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청음기] lcd2closed 들어보고 옴

이렇게까지 쓰면 모니터중인 셰에 직원분께 제 정체가 파악될까 불안스럽지만, 아무튼 토요일이었나 그저께였나 엠피리언 또 들어보러 저녁늦게 갔다가 누가 쓰고 있길래 마침 들여다놨던 lcd2closed(이하 액2밀)를 잠깐 들어봤습니다
분명히 유감없는 양질의 소리였지만, 어딘가 이상하더라구요
어제까지 내내 생각해본 결과, 긴가민가한 위화감의 원인은 고역이었습니다
10분인가 20분인가 잠깐 듣다 말아서 애매했지만, 분명히 맨 꼭대기 초고음역이 슥 가라앉았을 때의 전형적인 닫혀있는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확인해보려 오늘 또 다녀왔습니다
걔만 계속 들으면 헷갈릴까봐 lcd2classic(이하 액2클)도 같이 꺼내다가 한곡씩 번갈아 들어봤습니다
참고로 잭만 갈아끼면서 번갈아 들어보면 액2클이 액2밀보다 아주 약간 크게 들리는 감이 있는데요
그래서 두번째 곡부터는 액2밀로 들을 때 오히려 더 크게 들리도록 볼륨을 더 올려주면서 비교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줬는데도 역시나 그제의 감이 틀린게 아니더군요
제가 나이답지 않게 청력이 많이 안좋아서 서른중반임에도 15000~16000Hz부터 못 듣는 상태인데, 그래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네요

그런데, 보통 가청음역의 맨 위 끝까지 소화를 못 하기 마련인 후진 헤드폰의 경우, 응답그래프의 너무 이른 롤오프에 동반하는 분할진동 때문에 초고음역으로 접어드는 어디쯤에서 피크도 발작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죠
액2밀의 위화감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진동막의 움직이는 면 전체를 동시에 동일한 힘으로 직접 밀고 당기는 플라나마그네틱이기 때문인지 분할진동이라는 결함이 없어서, 탁하고 칼칼한 피크의 징후같은건 들리지 않고 롤오프만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에 액2밀은 고품질의 음향을 평소에 충분히 경험해보지 않은 분이 이것만 집어다가 그냥 들어보거나, 빠르게 느낌을 캐치한답시고 볼륨을 좀 많이 올려서 듣거나, 했을 경우에 단점이 간단히 드러나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저음역이 좀 맛이 갔네요
이 역시 뒤를 막은 밀폐형이라는 핸디캡이 걸려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이 맛이 갔다는 얘기는 옆에 놓고 바로바로 바꿔써가며 비교한 액2클과의 스파링 결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제가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제일 낮은 음역보다 약간 위에서 액2클에 비해 급격하게 소리가 없어져요
아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스케일이 큰 북(메탈용 킥드럼, 대고 등)을 치는 소리가, 저음역 재생에 하자가 없는 액2클에서는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천천히 낙하하는 행글라이더의 움직임을 산 꼭대기에서 보는 것처럼 일정한 음량을 유지하며 완만하게 피치를 가라앉히는' 모습이고, 하자가 있는 액2밀에서는 내려가나 싶다가 띠용~ 하면서 없어져요

그리고 공간감이
너무
처참하네요
굉장히
옹색해요
근래 저가의 보급형 헤드폰을 거의 듣질 않아서 헤드폰 중에서는 비슷한걸 찾을 수 없고, 일단 m7이나 65t같은거보다 펼쳐지는 폭이 좁습니다.............................
이 역시 대역폭 상한&하한의 한계 때문인걸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까 결국 종합하자면, 액2밀은 위와 아래의 끝자락 대역폭이 기대대로 나와주지 않는 헤드폰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기대를 했느냐, 오디지에 대한 기대, 130만원에 대한 기대, 플라나마그네틱에 대한 기대죠
그리고 덧붙여서, 보통 사람들이 '개방형은 음질의 비교우위, 밀폐형은 저음의 비교우위.' 이렇게들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새로 출시된 액2밀 역시 그런 컨셉으로써 막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는 대역폭이 위아래로 좁기도 좁으면서 그나마도 나오긴 나오는 고음역쪽은 또 더 눌려버린 통에 어퍼베이스와 미드레인지만 동동 떠있는 소리를 액2밀의 정체라 하고 싶습니다
k812를 개량한 k872를 통해 badder than bad가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 akg, hd800s의 옆그레이드라는 정도의 선방을 간신히 해낸 젠하이저의 hd820 같은게 막 떠오르고 있습니다엘레지아는 패드만 탱탱한걸로 바꾸면 되니 열외
그리고 안 들은지 많이 오래돼서 어땠는지 다 까먹긴 했지만 전에 lcd3, lcdx와 비교해봤던 lcdxc는 이 정도로 쳐지지가 않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한줄결론: 액2클은 좋음 에온플로우보다 쪼끔 더 좋은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