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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NW-ZX507, 워크맨의 미래

Luminα Lumin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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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홈페이지(https://realignist.me/sony-nw-zx507-review-3ffe6f1d526e)에서 작성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옮기긴 했지만 잘못 옮긴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빠르게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또, 원문에서도 좋아요(Medium에서는 박수입니다.)와 댓글 달아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Sony NW-ZX507, 워크맨의 미래

안타깝게도 안드로이드 워크맨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들어가며

소니는 2019년 9월에 워크맨 40주년을 기념하여 NW-ZX507와 NW-A100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이 제품들은 워크맨 최초의 안드로이드 DAP 모델로, 각각 NW-ZX300 시리즈와 NW-A50 시리즈의 후속작입니다. 저는 뒤늦게나마 NW-ZX507을 쓰면서 이 제품이 워크맨의 미래를 보여줄지 느꼈던 점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사양과 특징, 사운드

사양

특징

  • 이전 모델과는 다르게 디스플레이가 글레어 처리가 되어있고, 저반사 코팅은 없습니다. 논글레어 처리가 된 이전 모델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전 모델과 비슷하게 일체형 알루미늄 가공 프레임을 사용합니다.
  • 이전 모델과는 다르게 사운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운드와 관련 없는 영역을 구리 블록으로 차폐했습니다.
  • 워크맨 특유의 풀 디지털 앰프인 S-Master HX 칩셋을 사용합니다. 개선점이 있는데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파나소닉의 POSCAP 콘덴서나 FT CAP 캐퍼시터가 들어가있습니다. 이전 모델보다 개선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운드와 S-Master 기술

워크맨 사운드의 근본은 S-Master이었고 앞으로도 S-Master일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소니의 S-Master 기술은 ESS, 아사히카세이(AKM), 울프슨 등 다른 DAC 칩셋 제조사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디지털로 된 음원을 듣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 종래의 DAC와 앰프는 DSP(Digital Signal Processor) → DAC(Digital Analog Converter) → LPF(Low Pass Filter) → Analog Amp의 과정을 거쳐서 사운드 파장이 나옵니다.
  • 하지만 S-Master 시리즈에서는 DSP → S-Master → LPF의 과정으로 사운드 파장이 나오게 됩니다. 과정이 생략되었죠.

S-Master 칩셋의 내부에서는 PCM 신호를 PWM과 비슷한 독자 개량 규격(C-PLM)으로 변환 후 증폭시키는데, 원래는 PCM 신호를 C-PLM으로 변환해서 증폭시켰기 때문에 DSD 네이티브 재생에 취약했었는데 이번 모델부터는 DSD를 S-Master HX 칩셋 내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담이지만, S-Master HX의 내부 동작에 대해서 더 자세히 적어보고 싶지만 이번 글의 주제와는 많이 벗어나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소리의 차이점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아날로그 앰프와는 다른 저주파 위상으로 발생하는 저음에서 변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소니가 예전부터 극복하려고 했었던 것이고, DC 위상 선형화기(DC Phase Linearizer)라는 음장 옵션을 통해 DSP에 위상 보정을 걸어서 아날로그 앰프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무엇인지 좀 더 사용자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근본적으로 소리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DAC와 아날로그 앰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어쿠스틱한 느낌이나 따뜻한 사운드는 워크맨에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속도감이 있거나 분석적으로 음악을 듣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제품은 다양한, 특히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사운드에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저는 이 제품을 쓰면서 특장점보다 문제가 더욱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제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빈약해진 기능

Reference: https://www.head-fi.org/threads/sony-nw-zx300.854693/page-332 / https://www.trustedreviews.com/reviews/sony-nw-a55l

이전 모델인 NW-ZX300은 USB DAC 기능과 블루투스 리시버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USB DAC는 USB를 통해 이 기기로 DAC를 쓸 수 있는 기능이고, 블루투스 리시버는 유선 기기를 워크맨과 연결한 다음, 블루투스로 워크맨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면서 많은 기능이 빠졌는데, USB DAC와 블루투스 리시버가 그렇습니다.

이전 모델에 블루투스 리시버 기능이 들어간 이유가 안드로이드 OS 기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디오 스트리밍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모델보다 가격도 오르면서도 USB DAC가 빠진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입니다. USB DAC는 초저가 DAP에도 대부분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기본적인 사용마저 어려운 퍼포먼스

Cortex-A53 1.8GHz Quad-Core CPU / 4GB RAM

거의 순정 상태에 가까운 Android 9를 탑재했습니다.

직접 확인하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이 제품은 1.8GHz Cortex-A53 쿼드코어 CPU가 들어있는 AP와 4GB RAM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 제품은 Android 9에서 보안 패치 이외의 큰 업데이트가 없었고 기본적인 동작을 하기에도 느립니다. 아마 이것을 미리 알았으면 이 제품을 안 샀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2022년입니다. 2019년에 나왔던 보급형 스마트폰보다 못한 성능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은 가히 끔찍합니다. 기본 음악 앱인 W’ 뮤직은 최적화가 잘 되어있지만 그 외에는 기본 Android 9와 다른 점이 없고 특별한 최적화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USB DAC와 블루투스 리시버가 없다는 점은 개발자들이 이 제품을 단독으로 쓰는 것을 전제하고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은 내가 개발자들이 의도한대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맞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여담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일은 최근 공개된 시그니처 시리즈 워크맨인 NW-WM1AM2와 NW-WM1ZM2도 이 모델과 동일한 AP와 메모리를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이 모델과는 다르게 Android 11이 올라가긴 했지만, 퍼포먼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를 기만하는 배터리

절전 모드 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반도 지나지 않아 약 20%의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2시간이 지나니 57%가 남았네요.

저는 여러 평을 통해 이 제품의 배터리 성능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기대 없이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용량을 확인해보니 더욱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제품은 1500mAh의 배터리 용량을 탑재했으며, 구글에서 검색한 10년 전의 아무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M 스타일도 1650mAh로 이 제품보다 더 용량이 큽니다.

이 제품은 오디오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기판이나 프레임 등에 여러 고집을 넣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량의 배터리는 Android로 기본 앱을 써서 음악을 듣던, 스트리밍을 해서 음악을 듣던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블루투스와 NFC를 끄고 배터리 절약 모드를 사용해도, 위의 사진과 같이 몇 시간 듣지 못하고 충전이 필요하죠.

기본 W’ 뮤직을 사용해도 소니가 이야기하던 24bit 96kHz FLAC 음원 기준 최대 17~18 시간의 사용 시간은 이루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제품은 더군다나 Android DAP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WiFi를 켠 상태이거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사용 시간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시장에는 동급 제품군에서 이 제품의 배 이상의 배터리를 탑재한 다른 Android DAP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의 경쟁력이 더 떨어지게 하는 요인입니다.

정리하며

스마트폰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DAP 또한 사용 패턴이나 핵심 기능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기본 재생과 USB DAC만 이용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의 사양과 Android의 오디오 스택을 음악 감상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소니가 워크맨의 4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NW-ZX507은 워크맨의 미래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 제품이 완성된 것이 맞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좋지 못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소니의 MDR-Z7을 통해 처음 Head-Fi에 입문하고 다양한 소니의 오디오 제품을 이용했던 저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더 매력적인 Android DAP가 많습니다. 소니는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계속 있을 생각이라면 기본기와 경쟁력을 모두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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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nu paradinu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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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쇼크가 1000mah 배터리가 탑재됩니다. 확실히 배터리는 많이 작네요..

02:18
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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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던간에 흥망성쇠는 존재하나 봅니다. 80~90년대의 워크맨(테입,CD,MD 통칭)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제가 사용하는 기기가 DAP중에 배터리효율의 끝판왕인 SR25이라서 그런지 님이 느끼는 실망감이 더 크게 와 닿네요... DAP는 음감용 기계인 동시에 디지털기기고 편의성이 필수인 요소인데 소니가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02:56
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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