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rless S8Z 1st Impression

 
 3월 14일이 무슨 날이었죠? 
 보통 사탕을 주고 받는 날로 알고 계시지만 사실 제 생일이었습니다. 
 그 때 작년부터 한참 궁금하던 이어폰 하나를 질렀어요. Fearless S8Z입니다.  
 
 S6pro, S8 Freedom, S8 Pro 등으로 이어지던 Fearless의 멀티 BA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S8 시리즈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셸 안쪽에 보이는 오렌지색 구조물은 슈어 SE846에 들어있던 어쿠어스틱 필터와 비슷해보이지만, 이 이어폰에는 크로스오버 회로가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구성은 2 Bass+4 Mid+2High 라고 하는데, 내부에 보이기로는 4 Bass+2 Mid+2 High인 거 같기도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원한 건, 셸 전체가 저 페이스플레이트와 같은 펄 블루로 된 디자인이었는데 린소울에서 주문을 잘못 이해해서 저런 모양이 나왔습니다. 근데 또 클리어 셸은 지금까지 제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투명해서(수월우보다도 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괘씸해서 후기에 별 하나줬습니다. 린소울이 이런 게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외관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적고 소리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당초 제가 비교군으로 생각한 이어폰은 수월우 A8과 인이어 프로파일 8의 두가지입니다. 
 비교 그래프를 Crinacle에서 긁어왔습니다. 
 

 토널밸런스만 봤을 때, A8과는 저음과 고음, 그리고 3kHz 전후로 상당한 차이가 있고, 저음 부트스 모드의 인이어 PP8과는 놀라울정도로 닮았습니다. 
 인이어 PP8은 제가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은 못하겠는데, A8과는 실제로 들어보아도 톤 밸런스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저 저음의 차이가 특히요. 
  
 처음 들었을 때 바로 느낀 건 저음과 중고음이 정말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어쿠어스틱 필터가 저음의 제어를 위해서 넣은 거라고 생각했는데(ACME 시리즈에서 위상 제어 기술로 홍보했던 미로형태 필터의 발전형이 아닐까 하고 추측도 했었고), 저게 내부에서 하모닉스를 만들어내는지, BA 우퍼인데 마치 DD 저음을 듣는 느낌이 납니다. 좋은 의미로요. 
 토널 밸런스 상으로 저음의 양이 꽤 많아보여서 좀 과하게 저음성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음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깔끔합니다. 흔히 말하는 따뜻한 소리에 가깝기는 한데, 전혀 먹먹하거나 텁텁한 느낌이 들지 않네요. 
  
 1k~10kHz는... 정말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소리에 가깝습니다. 
멀티 BA 이어폰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되는 게 텅빈듯한 소리, 경질적이고 왜곡된 음색 등등이 있는데... 신기할 정도로 그런 느낌이 적습니다. 요즘 그런 문제가 많이 해결되어가는 추세긴 한데, S8Z 관련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딱히 못 들어본 터라 이 점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저 평탄한 2~8kHz의 부스트 영역은 제가 QDC 제품이나 PP8에 환상을 가지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는데, 이런 튜닝 정말 제 취향이네요. 
  
 초고음은 딱 모자라지 않다고 느낄 정도만 나옵니다. 자극적인 고음을 원하는 청자에게는 확실히 부족할 거 같습니다. 덕분에 장시간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는 장점은 있네요.  
  
 임피던스를 측정한 걸 못 찾겠는데, 저음 쪽이 좀 낮은 게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 
케이블에 따라서 저음이 상당히 많이 달라지네요. 흔히 말하는 케이블 좀 타는 이어폰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우스 XIV나 켈베로스, 혹은 초기형 EST 하이브리드들 정도로 까다로운 건 아니고요.
  
 Fearless S8 Freedom의 악명(?)으로 에너지 드링크 한 사발 들이킨듯 너무나 파워풀한 소리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고, S8Z는 한층 더 intense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도 좀 했었는데,  저한테는 딱 좋습니다. 
 원했던 것과는 다른 셸 디자인이 눈에 밟히긴 하지만, 퀄리티가 워낙에 좋으니 이것도 나름 예쁘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일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