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샵에서 에티모틱 시리즈 비교청취해봤어요!

처음 ER2SE, ER2XR을 들었을 땐 의외로 선명하고 꽤 괜찮은 소리에 충격받았습니다. 열거된 기종중에는 제일 하급 기종인데 싹 다 팀킬해버리는 거 아닌가? 하구요. 그런데 비교청취하니 확실히 각 제품마다 음색에서 다른 부분이 있더라구요.

일단 모두 선명합니다. 각 음역대와 음상이 또렷하게 살아있어요. 이 부분은 무엇이 더 낫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단순한 스테레오 모니터링 용도로는 모두 뛰어난 제품입니다.

다만 ER2 시리즈가 다른 제품에 비해 고음이 약간 막히면서 쏘는 감이 있어요. 청감상 심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다른 제품과 비교해 들어보면 분명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보컬 치찰음도 조금 더 있구요.

그리고 ER3 시리즈를 들어봤는데... ER3SE가 상당히 유별납니다. SE와 XR이 비슷한 티어긴 한데 대개는 SE보다 하만타겟에 가까운 XR이 듣기 편하다고 느껴질 거에요. SE는 XR에서 저역을 절제하면서 빈 자리를 중역대가 확 치고 올라오면서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Studio Editio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악기별 위치가 더 또렷해지면서 약간 소리가 답답해지는 느낌도 있어요. 사실 XR도 워낙에 플랫한 소리라 스튜디오 모니터링용으로 쓰지 못할 이유가 없구요.

그리고 ER4 시리즈를 들어봤는데... ER3XR이랑 너무 비슷합니다. 나무위키 항목에 서술된 것처럼 ER3XR하고 ER4XR은 지나가는 일반인 붙들고 블라인드테스트 하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 물론 초고역대 표현에 분명한 차이는 있고 그만큼 ER4에서 저음이 더 절제됩니다. 조용한 곳에서 주의깊게 들어야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헤드폰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을테고, 일상에서 이어폰만 주구장창 굴린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작은 차이입니다. 60cm 더 기다란 선, 트위스트 케이블, 유광 유닛 그리고 40만원 이어폰이라는 프리미엄이 필요하지 않다면 말이에요. SR은 XR에 비해 고역대가 더 강한 걸로 알고 있는데 더 깊이 들어보진 못했네요. 그냥 그렇습니다.

ER3XR 구매하고 보상심리때문에 너무 편파적인 리뷰를 쓰는 게 아닌가 괜히 불안하네요. 다만 제가 태어나서 들어본 100만원 미만대 이어폰중에는 제게 가장 좋은 소리입니다. 선택받은 자에게만 허용된 극악의 착용감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구조상 한계만 극복한다면 최고의 소리를 경험할 수 있어요. 싱글BA로 이런 소리를 튜닝한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어폰샵 방문하시면 혜화 고양이카페도 가보세요. 귀엽습니다.

한줄요약 : BA 깎는 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