NiceHue 작성자
purplemountain
맞습니다. 저도 필터를 자주 바꾸진 않는 게, 정작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격으로 음악감상보다 소리 특성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서, 두루두루 듣기 좋은 거 하나 정해놓고 주로 씁니다. 물론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 크다고 생각하지만요.
17:37
23.09.06.

전 그래서 그냥 곡마다 다르게 써요 ㅋㅋ

17:26
23.09.06.
NiceHue 작성자
청년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ㅎㅎ
17:38
23.09.06.
NiceHue 작성자
벤치프레스좋아함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00:46
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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