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JDS LABS ELEMENT III MK2 덱앰프 리뷰

 지름은 항상 옳은 것일까요? 하이파이맨 R2R 덱앰프인 EF600으로 헤드파이를 본격적으로 입문한 후 두 번째로 덱앰프를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대중적인 DAC인 ESS 칩셋이 들어간 제품으로 선정하기로 했고, 그 결과 JDS LABS 社의 ELEMENT III MK2(Boosted) 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거치형 대비 작은 사이즈(15cm X 15cm) 와 비교적 합리적안 가격(65만원),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출력(2.3W@32옴)이라는 부분들이 제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죠. 분리형 덱앰프는 스택을 쌓는 미학이 일품이라지만 아무래도 저는 원박스가 체질에 맞나 봅니다.  

 ESS 계열 DAC칩셋의 느낌은 일전에 꼬다리덱과의 연결 실험에서 어느정도 검증했지만, 거치형 덱앰프로 느끼는 음색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같은 칩셋이라도 제조사의 성향과 철학이 따라 다양한 음색으로 튜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DAC칩셋은 어떤 느낌이 난다' 라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도 사실은 적절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새로운 리시버를 들여 놓는 정도만큼은 아니겠지만 앰프를 교체함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를 맛본다는 것 역시 참으로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현재 보유 중인 하이파이맨 서스바라와 HD800S를 연결하여 청취해 보았습니다.

1. 하이파이맨 서스바라

 아무리 2.3W의 출력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보유 중인 앰프의 출력이 5W를 훌쩍 넘는 관계로 볼륨확보만 겨우 되는 수준이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만, 놀랍게도 제 귀에는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 구동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하이게인이지만...노브를 적당히 돌려 +2.0~3.5dB 수준만 맞춰놓아도 청취볼륨 확보는 충분하였고, 뭔가 특정 주파주 대역이 텅 빈 듯한 공허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청음은 대중가요(비비의 밤양갱이나 르세라핌의 EASY 등) 로 시작하여 정음용도로 자주 활용되는 애니메이션 OST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곡을 듣자마자 떠오른 감상은 기존의 R2R 덱앰프와는 소리의 결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음색은 여타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언급했듯 살짝 웜톤의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가장 크게 체감이 된 차이점은 저음의 타격감이 상당히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보컬은 미세하게나마 명확해 졌지만 착색이라고 느껴질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고음파트로 갈 수록 이전보다 쏘는 성향이 강했는데, 이는 오히려 기존에 사용하던 앰프의 성향에 익숙해져 버린 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는 기존의 R2R 덱앰프와는 차별화되는 재미있는 음색을 들려주었습니다. 펀사운드의 성향을 원한다면 R2R덱앰프와 서스바라는 궁합이 약간 더 잘 맞고, 평판형 특유의 성능을 보다 정확하게 맛보고 싶다면 이쪽이 더 적절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2. 젠하이저 HD800S

  새로 장만한 앰프의 소리를 맛보기 위해 부푼 기대를 걸고 정말 오랜만에 기케로 교체해 주었습니다. 탈착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HD800S지만 뭔가 이전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기대감에 그 지옥같은 고난의 케이블 탈착 행위도 버텨내었습니다. 

 근데 그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동일한 청음용 음악을 틀어놓자마자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앞서 들어보았던 서스바라처럼 저음 타격감이 강해지려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존 앰프에서 듣던 것보다 좀 더 청명하고 공간감 넓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덕분에 귀를 찌르는 고음특색은 좀 더 강하게 나타났지만 이것이 본래 가지고 있던 HD800S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것일 뿐입니다.

 참고로 HD800S 볼륨입니다. 서스바라에 비해서는 한참 적은 파워로도 구동이 가능합니다. 로우게인에 -24.0dB....충분하고도 남습니다. 

3. 총평

  이제보니 서스바라 역시 덱앰프 때문에 저음 타격감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사용하던 R2R 덱앰프의 성향이 그걸 억제하는 착색이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물론 기존의 덱앰프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에 구입한 ELEMENT III MK2 덱앰프는 리시버가 가진 본래의 상향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매력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큰 결심을 했던 것만큼 상당히 마음에 드는 소리를 얻었고, 과도한 지출에 힘들었지만 나름 적절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