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4SR 환불금에 보태서 IE600으로 갑니다.

ER4XR, ER4SR 둘다 왼쪽 케이블 불량으로 돌려보내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두개의 샤프함보다 IE200의 적당히 샤프함+공감감을 더 좋아하지 않았나... 그냥 ER4에 대한 로망이었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티모틱에 환상을 가졌던 것은 05년쯤이었던 것 같네요. 복학하고 공대에서 학점 갈아엎느라 매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때만큼 하루종일 귀에 뭘 꼽고 있었던 적이 없었던듯...

아이팟은 너무 고가였었고... 큰맘먹고 아이팟 셔플 2세대를 질러서 듣던 와중에, 친형이 본인이 듣던 뱅 A8을 줬습니다.

어찌보면 인생 최초로 써본 명품일런지도... 뭔가 어깨 힘 뿍뿍 들어가고 이것보다 좋은건 없을거야 했는데.

당시에 뭔가 스타일도 좋고 집도 잘사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노트북은 파워북-맥북 나오기 전 파워북은 그때돈으로 400만원쯤은 했을겁니다-아이팟은 U2 스페셜에디션을 쓰는데, 이어폰이 무슨 대한항공에서 나눠줬을법한 괴상한놈을 쓰더군요.

그게 알고보니 ER4라는 놈이었고, 모양은 완전 괴랄한데 막 40만원씩 하는 놈이라는것을 알고 너무 궁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청 친한 형은 아니라서 빌려서 들어보지는 못했고... "아니 저형이 저딴모양을 쓸거면 대체 소리가 얼마나 좋길래..." 싶었고, A8끼고 아싸거리던 제가 뭔가 뭘 모르는데 이쁘고 명품찾는놈 같아 보여서, 왠지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에티모틱이 막 가격을 쳐 올리는 회사도 아닌데, 그때의 궁금증을 20년이 지나서 질러보는것도 참 참을성 있네요.

비록 둘다 케이블 불량이었지만 불량나기전에 각각 며칠정도는 써보고 나니, 그때 내가 듣던 A8이랑 성향이 다르구나... 그때부터 난 이어폰에서도 공간감을 찾았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불량으로 환불받은게 기회다 싶기도 하고, 이제 궁금한게 풀렸으니, ER2SE를 만들어준 에티모틱에 대한 감사를 보내고...내갈길 가자 싶네요. 

에보를 사버릴까 ie900을 한방에 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6xx가 그렇게 좋았는데, 요즘엔 또 그게 기본이 되어버린 저를 보고, 저는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역치를 즐기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IE600으로 갑니다.

ER2XR을 외려 들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