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난 할인시즌 마지막으로 도착한 Audeze Euclid

광군절부터 시작해서 이어지던 세일기간이 드디어 미 서부시각으로 화요일이 되면서 끝났습니다.

여러 기기를 구매했지만 그중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Audeze Euclid. 지인이 아도라마 대란때 집어둔 A Stock을 전혀 쓰지 않은채로 어딘가 박아두고 있다가 싸게 넘기겠다며 딜을 걸어서 덜썩 물었습니다. 전에 아도라마에서 싸게 털었을때 샀던 또 다른 친구는 청음하고서 호들갑과 함께 자랑을 매우 했었던 기기라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첫 인상은, 일단 이미징의 스테이지가 매우 넓다는 것. 이어폰 중에서는 독보적이 아닐까 싶은 넓직한 이미지가 좋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해상력이 뛰어나다는 것. HE1000이나 Andromeda도 그랬지만 튜닝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눌린 것이 아닌 그 모든 대역이 별다른 노력 없이 다 깔끔하게 들립니다. 소리가 있을곳에 있어서 고개를 돌리면 거기에 있는 소리가 딱 보이는 듯이 해상력은 확실히 좋습니다. 128khz로 듣는 Every Little Thing의 Azure Moon에서 처음으로 트라이앵글이 이렇게 많이 깔려 있다는걸 눈치챘습니다. 확실히 모든 소리를 잘 보여주는, 흠잡을데 없는 해상력을 가진 기기입니다.

튜닝은 글쎄, iSine을 처음 들었을때 처럼 날것의 튜닝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고역이 많이 애매합니다. 확실한건 저역만큼은 양으로 찍어누르지 않고도 좋은 베이스를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 알고있다는 점. iSine을 비롯한 왠만한 평판형들은 EQ를 워낙 잘 먹으니 이것도 한번 가지고 놀아볼만 할거 같습니다.

또, 앰프를 타는 경향이 있다고 누누이 들었고, 특히 이걸 하나 가지고 있는 친구 녀석은 거치형 앰프를 안 쓰면 제대로된 소리가 안난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만... 앰프를 타긴 하는데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닙니다. 거의 뭐 이어폰계의 HE6se 같이 말하던데 iDSD Signature에서 에코모드로 볼륨의 절반도 안 올리고 SE로 들어도 왜 이 이어폰을 좋다고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거 사면서 Diablo 2를 같이 살까 했다가 그냥 넘어갔는데, 잘 한것 같습니다. 굳이 Signature까지 갈것도 없이 예전 포터블인 THX AAA PPortable이나 Mojo로 들어도 충분할거 같습니다. 해외에 유독 이런 사람들이 많은거 같은데, 음감하는 제 해외 친구들은 일단 비싸고 출력이 불필요할정도로 센 앰프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삽니다. All BA 이어폰도 일단 거치형에 꽂아보자는 식으로... 물론 제가 대단히 비싼 거치형 앰프가 없기도 하지만, THX 887로도 모든 헤드폰을 차고 넘치게 울려가며 들었기에 솔직히 공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천만원대의 셋업이 없으면 제대로 된 소리를 못 듣는 기기를, 그것도 이어폰을 판다면 그건 그냥 잘못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핵심은, 앰프를 타는것이 맞기는 한데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닌, 그냥 평범한 평판형 헤드폰 듣는다고 생각하고 볼륨확보를 하면 뭐 상관없어보입니다.

마지막 뱀발로는 들으면 들을수록 (이사가 잦다보니) 무조건 헤드폰보다 이어폰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좋지만 N5005처럼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느낄수 있는 좋은 이어폰과는 좀 거리가 있기는 한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셋업이 필요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걸 누구를 대상으로 판매하려 한걸까 싶기도 합니다. 분명 해상력도 훌륭하고 스테이징도 좋은데, 유클리드 정가 정도면 스테이징은 더 좋고 해상력도 많이 밀리지 않는 헤드폰을 구하는게 쉬운 일이니까요.

어쨌든 지난번에 다 털었는지 이제는 세일이 없지만, 만약에라도 아도라마에 다시 세일이 온다면 사는건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기기인듯 합니다.

저는 이만 EQ질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