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헤드폰 앰프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수상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저 멀리 독일로부터 건너온 국제소포인 듯 합니다. 

 흠...박스를 열어보니 갑자기 왠 나이키 박스가 보이는군요. 

 예, 맞습니다. 이 소포의 정체는 2주 전 이베이에서 경매로 낙찰받은 스탁스(STAX) 사의 정전형 헤드폰용 앰프인 'SRM-1 MK2 PROFESSIONAL' 이라는 제품입니다. 최초로 출시된 시기는 1982년으로 태어난 지 40여 년이 지난 골동품 헤드폰입니다. 그러나 이 헤드폰 앰프는 개발 당시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설계와 개발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꽤나 오랜 시간동안 스탁스 사의 주력 앰프로서 활동해 왔던 기념비적인 제품입니다. 

 정전형 헤드폰 유저라면 반드시 친숙해져야 할 용어 'electric shock(감전)' ....1982년에 나온 앰프라고 해서 다를 건 없지요.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테지만 늘 볼 때마다 두려움에 오금이 저리고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입니다. 감전의 위험을 감수하고 음향취미를 해야 하는 정전형 헤드폰 유저들의 슬픈 숙명인 것 같습니다. 

 연식에 맞게 제품은 상당히 낡았습니다. 그리고 원주인이 외부 청소를 하지 않아서인지 군데 군데 먼지가 끼여 있고 케이스 외부에는 찌든때가 가득했습니다. 물티슈로 한 번 스윽 닦으면 누런색 찌든때가 잔뜩 묻어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이러다 찌든때나 먼지 때문에 감전폭발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할 정도입니다. 

 이 앰프는 스탁스가 노말 바이어스(230V) 와 프로 바이어스(580V) 가 공존했던 과도기에 설계하고 출시된 모델이라 특이하게도 프로와 노말 단자가 모두 존재합니다. 아주 옛날옛날에 출시되었던 스탁스의 노말 바이어스 헤드폰들도 이 제품 하나면 거뜬히 구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볼륨노브는 L/R 을 별도로 조작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스탁스 앰프의 전통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L/R 편차가 심한 불량품 헤드폰이 걸려도 저걸로 대충 맞춰서 쓰라는 것인지...그러나 이런 기능과는 다르게 스탁스에서는 헤드폰을 제조할 때 L/R 매칭을 상당히 세심하게 맞추어 출고시킵니다. 드라이버 전극에 전류를 가해 진동판의 장력을 측정하고 이후 전문인력이 직접 들어보면서 수제 매칭을 하는 방식이죠. 

 그래도 저 먼지가 너무 신경쓰이긴 합니다...비록 한참을 걸려 찌든때를 벗겨내긴 했지만 말이죠. 

 입력단자는 왜 4개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뒷면은 심플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럽 판매버전이라 240V (라고 하지만 220V로도 작동 가능한) 입니다. 물론, 이 모델은 케이스를 벗겨내고 저 검은색 부품을 탈거하여 재조립하면 110V로도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 스탁스 앰프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기능입니다.(요즘 앰프는 개조하거나 변압기를 사용해야 하죠.) 

 그렇다면 과연 2021년에 출시된...스탁스의 헤드폰인 SR-X9000 과의 매칭은 어떨까요? 헤드폰과 앰프의 나이차는 무려 40여 년이나 납니다. 40여 년의 나이차를 무색할 만큼 환상의 궁합을 보여줄 지, 아니면 세대차이로 인한 엇갈린 만남이 될지는...추후에 다시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