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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갓 Roselle EM5 리뷰: 혹시 바이올린 좋아하세요?

EX이헤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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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EX이헤갤러입니다. 저는 음향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자유게시판에서 잡담이나 간단한 후기 정도를 작성해오곤 했지만, 형식을 갖춘 이어폰 리뷰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저는 다른 분들이 쓰신 리뷰들과는 달리 군더더기 없이 쉽고 직관된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가지고 있지만 음향 커뮤니티에선 리뷰가 적게 나오는 이어폰들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제가 첫 번째로 리뷰를 남길 이어폰은 심갓 EM5입니다. 심갓은 작년부터 뜨고 있는 중국 이어폰 제조사, 일명 차이파이의 한 축을 이루고 있죠. 유명한 차이파이 제조사 하면 탠치짐, 수월우, 씨오디오 등이 있을 겁니다. 심갓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요. 적어도 이들 제조사는 믿고 구매해도 괜찮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이어폰을 제조하고 있어요.

 그러나 심갓과 앞서 서술한 이 셋과의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심갓은 미소녀 마케팅을 아직 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뭐, 언젠간 할 수도 있겠죠. 저는 심갓도 나중에는 미소녀 마케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M5는 현존하는 심갓의 이어폰 중 플래그십 이어폰이자 '로젤 EM 제품군' 중 가장 고가인 이어폰입니다. 스펙을 설명드리자면 드라이버는 저역을 담당하는 10mm DD 1개에, 중・고역을 담당하는 놀즈 30017 BA 2개, 초고역을 담당하는 놀즈 31736 BA 2개, 따라서 1DD+4B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파수 범위는 15Hz~40kHz, Hi-Res 오디오 인증을 받았고요. 감도는 1kHz에 101dB, 임피던스값은 16옴, THD는 1% 미만, 편차는 1kHz에 1.5dB입니다.


 케이블은 6N 4코어 실크테라피 케이블로, OCC(단일 크리스탈 구리) 2코어와 SPC(은도금 구리) 2코어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탈착도 가능한데요, 0.78mm 2핀 단자를 채용했습니다.

 덧붙여서 케이블의 피복은 듀폰사의 방탄 소재인 케블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토믹 플로이드사의 제품, 슈퍼다츠 티타늄의 케이블과 같은 재질로 되어있는 거죠. 그래서 의도했든, 의도 안 했든 케이블이 양 쪽으로 당겨지는 일이 수천 번 일어나더라도 웬만해선 단선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당연히 애초부터 케이블이 단선될 만한 행동을 안 하고 조심스럽게 취급하는 게 가장 옳지만요.


 이어팁은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이어팁1, 이어팁2가 있는데 이어팁1은 중음, 고음을 강조하는 이어팁으로, 구경은 넓고, 깊이는 얕습니다. 이 이어팁1을 다 장착하면 이어팁 입구와 노즐 끝쪽이 서로 닿을 것처럼 둘 사이의 간격이 거의 없어져요.

 반면에 이어팁2는 저음 강조 이어팁으로, 다른 이어폰 패키지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보통의 이어팁처럼 생겼고, 이어팁1보다는 이어팁 입구와 노즐 끝쪽과의 간격이 꽤 있습니다. 이렇게 두 이어팁의 차이점을 알아봤으니 본인 귀에 잘 맞는 이어팁을 골라서 취향껏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디자인도 살펴보죠. 유닛 색상은 완전 투명한 색상인 클리어 색상과 반투명 회색 색상인 스모크 색상이 있어요. 하우징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죠. 그래서 유닛 안쪽의 드라이버와 전선이 훤히 보입니다. 이런 투명한 유닛 스타일이 한때는 많이 유행했고, 그에 비해 요즘에는 통짜 금속으로 유닛을 만들어서 이러한 EM5의 투명 유닛 스타일은 요즘 트렌드완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스타일을 좋아해요. 각 드라이버와 유닛 내부 전선의 고유한 색상이 어우러져서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혹자는 산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요. 만약에 EM5가 맘에 들어서 사고 싶은데, 내부 부품이 보여서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게 싫다면 덜 투명한 스모크 색상을 고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유닛 바깥 면은 산만해보일 수도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 건지 장식이 되어 있어요. 씨앗 모양이고 분홍빛을 살짝 띈 은색 무광 플라스틱 안쪽에 버튼 모양 금속 원으로 되어 있죠. 이 원 테두리를 따라 깨알같이 'SIMGOT HIGH RESOLUTION'이란 텍스트가 적혀 있어요. 또한 귀에 닿는 면에는 흰 글씨로 'BA×4 DYNAMIC×1', '5-WAY HYBRID IEM'텍스트가 적혀 있네요.


 케이블은 피복이 투명한 상태에서 단일 크리스탈 구리선과 은도금 구리선 각각의 색깔이 혼합되다 보니 은은한 핑크색을 띄고 있는데 색이 참 예뻐요. '남자라면 핑크'란 말이 있죠. 상남자에게 딱 어울릴 색깔입니다. 2핀 커넥터엔 보호용 캡이 씌워 있습니다. 따라서, 유닛과 케이블을 보다 안심하고 결합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 차례로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EM5를 구매하기도 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수차례 청음숍에서 청음하곤 했습니다. 저에게 딱 맞는 사운드 성향 때문이었는데요. 결론부터 알려드리자면 플랫이라기보단 V자 성향인데, 왼쪽으로 기운 V자였어요. 더 간단하게는 밝은 V자 성향이라고 할 수 있죠. 저음보다는 고음이 훨씬 강조돼 있습니다. 저는 여러 악기 소리 중 바이올린 소리를 가장 좋아하는데, EM5를 청음하면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소리가 바로 바이올린 소리였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있다가 다시 설명을 드릴게요.


 저는 이어폰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레퍼런스 이어폰으로 소니캐스트사의 디렘 프로, SL버전(이하 'SL')과 DL버전(이하 'DL')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어폰 중, 가장 플랫함에 가까운 이어폰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SL, DL은 나머지 대역은 거의 똑같지만 저음 양은 달라서, 리뷰 대상 이어폰의 체감되는 저음 양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하기 위해서인 것도 있습니다. SL은 저음의 양이 하만타겟과 비슷하고, DL은 저음 양이 에티모틱사의 ER4XR보다 많지만, 하만타겟보단 적어서 저음 양이 어떤지 쉽게 비교할 수 있죠.


 우선은 제가 청음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을 저음, 중음, 고음 순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DF타겟과 하만타겟 중, 하만타겟을 더 만족스러워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만타겟 기준으로 느낀 점을 적어볼 예정입니다.


 저음부터 보겠습니다. 저음의 양은 DL에 비해 많았고 SL에 비해 적었습니다. 그래서 하만타겟보다는 저음의 양이 조금 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음역대 중에선 100Hz대가 가장 뚜렷하게 들렸어요. 바로 베이스 기타 소리죠. 빠른 박자로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곡을 들었을 때 '붕붕'대는 게 상쾌하면서도 흥겨운 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거운 느낌의 극저음은 딱히 많이 느끼진 못했네요. 제가 듣기로는 EM5는 '느린 박자의 저음'보다는 '빠른 박자의 저음'이 들어있는 곡에 적절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음은 무난합니다. 제가 EM5의 사운드 성향은 왼쪽으로 기운 V자 성향이라고 설명드렸죠. EM5의 중음은 저음과 고음에 비해 덜 강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니고 살~짝 거리감이 있는? 대략 2~3미터 물러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이 EM5로 피아노곡, 남성보컬곡, 여성보컬곡 다 만족스럽게 감상했습니다....만, "이 EM5를 통해서 진정한 중음의 맛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에게는 저는 "흠, 글쎄요."라고 말씀드릴 것 같아요. 진정한 중음의 맛을 보고 싶으시거든 차라리 (너무나도 유명한) 에티모틱사의 ER4SR을 청음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고음 차례입니다. 사실 제가 EM5를 구매하기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바이올린 소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었죠.

 외람되지만, 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저는 바이올린 소리란 시원시원하면서도 듣는 사람의 소름이 절로 돋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제가 오디오필이 된 이후로 여러 이어폰, 헤드폰을 일일이 찾아보았지만, "이거다!"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바이올린 소리를 잘 들려주는 기기를 찾지 못했어요. EM5를 찾기 전까지는 말이죠.


 EM5는 그야말로 제가 원하던 바이올린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시원시원하고, 듣는 사람의 소름이 절로 돋을 정도로요. 그만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평소 고음보다는 저음을 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일명 '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아무튼 바이올린 소리는 이 정도 설명드렀으면 충분할 거라 봅니다.

 일렉기타 소리는 낮은 음역대에서 높은 음역대로 올라갈수록 '극극' 소리에서 '깍깍' 소리로 바뀌는데, EM5에선 '깍깍' 소리보단 '극극' 소리가 더 잘 들렸단 점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계속해서 높은 음역대쪽으로 더 이동해 볼게요, 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인 드럼과 하이햇 소리도 강조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팡팡', '챙챙' 소리의 향연인 거죠. 특히 8k대, 일명 치찰음 대역이라고 하죠. 이 8k에 꽤 민감하신 분들은 싫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이어폰은 록 머신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 같아요. 베이스 기타, 일렉기타, 드럼, 하이햇만큼은 전혀 모자른 감이 없어서 록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셔도 괜찮을 거예요. 개중에 고음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더욱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EM5는 초고역대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EM5는 초고역대를 담담하는 놀즈 31376 BA가 노즐 쪽에 탑재되어 있어요. 이것보다 하위 기종인 EM3에는 없던 것이죠.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똑같은 음원을 가지고 EM3를 포함한 다른 이어폰과, EM5를 비교 청음할 땐 초고역의 차이를 체감하기 힘들지만, 콘서트 라이브 음원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똑같은 콘서트 라이브 음원을 가지고 먼저 다른 이어폰으로 청음한 후에, EM5로 청음을 한다면 그제서야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콘서트 연주와 함께 들리는 관객들의 '쏴~' 하는 함성 소리가 정말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더군요. 좀 더 엄밀히 따지면 야외보다는 대형 실내 공연장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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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걸 '스테이징'이란 용어로 부르는 것 같은데, 사실 제 스마트폰에 설치된, 제트오디오 앱에도 스테이징을 재현하는 음장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통한 임의의 EQ 또는 음장 효과는 소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손을 안 대고 있어요. 하지만 하드웨어(이어폰)를 EM5로 바꿈으로써 스테이징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환영입니다! JAS와 JEITA로부터 Hi-Res 오디오 인증을 받았다는 건, 40kHz까지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풍부한 초고역대를 원하시는 경우에도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해상도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해상도는 크게 봤을 땐 만족스러웠어요. 크로스오버를 잘 해놓은 다중 드라이버라서 그런가?(웃음) 조용한 곳에서 딱 나와야 할 소리만 나오고 그 이외에 딱히 쓸 데 없거나 해상도를 해쳐서 신경쓰이는 소리는 안 들렸네요. 각 악기 소리가 뭉쳐 있는 부분도 특별히는 없었고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었어요. 특정 악기 소리에 집중하면 그 악기 소리만 감상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자, 지금까지 제가 느낀 점을 알려드렸는데 그래도 리뷰이니만큼 객관성은 있어야겠죠? 그래서 FR 측정 그래프도 가지고 왔습니다. 국내 사이트엔 EM5 측정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구글링을 통해서 그래프를 구해왔는데, 당황스럽게도 일부 고음 대역에서 서로 차이가 나는 그래프들이 있더군요. 네, 지금 보시는 게 그 그래프들입니다. 위쪽의 경우에는 6k에서 딥이 나타나다가 7k부터 급상승하더니 8k에 다다라서 피크, 아래쪽의 경우에는 7k에서 딥이 나타났다가 위쪽 그래프보다는 서서히 올라가서 10k 이상에서 피크.


 뭐, 장비 나름의 기준이라든지, 장비에 꽂힌 깊이라든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는 너무 차이가 심한 것 같아서 뭐가 맞다고 설명드리기가 참 두렵네요. 다만 저는 위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치찰음이 자극스럽기로 유명한 슈퍼다츠 티타늄(또?)을 같은 볼륨으로 설정하고 청음했을 때 치찰음의 양이 EM5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FR 그래프도 어디까지나 참고용 자료일 뿐, 너무 신뢰하지는 마시고요. 직접 청음해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설명드릴 건 다 드린 것 같으니 총평을 내보겠습니다. EM5는 다른 브랜드의 이어폰과 비교를 해서 딱히 못난 부분을 찾기가 힘들어요. 고장나기 쉬운 부분에 신경을 써서 고장 우려도 줄였고, 디자인도 화려하고, 해상도도 만족스러웠어요. 게다가 54만 9천원이라는 가격도 납득이 가요. 이 가격에서 크로스오버가 잘 된, 드라이버 5개가 들어간 이어폰은 못 봤어서요. 만약 10만 원만 더 저렴했더라면 정말 좋아하면서 단박에 구매했겠지만 그건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고, 오히려 10만 원에서 20만 원 더 받아도 된다고 보거든요.

 드라이버가 5개 들어간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라면 또 생각나는 게 있죠. 바로 AKG사의 N5005! 그런데 그건 가격이 100만 원에 가까워서 부담스럽잖아요? 차라리 그 돈이라면 EM5 하나, 에티모틱 ER4SR 하나, 꼬다리댁 하나 사고 남은 돈으로 뜨끈한 국밥 몇 그릇 먹겠는데.

 유일하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바로 사운드예요. 다시 한번 알려드리지만, EM5는 밝은 V자 성향의 펀사운드라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어떤 성향의 사운드든 호불호는 갈리기 마련이지만요.


 정~말 마지막으로 EM5의 추천 대상과 비추천 대상을 확실하게 분류해보겠습니다. 록 음악 좋아하시는 분, 바이올린 소리 좋아하시는 분, 고음 좋아하시는 분, 콘서트 음원 자주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사세요. DF타겟이든 하만타겟이든 똑 부러진 플랫을 좋아하시는 분, 웜틸트 또는 어두운 성향을 좋아하시는 분, 귀가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사지 마세요.


 여기까지 EM5 리뷰이고요. 해당 리뷰는 일체의 지원 없이 작성된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다음 리뷰는 아토믹 플로이드사의 슈퍼다츠 티타늄이 될 거예요. 더 궁금한 점이나 피드백 주실 게 있으시다면 리플 남겨주시고, 제 리뷰가 맘에 드셨다면 영디비에서는 추천, 사운드캣 카페에서는 하트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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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minα Luminα님 포함 5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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