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전형 헤드폰 역사의 시작, SR-람다 프로(1982년)

 독일 벤츠 社의 자동차 소음 분석용으로 개발된 스탁스 SR-람다 프로는 전용 앰프인 SRM-1/MK2 PRO 와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1.5마이크론의 다이어프램 두께를 가진 람다 프로는 최초의 람다인 'SR-람다 노말(1979년)' 과는 다른 특색을 가진 헤드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람다 프로가 컨슈머 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스탁스는 1987년에 1.0마이크론의 진동판과 더욱 세밀한 고음을 표현해주는 '람다 시그니쳐' 를 발매하면서 절정의 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람다 시그니쳐가 아닌 람다 프로를 구입하게된 이유는 초기 람다의 색채가 가장 깊숙히 베어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 시대의 람다 시리즈의 기반이 되었다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편, 보통 구형 람다 시리즈를 구입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상당수가 람다 시그니쳐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모델을 구입해보자라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이제 지름신고에 이어서 소리에 대한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SR-람다 프로의 FR 그래프입니다. 물론, 최근에 측정된 그래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감성(?) 을 살리기 위해 1980년 대에 측정된 자료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1000Hz의 중역까지는 비교적 플랫한 특성을 보이다 1500Hz, 3000Hz. 7500Hz 대역에서 피크를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5000Hz 이상 대역에서의 피크들은 상당한 에어리함을 느끼게 해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시 측정기의 한계치 때문인지 극저역 특성은 유추하기 힘드네요.(설마 실제로도 자로 그은 듯 직선으로 나오지는 않았겠지요.) 대략 공간감은 보통 수준, 보컬은 선명하지만 특정 음원에서는 치찰음이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하고 실제 청음을 해보았습니다. 

1. 시스템 및 청음 환경

 - 앰프 : SRM-1/MK2 PRO (※발매 당시 전용 앰프)

 - DAC : JDA LABS ELEMENT MK2(ESS Chip)

 - 소스 : PC+유튜브, 그 외 itunes and 팟 플레이어

2. 청음 소감

 2.1 전반적인 인상

  첫 곡을 플레이 하자마자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우 선명한 고음의 디테일이 바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스탁스의 헤드폰들이 별가루 흩어지는 아름다운 고음을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1980년 대에 출시된 구형 헤드폰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고음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상한대로 보컬은 비교적 선명했으며, 공간감은 예상했던 수준 대비 기대 이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2.2 극저음~저음 

  머리를 짓누르는 극저음의 울림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저음 역시 FR그래프와는 달리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둥둥' 거리는 느낌보다는 '통통' 거리는 가벼운 저음의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는 람다 프로의 기본적인 특색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어 패드 내구 열화가 지속되면서 차폐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차폐가 부족한 람다 시리즈의 이어패드는 극저음과 초고음을 상당히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5마이크론 진동판을 가진 정전형 헤드폰에서 거대한 저음의 울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긴 하겠죠. 

 2.3 중음, 그리고 보컬

   사람들은 흔히 플랫하다고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도리어 꽉찬 중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요는 물론 애니송을 들어도 어디 하나 튀지 않는 상당히 좋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는 듯 합니다. 한편, FR에서 추정했던 수준 이상으로 보컬은 매우 선명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오래된 이어패드 덕택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보컬이 있는 가요를 감상하기에는 상당히 이상적인 수준이었습니다. 

 2.4 중고음~초고음

   선명하고도 깨끗한 고음, 그것이 이 람다 프로의 매력인 듯 합니다. 벤츠의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바랬던 헤드폰 특성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 제품 부터 별가루 쏟아진다는 스탁스의 고음이 구현된 듯 합니다. 그러나 FR에서도 보여지듯 6000~7000Hz 대역에서 피크를 이루는데요, 이 대역은 인간이 민감하게 느끼는 주파수 대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쉬쉿' 거리는 소음 대역이기도 하지요. 일부 음원에서 여성 보컬의 고음 발성이 상당히 따갑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 총평

 1980년 대에 이런 제품이 탄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첫 곡을 틀고 난 뒤 2~3시간이 순삭될 정도였습니다. 감성적으로 표현한다면 선명하고 투명한 음색을 지닌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흔히 말하는 공허한 전축 사운드 튜닝으로 이루어진 헤드폰들도 많았을 시기일텐데, 이런 훌륭한 사운드를 가진 제품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 당시에도 분명 센세이셔널 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현행기와 비교해 보아도 손색 없는 수준입니다.

  본인이 극저음~저음이 든든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초고가의 헤드폰으로 종결을 보고 싶은 욕심만 아니라면 오히려 이 '람다 프로' 를 중고로 구입하여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