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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 플로이드 슈퍼다츠 티타늄 리뷰: 메탈을 위한 메탈

EX이헤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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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EX이헤갤러입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번 리뷰는 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슈퍼다츠 티타늄 리뷰입니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심갓 EM5 리뷰 이후로 계속 "나온다 나온다" 군불을 때곤 했는데 제 귀차니즘 때문인 것도 있었고 다른 기종이 계속 대여 형식으로 들어온 것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갑작스레 코로나에 걸리기까지 해서 여태까지 리뷰를 쓰지 못하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바로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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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아토믹 플로이드에 대해 살짝 짚어보겠습니다. 아토믹 플로이드는 영국의 이어폰 제조사예요. 여타 유럽의 전통있는 음향회사와 대조하면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입니다. 유럽의 오래된 음향기기 제조사가 젠하이저, AKG, 베이어다이나믹, 포칼 등이 있죠.


 젠하이저는 설립년도가 1945년, AKG는 1947년, 베이어다이나믹 1924년, 포칼 1979년이에요. 얘네들은 대충 설립된 지 몇십 년은 됐습니다. 그런데 아토믹 플로이드는 2008년에 설립됐어요. 그러니까 10년이 겨우 넘었단 거죠. 이 부분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회사가 만든 이어폰은 하이데프 드럼, 에어잭스, 미니다츠, 슈퍼다츠 등이 있습니다. 슈퍼다츠 티타늄은 기존 슈퍼다츠의 하우징을 티타늄 재질로 만든 판이자 현존하는 아토믹 플로이드 이어폰 중 플래그십 이어폰이에요.


 영국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음악 장르가 록일 겁니다. 일명 메탈이라고도 하죠. 제가 그냥 애써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싶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겠더군요. 영국이 록의 본고장인 만큼 아무리 록을 떼어 놓으려고 해도 떼낼 수가 없었어요. 분명 영국엔 록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영국의 유명한 록 그룹이라면 비틀즈, 퀸, 라디오헤드 등이 있죠. 전부 세계의 내로라하는 록 그룹이에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들의 음악성 덕에 영국 록이 유명해질 수 있었습니다. 슈퍼다츠 티타늄은 바로 이 록 음악에 최적화된 이어폰입니다. 이 이어폰이 어떻게 록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는 쫌 이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스펙입니다. 드라이버는 8.6mm DD 1개, BA 1개로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형식입니다. 1DD+1BA인 셈이죠. 주파수 범위는 5Hz~40,000Hz, 감도는 1kHz에 98dB, 임피던스값은 16옴, THD는 최대 3%입니다.


 케이블에는 심갓 EM5와 마찬가지로 방탄 소재인 케블라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케블라 소재 케이블은 내구성이 뛰어나서 아무리 험하게 쓰더라도 단선 위험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요즘 나오는 유선 이어폰 대다수는 2핀 또는 mmcx 등 탈부착이 가능한 케이블을 채용하고 있는 편인데, 아토믹 플로이드 측에서는 이 케블라 소재로 계속 케이블을 만들다가 내구성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생각한 건지 아예 일체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네요.


 다만 슈퍼다츠 티타늄에 적용된 케블라 소재 케이블이 내구성은 좋은 대신 등가의 아쉬운 점도 존재하는데요. 뭐나면 케이블 자체의 탄성이 높다 보니 선을 정리할 때 너무 잘 풀린다는 점입니다. 우선, 가장 먼저 기본으로 제공되는 실리콘 케이스에 담으셔야 할 겁니다. 안 그러시면 수납하는 데 애를 먹을 거예요. 통 크신 분들은 선이 풀려도 크게 상관없겠지만, 예민하신 분들은 선 정리를 계속 시도하다가 어느 순간 빡.... 아니 화가 머리 끝까지 나실지도 모를 겁니다.... 따라서, 화가 나실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하드 케이스 어느 정도 큰 거 하나 장만해서 넣어 두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어팁은 실리콘팁 S, M, L 사이즈와 컴플라이 폼팁 TSX-500이 있습니다. 실리콘팁은 보통 S사이즈나 M사이즈를 많이 쓰실 거라고 봅니다. L사이즈는 나름 귓구멍이 크다고 자부하는 저에게도 너~무 커서 웬만하면 쓰실 분이 거의 없을 것 같네요. 외부 소음을 더욱 확실히 차단하고 싶다면 기본으로 동봉된 컴플라이 폼팁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겁니다. 단, 컴플라이 폼팁은 소모품이므로 일정 기간을 사용하셨다면 반드시 교체하셔야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코어 오디오프로’다 뭐다 해서 TSX-500과 거의 똑같은 생김새의 컴플라이 폼팁을 판매하고 있으니 교체용 여분을 구하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디자인도 확인해 봐야겠죠? 슈퍼다츠 티타늄의 생김새를 보면 언더이어형이긴 한데 흔히 유닛과 케이블이 직각을 이루는 형태가 아니라 유닛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케이블이 뻗어 나가는 모양입니다. 거기에 유닛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아서 아주 쉽게 착용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이 맘에 들었어요.


 유닛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름모 모양 패턴이 양각으로 이루어진 게 얼핏 보면 솔방울 모양처럼 생겼어요. 이 패턴의 밀도가 빽빽해서 금형을 만드는 데 꽤 공을 들였을 것 같네요. 저는 이 마름모 패턴이 미끄러짐을 예방하는 실용성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만약 민무늬였더라면 자칫 단조롭게 보였을’ 인상을 한층 세련되게 변모시킨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물론, 이 패턴은 유닛이 금속으로 돼 있어서 가능한 패턴이지 다른 재질이었더라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말 나온 김에 재질 설명 좀 해볼게요. 슈퍼다츠 티타늄의 유닛 재질로 쓰인 티타늄은 내구성이 뛰어난 금속 재질입니다. 항공기, 골프채, 배드민턴채, 야구배트, 자전거 프레임 등에 쓰이고 있죠. 강도는 강철만큼 강하면서도 반면에 무게는 강철보다 가벼울 뿐만 아니라 부식에도 강한 성질을 갖고 있어요. 대신에 가공하기가 몹시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값도 비싸다고 합니다. 이 까다로운 티타늄을 갖다가 이어폰으로 만드신 장인분께 경의를 표하고 싶어지네요.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케이블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플러그부터 분기점까지의 케이블은 아까 설명드린 케블라 재질이 적용된 패브릭 형식 검정색 케이블입니다. 티타늄 유닛만큼 강력한 내구성에 높은 탄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패브릭 케이블이기에 일반 케이블보다 터치노이즈가 최소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분기점부터 유닛까지의 케이블은 터치노이즈 감소 폴리머 재질이 적용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검정색이며 분기점부터 유닛까지의 케이블 왼쪽에는 마이크 겸 리모컨이 달려 있습니다.


 슬슬 사운드 부분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운드 부분으로 오니까 솔직히 설명할 부분이 딱히 없는 것 같아서 몹시 당황스럽군요. 눈치 빠른 분들은 이 이어폰이 대략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리뷰 초반부터 이미 파악하셨을 겁니다. 록 장르 음악에 최적화됐다고 일러드렸으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계속 설명해보겠습니다. 참고로 토널밸런스가 대략 어떨지 좀 더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하만타겟 보정 기준으로 사운드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저음 양 자체는 하만타겟보다 훨~씬, 아니 지금껏 제가 청음해 온 다른 이어폰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극저음이고 100Hz 이상의 저음이고 뭐고 골고루 들리는데 너무 잘 들려서 탈이에요. 물론 저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취향에 맞을 수 있을 겁니다. 단, 양 자체가 많을 뿐 잔향은 썩 오래 남는 편이 아니예요. 즉, 글자 그대로 ‘짧고 굵은’ 저음을 들려준다는 겁니다. 제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 AKG N5005와의 대조 청음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나중에 한번 N5005 리뷰도 심도 있게 해볼까 합니다. N5005도 참 이야기할 게 많은 이어폰이더군요.


 중음은 마스킹이 심한 상태입니다. 중음이 아예 안 들린다는 건 아니예요. 다만 소위 음상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컬을 중요시하는 분이나 ASMR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너무나도 답답하게 들려서 얼마 못 가 청음을 포기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음은 2~3k에 딥이 존재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부분은 바이올린 소리가 분포해 있는 음역대인데 바이올린 소리 자체가 그렇게 많이 묻힌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나름 존재감이 있습니다. 이후 4~6k 즈음 dB 수치가 다시 소폭 상승하고, 7k에 접어들면 수직상승을 시작합니다. 이 기세를 몰아 dB 수치가 8~9k에서 절정에 이르다가 10k에서 다시 하강하기 시작하더니 초고음 영역에 접어들면 아예 추락해버리고 맙니다. 그냥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하이햇 소리와 같은 치찰음 대역이 가장 강조된 반면, 초고음 양은 적게 나오게 되는 것이죠. 사실 저는 실제 체감상으로는 이미 저음이 꽤 강조되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치찰음도 강조된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중화되게끔요.


 다시 한번 간단히 사운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그래프는 저음과 고음이 강조된 극V자를 그리고 있어요. 토널밸런스가 소위 말하는 ‘펀사운드’로, 자극이 강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죠. 반면 보컬을 비롯한 중음은 심하게 마스킹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악기 소리가 더 좋고 보컬이야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다.”란 마인드를 가지신 분에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이어폰이 될 겁니다. 자, 왜 슈퍼다츠 티타늄이 록에 어울리는 이어폰인지 이제는 좀 아시겠죠? 록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베이스 기타, 드럼과 하이햇 소리가 유독 강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록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전자기타 소리가 묻히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대충 샤워를 할 때의 상황에 빗대보면, DF타겟에 근접한 사운드의 이어폰을 청음하는 것은 미지근한 물을 틀면서 샤워하는 것과 같고, 하만타겟에 근접한 사운드의 이어폰을 청음하는 건 따뜻한 물을 틀면서 샤워하는 것과 같으며, 슈퍼다츠 티타늄을 청음하는 거는 찬물과 뜨거운 물을 동시에 틀면서 샤워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공간감도 따져보겠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야기했을 텐데 저음 양은 많은데 잔향이 오래 남진 않았고, 초고음 양도 많지 않았습니다. 즉, 영화관, 콘서트장처럼 규모가 큰 공간이 아닌, 스튜디오 정도의 공간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일반 스튜디오 느낌은 아니었고, 폭은 좁으면서 앞뒤로 길게 뻗은 스튜디오에서 온갖 악기는 죄다 앞에 배치하고 가수는 저~~~~~만치 뒤에 서 있는 상태의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음상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죠. 보컬을 비롯한 중음이 마스킹되었으니 당연히 음상도 멀리 떨어질 수밖에요.


 해상도는 준수합니다. 사실 토널밸런스로만 한정하면 플랫과 한참 거리가 멀긴 한데, 저음, 중음, 고음 다 세밀히 따져보아도 소리 퀄리티 자체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어요. 각 악기 소리가 뭉치는 부분도 딱히 없어 보였고 애초에 잔향이 많지 않은 만큼 깔끔하게 치고 빠지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4~5k 부근의 편차는 오른쪽 유닛에서 움직임이 발생해서 생긴 것으로, 왼쪽 유닛을 측정한 파란선 그래프가 보다 정확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슈퍼다츠 티타늄의 FR 측정 그래프(RAW 기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완연한 ‘V’자를 그리고 있죠. 재밌는 점은 제가 대략 예상해서 그려놓은 하만타겟 보정 그래프가 있는데 그 그래프도 V자를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슈퍼다츠 티타늄의 하만타겟 보정 그래프가 정식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요. 언젠가 나온다면 역시 V자를 그리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슈퍼다츠 티타늄이 펀사운드 자체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측정 그래프까지 재밌게 나오는 걸 보니까 ‘더욱 재미있는 이어폰’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총평입니다. 슈퍼다츠 티타늄은 유닛뿐만 아니라 케이블 또한 내구성이 강한 튼튼한 이어폰이에요. 평소에 자주 케이블이 단선되거나 유닛이 파손된 경험을 많이 접하셨다면 눈여겨볼 이어폰입니다. 문제는 사운드 성향인데 극V자를 그리는 만큼 취향을 많이 타겠네요. 특히 DF타겟 플랫이 취향이신 분들이 가장 싫어하지 않을까 싶어요. 반면에 록, 다른 말로는 메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이어폰입니다. 공교롭게도 재질도 메탈(금속)인 티타늄이라.... 메탈을 위한 메탈 이어폰이 되는 거네요. 정식 판매가는 48만 5천원입니다. “겨우 1DD+1BA밖에 안 들어갔는데 50만원 가까이나 해?”라고 하실 분이 계실 텐데 일단 한번 청음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토널밸런스를 떠나서 소리의 퀄리티는 좋으니까요. 다만 초고음이 부족한 면은 있으니 이 부분까지 꼭 숙지해주셔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슈퍼다츠 티타늄의 추천 대상과 비추천 대상을 나눠보겠습니다.


 ‘저음과 고음이 함께 강조됐으면서도 해상도까지 보장된 펀사운드 이어폰’을 원하시는 분, 보컬보다는 악기 소리를 더 좋아하시는 분, 록(메탈) 장르 음악이 취향이신 분, 이어폰 유닛 또는 케이블이 파손되는 게 이젠 지겨우신 분이라면 사세요.


 플랫 취향이신 분, 보컬 좋아하시거나 ASMR 자주 들으시는 분, ‘자극이 심한 토널밸런스’를 싫어하시는 분, 콘서트 음원 자주 들으시는 분이라면 사지 마세요.


 여기까지 슈퍼다츠 티타늄 리뷰였고요. 해당 리뷰는 일체의 지원 없이 작성된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다음 리뷰는 AKG의 N5005가 될 예정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더 궁금한 점이나 피드백 주실 게 있다면 리플 남겨주시고 제 리뷰가 맘에 드셨다면 추천이나 좋아요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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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빈 윤석빈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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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읽었습니다. 퍼다츠 티타늄을 청음하는 거는 찬물과 뜨거운 물을 동시에 틀면서 샤워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 이 효과적 비유로 한 번에 알아들었습니다.

04:37
22.02.21.
우연의음악
제 리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써야 최대한 와닿을 수 있을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는데 역시 오래 고민한 보람이 있었네요.
07:43
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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