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커피 2호점에서 잠시 ER4에 취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여기서 청음을 해 보았네요. 원래는 여기에 진열된 ER4 신형들이 전부 프로스트팁이 끼워진 상태라 감히 청음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엔 MK5도 다시 들어왔겠다, MK5의 클리어팁으로 갈아 끼고 XR이랑 SR을 사이좋게 청음했습니다. ER4 자체가 워낙 유명하니 딱히 길게 언급할 것도 없고 대충 짧게 평을 하겠습니다.

 참 재밌게도 ER4의 두 기종 모두 장점이 곧 단점이었습니다. XR을 먼저 청음해봤는데요, XR의 저음은 나름 괜찮게 들려서 제가 좋아하는 곡들의 저음 파트가 만족스러웠습니다. 굳이 하만타겟의 저음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음이 강조된 통인지, SR에 비하면 보컬이나 바이올린 소리가 영.... 그랬습니다.

 반면에 SR은 보컬이나 바이올린 소리가 XR보다 잘 뻗어나갔습니다. ASMR용 이어폰으로 들으면 제격이겠더군요. 또한 바이올린 소리를 가지고, 그 소리의 원래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서 최대한 시원하게 내려고 한 티가 난다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저음이 너무 부족해서 제가 좋아하는 곡들의 저음 파트에선 저음이 거의 쥐꼬리만큼 들리다 보니 그게 참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ER4의 두 기종을 가지고 잠시나마 플랫에 취해 있었다가 당초 제가 관심있어했던 심갓 EM5을 청음하니까.... 0.0000000000000001초도 안 돼서 "그래, 역시 이렇게 들어야 제맛이지!"란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플랫의 끝판왕인 ER4의 두 기종을 듣다가 자극이 심한 이어폰을 청음하니 정신이 번쩍 든 것이죠.

 재밌게도 두 기종 모두 큰 틀로는 플랫이고 저음에만 조금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까지 다 느꼈는데 펀사운드 이어폰인 EM5를 청음하니 이젠 그 둘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냥 둘 다 플랫한 거구만 뭐...."란 생각만 들었습니다,.

  대충 냉면으로 비유하자면 XR은 겨자 조금 넣은 냉면, SR은 식초 조금 넣은 냉면인 데에 비해 EM5는 겨자랑 식초를 엄청나게 때려 부은 냉면이라고 봐야겠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ER4 기종으로부터 맘이 멀어진 것은 아닙니다. 조금 전 설명드린 각각의 장점을 느꼈기 때문에 XR, SR 모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참, 어차피 둘 다 갖고 싶으니까 그냥 아도라마에서 염가로 직구를 하는 것이 낫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