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맥스 3주 사용기.
네.. 뭐 단물도 다 빠진 것 같고 각종 매체에서의 많은 혹평으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 에어팟 맥스입니다.
영디비 자게에 꾸준히 글 올리시는 분들 중에선 이걸 소유하고 굴리시는 분은 못 본 것 같아요.
4월초에 선물로 받아서 거진 3주정도 써 봤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시간도 나고,
영디비에 기록도 남길 겸 해서 감상을 남겨보려구요.
저는 그렇게 민감하고 까다로운 귀를 가진 편이 아니기에, 이 점 감안하고 편히(?) 읽어주셔요.
1. 사용 환경 & 사용 빈도
밖에서는 에어팟 프로와 업무용 리버티 에어2 프로 두 가지만 쓰기 때문에, 거의 실내에서만 사용했구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편해서 매일 썼습니다.
주 용도는 집에서 업무볼 때,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컨텐츠 감상할 때, 그리고 잠잘 때(!) 등 입니다.
집에서 컴퓨터로 업무 볼 때도 패드나 폰에 페어링해서 음악들으면서 하는데, 화장실 왔다갔다 하고
음료 채우러 키친 들락날락 하잖아요? 귓구멍도 안 간지럽고 선이 안 거슬리니 결국 이거 쓰게 되더라구요.
집에서 장시간으로 업무 전화나 지인과 통화할 때 등등..
메인으로 굴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은 음감포함 7할 이상은 여기에 손이 갑니다.
2. 빌드 퀄리티
유격이나 덜걱거림이 없고 굉장히 견고한 느낌이예요.
유무선 포함해서 제가 가진 다른 헤드폰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예요.
https://ko.ifixit.com/Teardown/AirPods+Max+Teardown/139369
이거 보니까 왜 비싼줄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무슨 강박인지는 모르겠는데, 쓸데없이 공을 많이 들인 감도 좀 있어서 걍 심플하게 만들고 싸게하지 싶고..
여튼 그 견고함이 얘를 막 쓰게하는 요인이 되긴 합니다.
핸드백마냥 헤드밴드부분 손으로 쥐고 여기저기 던져놓으면서 편하게 쓰고 있어요.
맥북도 그 견고한 느낌 덕에 여기저기 찌그러지면서도 9년째 쓰고 있는데 아마 같은 길을 걷겠죠ㅎ..
3. 착용감 & 무게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메인으로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착용감입니다.
헤드밴드도 정말 편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어패드가 이 착용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운 여름은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잘 때 써도 될 정도로 쾌적합니다.
밀폐형답게 밀착은 되고 그로 인한 패시브노캔도 분명히 됩니다. 근데 답답하고 습기가 차는 느낌이
다른 밀페형과 비교하면 거의 없어요. PXC-550 II도 그랬고, 레이저 오퍼스도 좀 답답하고 습기가 차는데,
에어팟 맥스는 오래 써도 쾌적합니다. 오픈형인 hd6xx도 그 벨루어패드 때문에 더운데 말이죠(..)
그래서 요즘 잘 때 ASMR틀어놓고 노캔켜면 수면까지 10분컷이네요.
그리고 무게.
저는 대부분 소파에 기대 있거나 침대에 누울 때라던지, 리클라인 의자에 머리를 얹고 일을 할 때 쓰곤 합니다만, 이런 사용환경에선 크게 신경쓰이지 않아요.
물론, 고개를 숙이고 독서/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나 움직이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착 달라붙어있는 느낌이라 편하긴 해도, 고개 숙이고 좀 오래 있으면 목 뻐근해지더라구요.
아직 밖으로 쓰고 나간적은 거의 없긴 한데, 산책정도면 몰라도 운동이나 러닝할 때는 못 쓸 것 같아요
실내에서도 이거 쓰고 집안일 할 때 무게 때문에 쏠림이 느껴지는데, 이 때에 패드가 살짝 뜨는 순간이 생기고
그 때에는 노캔 켜놔도 묘하게 극저역 노이즈가 들어오고 토널밸런스도 흔들립니다.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고, 이 점 신경쓰이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여러모로 실내가 좋습니다.
하나 신기했던 건, 니트캡 쓰고도 토널밸런스가 유지가 되는 점이예요.
평소에 일할 때는 수트에 리젠트? 포마드헤어? 뭐라고 하나요 이거.. 여튼 늘 빡세게 세팅해둔 상태라서
헤드폰 쓸 생각도 못 하는데, 비번에 외출할 때는 조거팬츠에 핏 낙낙한 티셔츠에 니트캡 쓰고 다닙니다.
레이저 오퍼스는 조금이라도 귀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면 토널밸런스 작살나서 밖에서 쓰길 포기했는데,
에어팟 맥스는 적응형 EQ때문인지 뭔지 니트캡을 쓴 상태에서도, 안경을 써도 문제가 없어요.
4. 소리
순정 상태에서, 이 70만원돈 하는 헤드폰에서 소리에 매겨진 값어치는 반값정도 한다고 봅니다.
홈페이지에서 광고하고 있는 '하이파이'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펀사운드도 아니구요.
물론 소니노캔헤드폰이랑 비할 바는 아닙니다. 제겐 소니노캔 헤드폰의 그 저역 느낌이 정말 안 맞아요..
들어본 것 중에 '와 이걸 어떻게 듣냐' 했던게 소니 노캔 헤드폰이랑 리버티 에어 2 프로 순정EQ인데,
하도 악평이 많아서 겁먹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의외였어요.
(소니 노캔헤드폰도 EQ먹이면 좋다는데 그걸 안 들어봤어요..)
다만, '덜어야 할 부분이 있는' 밸런스 입니다.
저역과 고역이 그래요. 중역은 막 좋다는 아니지만 저역과 고역만큼 거슬리진 않아요.
저역은 트랜지언트가 느린건 아닌 것 같은데 뭉툭하고 타이밍도 묘하게 레이백 된 느낌이예요.
측정치대로 극저역이 많이 부풀어있어요. 보컬대역을 마스킹하진 않는데, 중저역은 영향을 받는 듯 합니다.
t50rp같은 제가 좋아하는 저역을 내 주는 기기와 비청하면 깔끔한 맛이 없어요.
극저역 재생 능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밸런스가 문제예요.
그래도 이쪽 취미 없으신 분들은 '베이스 울림이 박진감있네!' 하실 정도입니다.
특정 곡들에서는 이 극저역이 오히려 색다른 재미를 주긴 합니다. 묘하게 현장감도 좀 주고요.
일할 땐 Porter Robinson이나 Madeon의 믹스셋 틀어놓고 텐션 올리는데, 이게 참 좋아요.
하지만 얌전하게 음감할 땐 물리적으로 욱 욱 하고 밀어오는 느낌이라 거슬리는 곡들도 있어서
장점으로 얘기할 수만은 없겠네요. 다만 작은 볼륨에선 이런 부분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이 극저역 부분이 다른 컨텐츠 소비를 할 때는 확실히 긍정적인 부분으로 존재감이 있어요.
영화나 유튜브 컨텐츠 볼 때는 이 극저역 덕분에 우퍼 딸린 시스템으로 티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음악 들을 때 처럼 토널밸런스가 엄청 큰 영향을 주지 않기에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고역은 플랫한 듯 하지만 음감하기에는 살짝 자극적이예요. 사람에 따라선 듣기 거슬릴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론 중역~고역은 그냥 에어팟 프로 정도의 밸런스만 구현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의도가 궁금해요.
iOS의 오디오 설정으로 좀 바꿔주면 극저역이 플랫해지는데, 그 대신 중고역 이후가 작살나는 느낌이예요.
근데 EQ로 이렇게 극저역/치찰음대역/초고역을 살짝 깎아주거나
스포티파이에서 이정도만 해 줘도 막 거슬리는 부분 없이 팟프로처럼 무난하게 음감을 할 수 있습니다.
PEQ로 정리한 소리는 정말 괜찮은 편입니다. 뭉툭한 저역이 드라이버 문제가 아닌 밸런스 탓이더라구요.
저역 질감도 살아나고, 묘하게 느린 타이밍도 어느정도 잡힙니다. 대신 좀 건조해져요.
음감 외 다른 컨텐츠 소비때는 이 극저역이 있다 없으니까 심심한 맛이 있더라구요.
애초에 얘로 엄청 분석적으로 들을 기대를 안 한 것도 있어서 그런지, 이 정도면 뭐.. 싶어요.
해상도는 경험해본 무선 기기중에서는 가장 좋다고 느꼈습니다. 히스노이즈도 가장 적었어요.
애초에 제가 어느정도 이상만 되면 음원에는 크게 민감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요.
유선으로 가면 이런게 더 개선되겠지 싶은 아쉬운 느낌도 별로 안 들었어요.
물론 궁금해서 유선 케이블 주문하고 지금 기다리는 중입니다만 (..)
스테이징이나 잔향같은 부분은 존재감이 거의 없어서, 믹싱 구린애들은 고대로 구리게 들립니다.
이래서 각잡고 들을 땐 Z7를 듣습니다만, 그렇다고 못 들을정도는 아니라서, 귀찮으면 걍 에어팟 맥스로 듣습니다(..)
순정EQ로는 하이파이라고 할 순 없지만 못 들을 소리는 아니고, 취향에 따라선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PEQ하면 더 괜찮은 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애초에 드라이버가 나쁘지 않은 탓인지 EQ도 잘 먹어요.
근데 70만원돈 하는 다른 기기들과 소리로 비교하는 건 그 기기들에게 좀 미안합니다..
Z7와 hd6xx가 정말 혜자구나 싶게 되고, kph30i 들으면 현타까지 옵니다.
5. 연결성, 편의성 그 외
맥미니,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 타임캡슐, 애플TV, 홈팟...
예.. 제가 바로 과수원에 살고 있어요. 이마당에 앱등이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전 정말 애플이란 회사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윈도에 안드도 썼었다가, 단순히 편의성 때문에 하나씩 들이다보니..
정확히 말하자면 발을 빼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근데 어찌됐든 이 환경 덕에 에어팟 맥스를 쓰기가 참 편합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맥 미니에, 돌아다니면서 쓸 땐 아이폰과 패드에 연결하고, 소파에서 맥북으로 일할 때도..
뭐 연결성과 디바이스 전환에서 다른 무선기기가 들어올 틈이 없어요.
이런 환경에선 전원버튼이 없는 점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전원버튼에 손 가는 것도 귀찮아요.
배터리타임은 불편하지 않은 정도라서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잘 때 쓰고 일어나도 60~70%는 남아있고, 배터리 드레인으로 인한 불편함도 아직 겪지는 않았네요.
집안 여기저기가 라이트닝 케이블 밭이니 충전에도 불편하진 않구요.
노캔은 실내에서도 유용합니다.
제가 빡집중해서 일을 할 때에도 룸메이트는 아이패드로 유튜브 틀어놓고 집안일 하고 요리하는데,
제겐 안 들릴 테니 신경쓰이지 않아서 편하다고 하고, 저도 실제로 하나도 안 들립니다.
그러다 할 말 있으면 검지로 크라운 확 돌려서 볼륨 줄이거나 음악을 멈추고, 바로 중지로 주변음 모드를 켜면
대화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그 소리도 자연스러우니 거슬리지 않고요.
위의 경험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구현해주는 무선 헤드폰은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환경과 조건에서는, 편의성은 별다섯개도 모자랍니다.
6. 결론
광고에서 말한 하이파이 기기는 절대 아니고, 편의성 좋은 컨텐츠 소비용 IT기기라고 보는게 맞겠습니다.
편의성이나 착용감에서 다른 기기들을 압도해버리는 탓에, 결국 제 1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격은 솔직히 선 넘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비싸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이렇게 자주 쓰고 있는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저의 경우는 선물받아서 쓰는거라 상대적인 만족도가 높은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애플 생태계가
구성이 되어있는 환경이라, 이 모든 편의성을 포함한 만족도는 상당히 괜찮아요. 너무 편합니다.
다만, 애플생태계가 아니고, 음감만이 목적이시라면 구매를 추천할 수 없겠네요.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2021.04.26 연결성 문제 발생
이 글 작성한 뒤로 가끔씩 연결성 문제가 발생해서 속 좀 썩다가, 이제는 케이스에 넣었다가 다시 뺀 경우엔 착용 감지가 아예 되지 않아서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리셋을 해야하고, 심지어 그 리셋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뽑기 문제인건지, 최근 배터리 드레인을 개선한 펌웨어 3C39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애플 서포트에 상담해보니 일단 센터로 가져가보시는게 낫겠다고 하네요. 애케플 들어놔서 다행이지 싶습니다만, 안 들어놨으면 영락없이 보증기간 지난 타이밍에 고장나는 거였던 터라.. 타이밍 한번 참 기가막히네요.
가장 큰 장점이었던 편의성 때문에 매일 쓰다가 이렇게 문제가 생겨버리니, 정말 불편합니다.
4월중에는 예약이 다 차있는 듯 하니 5월이나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센터 갔다와서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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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Write전원 버튼 없는게 낫던데 되게 까이더라고요. 그만큼 대기전력을 거의 안 먹는다는 건데..
학부연구생 하던 때에 연구실에 계시던 박사과정분께서 맥북-아이패드-아이폰을 쓰는데 정말 편해보이긴 하더라는..
결코 나쁜 제품은 아니지만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패스하는 제품인것 같네요.
장시간 경험을 해 보면 그 가격이 조금은 납득이 되지만, 통상적으로 말하는 '무선 헤드폰' 이라는 범주만 생각하면 가격 진입장벽이 너무 높죠..
매장에서 들어본 게 다지만, 가격을 빼고 생각하면 쓰레기 소리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더군요. 만듦새 등을 생각하면 가격이 또 엄청 비싼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애플 프리미엄 등을 제외한 절대적 가격으로 본다면 음질에 비해 많이 비싼 느낌이긴 하죠. 그리고, 사용기를 보니 케이스 등이나 모든 게 실외보다는 실내 사용에 더 최적화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