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즐겁고 신나는 엔트리 이야기, 7hz salnotes zero

 마지막으로 이어폰 리뷰든 감상이든 제대로 작성하고 올려본게 대충 17년도즈음이라서, 취미생활을 다시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남들과 같이 즐겁고 신나게 떠들기에 앞서 재활의 필요성을 좀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 근육의 재활에 다시 의의를 두면서 그동안 수집한 우리 집의 잔잔바리들 이야기를 간간히 영디비에 좀 올려볼까 합니다.

 어쩌다가 이쪽 취미생활이 이런 성향을 띄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긴 하지만,

오늘도 저는 즐겁고 신나게 잔잔바리들 위주로 이헤폰을 찾아다니고 수집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몇 달전에 구입해서 한 2주정도 전에서야 빌드구성을 끝낸 친구, 7hz의 엔트리이어폰 제로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부제는 간만에 즐겁고 신나는 이어폰 모딩경험 정도가 되겠군요. 어지간하면 제조사가 의도한 순정상태 그대로 쓰고 듣기가 제 모토라서, 케이블부터 이어팁까지 이래저리 바꾼 애는 참 오랜만이었거든요.

 예전에 지인의 도움을 얻어 7hz의 타임리스 AE버전을 잠깐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레퍼런스급의 평판형 이어폰의 성능에 꽤나 감탄을 했었습니다. 그 제품은 정말로 평판형이 보여줘야하는 모든 미학과 성능을 잘 보여주는, 평판형의 모범생과도 같은 이어폰이라고 표현하고 싶더군요.

 그래서, 이 회사 마음에 든다...! 과연 이 회사의 엔트리 제품은 어떨까? 상태가 되어서 7hz 제로도 한 번 구입해보게 되었습니다. 제로가 마음에 들면 제로투도 구하고 대충 뭐 다른 것들도 구하고 그렇게 순서대로 올라가자 싶었죠.

 같이 주문했던 키네라 와이번, 수월우 츄2와 함께 찍은 박스샷.

 그리고 맞이한 우리 제로는 음, 솔직하게 첫인상은 이미 몇몇 리뷰들을 통해 익히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좀 상당히 실망스럽더군요.

이미 차이파이에서는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기본 이어팁구성.

니들 사실 QC 안하지? 아님 엔트리라고 일부러 안하는거여? Y 분기점에서 전혀 분리가 안되고 LR 둘이 찰떡같이 밀착해있는 케이블.

그 와중에 본체 유닛은 먼지 조금 묻은거 빼곤 또 멀쩡해서 짜증이 2배 ㅋ...ㅋㅋ...ㅋㅋ

 진짜 오랜만에 맛보는 번들케이블 불량. KZ도 이정도는 아니었었는데... 닦을 때 은근히 먼지가 묻어나온건 덤.

 그래도 뭐 대충 집에 남아도는 번들케이블과 번들 이어팁으로 들어보니 소리는 또 예상했던 것보다도 좋더군요. 짜증이 3배가 되는 지점!

그래서 제로에 맞는 케이블과 이어팁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귀찮게시리

 대충 어디 뭐 괜찮은 케이블 할인하는거 없나 하고 둘러보던 도중, 눈여겨보고 있던 케이블 제조사인 용세의 화이트베어가 마침 알리에서 세일을 해서 주문. 백곰흑곰이

이어팁은 뭐 흠, 그래도 전투용으로 쓰는게 적절한 가격대인데 본체보다 비싼 이어팁(...)들 보다 키네라 번들팁을 한 번 써보는건 어떨까?

그리고 2주 뒤 대망의케이블이 도착한 다음, 시도한 첫 번째 조립

여담이지만 용세는 케이블 포장이나 번들로 쓸만한 파우치를 줘서 참 자주 구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이트베어가 생각보다 두꺼워서 이어폰이 귀에 안착이 잘 안되더군요. 케이블의 0.78핀을 체결할 때 뭔가 좀 뻑뻑해서 괜히 또 신경이 쓰입니다.

키네라 번들팁은 착용감이나 성능면에서는 뭐 쏘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어팁을 바꿨기 때문에 첫 번째 조합은 썩 만족스러웠지 않았다고 자평할 수 있겠군요.

 적절한 노즐 구경과 높이를 가진 실리콘팁을 사용했을때 제로의 소리가 나빴던 것은 아니고 나름의 매력이 존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한색계열에서 적당한 밸런스를 가진 소리에 초고역대까지 원활하게 뽑아내는 부분은 확실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음이 좀 과해서 간만에 '고음도 사실 다른 영역대를 마스킹할 수 있지! 받아라 고음고음빔!' 을 겪어보니 좀 뭐랄까, 이거 참 오랜만에 듣는 소리고 엔트리에서 이런 소리 맛보는 것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긴 한데...... 고음이 전반적으로 10K 딥을 제외하고 전대역에서 아슬아슬하게 자극적이지 않은 영역까지 고르게 강조되어있지만, 선이 은근히 거칠고 둔탁한지라 듣다보면 피곤해지는 소리 쪽이긴 했습니다. 이쁘장하고 화사하거나 유려하고 상쾌한 계열의 고음과는 거리가 있달까요. 뭐 이 상태로는 락메탈을 들으면 꽤 재밌겠다란 감상도 같이 들긴 했습니다. 확실히 일렉기타의 긁는 맛이나 초고역의 개방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표현되는 스네어 소리 등이 기대대로 재밌기도 했고요.

 물론 이런 고음표현을 가진 이어폰들은 다중듀서가 아니면 저음의 양감은 당연히 떄려쳐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따라오는 반대급부지요. 단단하게 타격감을 들려주지만 양감을 꽤나 억제했기 때문에 치고빠지는 재미를 가진 타격감이라기보단 나 여기 있다라고 존재감을 어필하는 듯한 타격감 쪽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하얀 하우징에 은도금 케이블 조합은 꽤나 화사해서 밋밋하고 싸구려틱 해보이던 7hz 제로의 플라스틱 하우징의 외관을 좀 업그레이드 하는 느낌. 하지만 정착용시 약간 들뜨는 느낌이 생겨, 결과적으로 약간의 불편한 착용감과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강조되고 입자가 꽤 거칠고 둔탁한 고음 때문에 썩 만족하지는 못했던 조합. 백곰이는 그렇게 다른 짝을 찾아 떠났습니다.

 길게 들으면 확실히 귀가 피곤해지기도 했고, 집에 고음을 수려하게 뽑아내는 친구들이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서,

이대로는 뭐 집에 있는 다른 엔트리 친구들처럼 보관함에 봉인해놓고 가끔 꺼내들으면서, 그리고 어디가서 나중에 이런 이어폰도 있다, 고음고음빔 한 번 겪어보실래요? 근데 밸런스는 또 잘잡아놨어요 고음고음빔만 빼면. 아 근데 제로투가 있네. 걍 제로투 사세여, 가 대충 7hz 제로와 나의 만남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한 달 가량.

그러다가 문뜩 ikko oh2를 듣다가 ikko에서 폼팁을 꽤 저렴하게, 종류별로 팔았었지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폼팁을 한 번 끼워보는건 어떨까 싶더군요.

그래서 바로 주문해서 끼워줘봤습니다. 케이블도 뭐 전에 주문해놨지만 교환품까지 사용에는 지장이 없지만 핀 단자부분 마감결함품이 왔던, 근데 또 문의하기는 귀찮아서 대충 짱박아두고 있던 kbear 헤이지로 갈아끼워서 외모변화도 줘봤습니다. 4.4 밸런스드 단자로 새로운 매칭도 시도해볼겸. 이게 대충 2주전이군요.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폼팁은 대부분의 경우 소리를 크게 변화시키는지라 아웃도어용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아니면 잘 안쓰긴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특성을 역으로 살려서 제로의 강점이 죽지 않는 선까지 깎아내는 수준에서 고음의 양감과 자극을 컨트롤하고, 전체적으로 소리에 무게감을 살짝 더해주고, 소리의 무게중심을 고르게 분포시키는 쪽의 변화를 원했거든요. 덤으로 한 사이즈 큰 팁을 사용해서 일부러 공진점과 밀도감도 조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완성해서 지금도 가볍게 듣고 싶을 때 종종 애용하고 있는 조합입니다. 1.5만원에 구한 7hz zero와, 2.5만원에 구한 Kbear hazy, 6800원에 구한 이코 코멧 폼팁. 그리고 4.4 밸단을 지원하는 우리 진실귀의 시오.

엔트리 이어폰 가지고 만지작 거리다보면 종종 만나볼 수 있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조합이지요 ㅋㅋㅋ 그래도 배꼽이 막 배의 10배, 20배 차이 나진 않잖아요...? 그러니 세이프인걸로

그래도 한동안 가지고 노는 재미, 간단한 조합으로 소리를 이리저리 바꿔보는 재미를 느껴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제게는 매력적인 제품이었지만, 제조사도 자사 제품의 단점을 인지하고 개선판을 내놓은 지금 시점에서 남들한테도 추천할만한 제품인가...에는 좀 의문부호가 따라붙기도 하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