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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매우 안 좋아하는 레이블 EMI의 Sarah Brightman과 함께. (feat. BGM)

alpine-snow alpine-snow
82 3 8

2002년, 처음 사보았었던 Sarah Brightman의 앨범 첫 곡이었습니다.


차가운 보이스에 EMI 특유의 토널 밸런스가 더해지니 얼음장 같이 느껴졌었던게 첫 감상이었습니다.

2001년 발매된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구매했었는데, 이 때는 앞날이 참 망망대해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트랙.


이 시절이 그랬습니다.

뭣만 시도하면 다 될 것 같았고, 시도하지 않으면 바보다 싶었던 분위기.

되돌아보면, 그 시절 저는 필요 이상 주저했었구나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당장의 수익은 눈 감고 덤벼들었더라면 일말의 가능성만큼은 손에 쥐어졌을 것이란 확신이 듭니다.

물론,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달려들어도 그만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아래 노래처럼, 망부석처럼 온갖 열정을 떼어다 바쳐도 화답이 전혀 돌아오지 않는 세월, 바로 지금입니다.


아래는, 이 곡의 원곡입니다.

스페인의 팝 그룹 Mecano의 곡이었지요.

소니 MDR-CD3000, 울트라존 HFI-2000, 스탁스 람다 시그너쳐 SR-404 이 셋이 가장 훌륭했습니다.

원음 재현을 떠나서, 아름다운 보컬 표현 면에서 그만한 매칭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진공관 앰프 매칭의 경우, EL34나 300B 싱글관 구성을 가장 추천합니다.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2008년.

Sarah Brightman의 Symphony 앨범이 발매됩니다.

당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내려서 코엑스몰이 아름답던 시절 에반레코드에 들렀더니

이런 음반이 클래식룸의 호화로운 시스템에서 재생되고 있었지요.

크렐 CDT + DAC 분리형 소스에 패스 X1 프리 + X300 파워에 물린 프로악 리스폰스4 시스템이었습니다.

인터케이블은 가장 마음에 안 들어하던 트랜스페어런트 것이었고, 소리도 좀 그랬습니다만, 하여간.


시스템이야 어쨌건, 가만히 앉아서 듣는데.

그 시절엔 그마저도 너무 좋았지요.

언제 또 들어보겠습니까, 그런 호화로운 가격대의 두바이 시스템.


한 앨범이 꽤 오래 재생되도록 듣고 있다가 이걸 한 장 들고 나섰던 기억입니다.

이걸 이 세월이 지나서 음향 커뮤니티에서 회상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종종 그래왔었지만, 가족끼리 술집에서 모여서 이런저런 얘길 두런두런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마흔을 얼마 앞두지 않은 동생의 결혼 문제도 있고, 저도 제 2의 인생 준비도 있고 하여...


위의 음악을 즐겨 듣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와 있네요.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직전의 나이에 위의 음악들을 들으며 놀러 다녔던 기억들...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어느새 노후 준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20대 중후반의 생생하던 기억들이 무색하리만치 저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버렸고

삶보다는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과 그 앞의 나이들어감을 느낀답시고 과거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삶은 진심을 대단히 긴 여정이지만,

그 삶의 단계간 전환 주기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쉬이 놓지 못할 만큼 참으로 아쉬우리만치 짧네요.

어느 세대 어르신들이나 늘 하시던 말씀이라 나 자신이 젊을 때는 좀처럼 와닿지 않았는데,

어느 세대 어르신들께서 그러하셨듯 제가 한 해 한 해 세월을 먹어오다 보니

이제서야, 아... 그래서 다들 그러셨었구나... 싶어집니다.

사실, 싶어집니다가 아닙니다.

이미 한 해 한 해 그런 것들을 느껴왔었지만, 점점 더 진하게 느껴가고 있는 와중에 툴툴 털어놔보는 것이지요.


영디비의 젊으신 분들...

지금 이 시점이라 가능한 그 시절에 대한 즐김을 한껏 누리시기를 바라고,

단물 한껏 빠져서 맛대가리 없는 시절이 눈 앞에 다가와 있지만

거기서 단 한 톨의 희망이라도 더 찾아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대단히 바라마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회 생활 불과 12년만에 서서히 목이 죄어오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의 학교에선, 있는 사람들 밑에서 돈 벌어주는 부품이 되기 위한 성실함만을 가르쳐 왔었습니다.

가장 가치있는 건, 나 자신의 경쟁력을 스스로 키워나아가는 것이지...

누군가의 밑에서 충성을 다함만이 답은 아닐 것입니다.


나 자신에게서, 하다못해 어렴풋이 느껴지는 반딧불 불빛 같은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도록 잘 살펴보고

그 불씨를 키워나갈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은 늦었을지라도, 저도 아직 남은 미약한 불씨를 살려보려 노력하겠습니다.




2024년, 영디비 회원님과 대장님 모두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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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마니아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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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엉뚱하게 늙은 놈이 댓글을 처음 답니다. ㅎㅎㅎㅎ

20대 초반에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이치를 이해하고 장자가 말한 것처럼 "털 하나도 타인을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고 가정을 만들고 타인에게 이롭게 한 모든 것은 바로 이것에 기초합니다.

나 자신을 전혀 희생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지키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겁니다.

누가 희생정신을 이야기하면 그건 단체의 이기심으로 이해했습니다.

살면서 그런 일을 너무 많이 보았지요. 사소한 학교에서도 더 나아가 사회에서 국가에서도 개인에게 희생을 강조하는 것은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은 없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지 않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나요.

내가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은 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것을 통해 즐겁기 때문입니다.

희생이라는 말을 입에서 쉽게 하는 사람을 우린 경계하며 살면 됩니다.

이것이 역지사지이고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00:02
24.01.10.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무직마니아

...무슨 말씀이십니까!!

연배 있으신 분들의 말씀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쉬이 옛 것으로 치부되어 진부하게 여겨지는 부분입니다만,

살다 보니 '옛 말이 틀린 것 없다'는 자조라는 것 또한 괜한 것이 아니더군요.

100% 정답이란 있을 수 없겠으나, 먼저 살아오신 분들의 '참된 말씀'은 매우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20대 이하 젊은 나이일 때도 생각했었던 부분인데...

사실 나이가 더 들어서 그걸 얘기하려니 좀 겸언쩍긴 합니다. ㅋ;;

영디비에 저보다 연배 있으신 분들도 계시다 보니 어찌보면 좀 그러나 싶기도 하고...

이제 겨우 40대 초반인데...


말씀하신 점에 대해, 저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며 조금도, 소위 '손해'보지 않음은 어렵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간 한국에서는 소위 '갑' 입장에서 '을' 입장인 사람의 손해를 당연히 여겨왔습니다.

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사소한 것에서마저 많은 이들이 나 자신의 손해에 민감해지게 되어왔습니다.


지금은, 그 누구도 나 자신이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하는 민감함이 커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그 손해를 기꺼이 하라는 말은 결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당치 않은 일이지요.

그러나 나 자신이 베푸는 것이 곧잘 나 자신을 희생함이고 그것이 손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듯하여

조금은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제 동생은 일찌감치 해외 물을 먹고 자라고 나이가 들어서 언뜻 보면 굉장히 합리적이고 센스있습니다.

그러나 하나 뿐인 형제인 제 입장에서는,

소위 '맨박스'라는 것을 너무 경계함으로써 역으로 손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싶긴 합니다.

남자는 남자다운게 좋다는 옛 생각에 대해 요즘은 긍정적으로 다시 돌아보고 있습니다.


우리네가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할 줄 아는 태도도 함께 배워왔더라면 좀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우리네 동네는 뭔가를 타인에게 강요할 줄만 알았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아왔었죠.

거기서 불신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각자들이 나 자신이 손해볼까봐 날을 세워 거의 괴물이 되다시피 하고 있네요.

조금의 과도기를 지나서,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할 수 있는 때가

다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대단히 바라마지 않는 마음입니다. ^^


작금의 사회 분위기에 많이 외로운 요즘입니다. ^^;;;

00:15
24.01.10.
alpine-snow
우린 같은 말을 하는 겁니다.
아마도 올해 한국 갈 일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한잔하시죠....
00:21
24.01.10.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무직마니아
꼭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21:52
24.01.10.
profile image 2등

 두번째 댓글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 달게 되었네요.

30대 중반까지도 거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았습니다.

능력은 좋지 않치만 운이 좋았던 덕인지 

외롭지 않게 화려하지는 않아도 적당히 북적이는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좀 방탕한 부분도 있었지만  완전 크게 저지르지는 않았는데

30대 마지막에 큰 실수를 저질러서 그동안 쌓아온 모든걸 날리고 

누명까지 쓰고 소송으로 인생의 황금기도 몇년을 허비해 버렸지요. 

배신이라는 건 아무리 당해도 적응이 안되고 내 모든걸 주었는데

상대방은 다른 생각과 마음으로 접근했다는... 굳이 이야기 안해도 아시겠죠.

하루 담배 2~갑이상... 우울증에 심각한 상상도 거의 매일하고 

몸을 당연히 돌보지도 않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황폐해졌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서 잡아준 가족과 친구 들이 있었습니다. 

벌이는 예전만 못하지만 계속 직장도 나가긴 했고 ㅎㅎ 

 일상적인 생활은 어찌어찌 이어 나가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40이 다되서 회장님을 만나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솔찍히 혼자 였을때 보다 더 힘들고 재약이 많은 생활이고 

금전적으로도 힘이 들...ㅋㅋ 회장님이 은근 욕심이 많습니다.

마음속에 고독함?도 여전히 약간은 존재 합니다.

 그래도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있고 나의 가정을 이루고 지켜 나간다는

책임감덕에 예전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알파인님도 제2의 삶을 이야기 하셨는데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00:35
24.01.10.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iHSYi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오신 듯하고, 지금껏 극복해오셨음에 존경의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특히 배신감이라는 건 정말 오래토록 응어리지던데 말입니다...


제2의 삶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되도록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남의 밑에서 충성해봤자 결국 아무 의미 없더군요. 딱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게 답이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결국 임금 노동자는 필요할 때 쓰다가 필요 없어지면 버리는 존재이니까요.

애초에 의리 같은 걸 맘대로 생각한 것도 저였으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온전히 제 몫이지요.


결국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세상이라는 걸 새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22:17
24.01.10.
profile image 3등

군대 이후 복학해서는 지금까지 오로지 실험실에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경험이 한부분으로 치우쳐있다보니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죽기전에는 절대 끝나지 않은 것이라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신다는 이야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정말 멋진 일입니다.

한가지 제가 인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있습니다.

젊어서 최고의 배덕은 게으름이고 늙어서는 하지말아야 할 것은 후회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각 시기에 제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가장 경계해야 것들이더군요. 경험과 감정이 쌓이다 보면 지나간 일들이 하나 하나 유령이 되서 떠돌아서요. 그것들이 제일 먼저 다가오더군요.

현재의 나는 지난 모든 선택의 결과이고 지금까지 살아 남았면 지난 모든 선택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멋진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시고 계속 멋진 모습 기대합니다!

09:07
24.01.10.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재인아빠

별로 멋지게 살고 있지 못한데도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게으름과 부지런함이 꽤나 혼재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심하다 할 정도로 밤잠 설치며 몰두할 때도 있고, 퍼질 땐 한없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퍼져 지냈던 학창시절이 가장 후회됩니다.

뒤늦게 그 시절의 공부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고 파보기도 했는데, 역시 때가 지나니... ㄱ-;;

젊어서 최고의 배덕은 게으름이라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아직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늦지는 않았으니, 열심히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늙어서 후회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22:24
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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