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이제서야 전설을 맞이합니다

지난 주에 겨울 휴가를 부모님 댁에서 보내는 중 갑자기 예정에 없던 회의 참석 요청이 와서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공보의로 섬에서 유배근무 중인 동생의 짐 속에 액상담배와 땀에 쩔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기 직전인 EPOS 유선 헤드셋이 있더라구요. 그것과 제가 예전에 닌텐도 스위치와 함께 쓰려고 샀었던 엄지손가락만한 USB 사운드블라스터 사운드 카드를 발굴해서 어째저째 회의는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컴퓨터는 10년전 쓰던 케이스와 파워를 활용해서 i5 12400F+RTX 3060Ti 사양으로 만들어둔 원격 근무머신(이라고 쓰고 동생의 외박 디아블로 4 머신이라고 읽습니다)이 있지만 이 참에 다음에 내려갈 때는 헤드폰과 마이크도 사놔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헤드파이를 시작하며 K701을 들였던 게 약 15년 전이네요

그 때도 DT880이나 DT990을 고려는 하면서도 그 투박한 모습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그 후로 두 차례 더 외모 너프가 가해질 걸 알았다면 DT880을 들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톤 밸런스 상으로도 더 균형이 맞는 880이 아닌 990을 고른 이유는 그냥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입니다;

영디비 샵에서 구매해서 사무실로 배송을 했는데 오늘 아침 출근해서 메일 확인 하면서 일 처리하던 중에 택배 기사님이 문 앞에 던져놓고 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제 귀는 T1 1세대를 10년간 쓰면서 단련되어 치찰음에는 무덤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DT990의 음파공격은 정말 예사롭지 않네요.

양키성님들이 DT990이나 DT1990을 키친타월로 모딩하는 게 납득이 갑니다.

근데 휴지는 모양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근처 문구사에서 0.5mm짜리 펠트지를 사와서 적당히 제단하여 붙이기로 했습니다.

접착도 나름 모양새 나쁘지 않게... 모딩을 해서 들어보니 확실히 찌르기 공격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아마 잘 찾아보면 오실로 스코프가 있어서 FFT를 해볼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청감적으로 개선된 게 확인이 되었으니 이대로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만 저음의 양감이 많이 부각되어서 뭔가 HD650에 고음을 좀 키운 것 같은 톤 밸런스가 되었습니다.

이제 마이크도 구매해서 집에 가져다 놓으면 돌발 회의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아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