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테 헤드폰과 정착용

  
  
 
  
 영디비에도 저처럼 오테 헤드폰을 쓰시는 분들이 조금 있을 듯 싶습니다. 
  
 저는 오테 헤드폰만 거의 10년넘게 쓰고 있습니다. 저처럼 오래도록 오테를 쓰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오테는 맑고 까랑까랑한 소리를 낸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 맑다는 표현은 좋게 말한 것이지 나쁘게 말하면 힘달가지 없는 소리입니다. 저는 세상 통들어서 오테 헤드폰보다 중역대를 매력적으로 묘사하는 헤드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 때문에 오테 매니아층이 형성되고 온갖 좋다는 헤드폰을 쓰다가도 이내 다시 오테로 돌아들 오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를 포함한 많은 매니아분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오테 헤드폰을 정착용 하고 있을가요? 저는 최근에서야 제가 오테 헤드폰을 엉망으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상이 길쭉해서 이어패드 위쪽은 뜨고 아래쪽은 눌린 상태로 음감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시다 시피 오테 헤드폰들은 하우징 중앙에 힌지가 없기 때문에 위 아래로 회전이 안됩니다. 이를 제 머리에 맞게 고치기 위해서 과감하게 하우징을 연결하고 있는 2개의 형상기억 합금을 손힘으로 구부리고 펴기를 반복해서 적당한 각도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음악을 들어보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소리를 내더군요. 오테 생산공장에서 나오는 합금의 헤드밴드 각도가 모든 사람들의 두상에 맞는 값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걸 알텐데 왜 오테는 이 디자인을 변경하지 않는지 조금 궁금합니다. 힌지가 없는것이 진동제어에 유리하기 때문일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ad2000의 경우 묘사력은 뛰어나지면 저역대가 심하게 빠지고 스테이징이 불안정 했는데 최근에 헤드밴드를 손보고 stax의 ep-007 가죽패드로 갈아 끼고나니 저역대 제어력이 좋아지고 음상과 소리선들이 뚜렸해지더군요. 이전의 ad2000이 60/100의 실력을 냈다면 지금은 적어도 90/100은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건 엄청난 차이입니다. 개인적으로 앰프나 dac을 교체했을 때보다도 더 큰 차이를 느낍니다. 
  
 지금의 ad2000은 모두들 공감하는 맑고 산뜻한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되려 화려한 느낌이 듭니다. 여전히 예쁜 착색감은 있지만요. 그러니 매니아들이 표현하는 맑은 오테의 느낌은 오테 헤드폰의 어려운 정착용을 대변하는 표현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젠하이저나 베이어다이나믹 등, 하우징에 힌지가 달린 제품들은 이런 정착용에 큰 문제가 없지만 구조적으로 정착용이 어려운 akg 제품이나 오테 air, art, wood군 제품들은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오테 제품을 지금 쓰시고 계시다면 꼭 본인이 정착용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 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